광주 폴리 들여다보기19. 탐구자의 전철
광주 폴리 들여다보기19. 탐구자의 전철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12.17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하철 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숨은 폴리

【시민의소리=김다이 기자】광주 도심 곳곳을 누리며 돌아다니는 폴리가 있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한 번도 마주해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은 폴리다.

지하철 열차 한 칸을 차지해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는 이 폴리는 ‘탐구자의 전철’이다. 처음 탐구자의 전철을 타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 질 것이다.

지난 16일 탐구자의 전철을 타기 위해 남광주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주도시철도공사에 사전에 전화로 문의해 열차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 43분이 되자 열차번호 ‘1079’ 평동행 지하철이 남광주역에 멈췄다.

탐구자의 전철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검정색 라인이 전동차의 첫 번째 칸에 가득 그려진 작품이다. 검정색 라인은 전동차의 벽면, 천정, 바닥, 출입문뿐만 아니라 의자까지도 그어져있다.

1호선뿐인 광주지하철의 첫 번째 칸이 모두 작품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총 4대의 열차에서 만날 수 있으며, 열차번호 끝에 06, 07, 08, 09로 끝나는 열차만 해당된다. 탐구자의 전철을 타고 싶다면 열차번호를 확인하고 타면 된다.

탐구자의 전철에 올라타 종점역인 평동역까지 가면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여러 정차역에 멈추면서 탐구자의 전철을 탄 대부분의 시민들은 어색한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초창기 지하철 내부에 작품이 설치 되고나서 이용하는 시민들은 어지러움을 유발시킨다는 건의가 많았다. 작품 설명 옆에는 ‘작품 이용에 불편을 느끼시는 승객 분께서는 옆 차량을 이용하시길 권유 드립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동차 내부의 조명도 은은한 조명으로 바꿨다.

좌석에는 신기하고 재미난 이름이 붙여져있다. 한 칸 건너뛰고 두, 세 칸 좌석에 연달아 애완동물(pet), 영재(prodigy), 해적(pirate), 은둔자(hermit), 주인공(protagonist) 등이 써진 의자에 앉는 재미도 쏠쏠하다.

실제로 탐구자의 전철을 타본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다”, “정신 사나워서 고개를 들 수 없다”, “행운의 제비뽑기로 운 좋게 탔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인도의 예술가 그룹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는 광주의 지하철을 지식과 행동의 연결 장소로 생각해 다양한 시각적 공간으로 채웠다. 이동하는 전철에 작품을 제작해 광주폴리를 정지된 건축세계의 틀을 넘어 움직이는 장소로 확장시킨 것이다.

그러나 주요 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 아니라면 볼 수도 없을뿐더러 이동성 때문에 폴리투어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양동에 사는 최모씨는 “탐구자의 전철을 탈 때는 오늘은 운 좋은 날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며 “지하철을 자주이용하고 있어도 어쩌다 한 번씩 보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폴리는 지하철을 직접 타보지 않는다면 존재조차 알 수가 없다. 지하철 안내소에 탐구자의 전철 시간표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폴리가 있다는 안내판조차 볼 수 없다. 지하철 곳곳에 광주폴리가 있다는 별도의 안내판과 탐구자의 전철의 시간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탐구자의 전철’을 끝으로 광주폴리 2차 점검이 모두 끝났다. 광주폴리 3차에 대한 아이디어 공모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동안 <시민의소리>가 점검했던 1~2차 폴리의 단점을 보완한 작품들이 제작되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