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13)-유대인 해골 수집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13)-유대인 해골 수집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9.18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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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2015년 7월21일에 SBS는 ‘나치 의학실험용 유대인 86명 유해가 프랑스 실험실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보도했다.

1943년 나치 가스실에서 처형된 유대인 86명의 시신에서 떼어낸 신체조직들이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의과대학에서 유리시험관 등에 담긴 채 발견됐습니다. 이 유대인의 유해는 악명 높은 나치 해부학 연구원 아우구스트 히르트에 의해 실험용으로 쓰였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습니다.

스트라스부르의 역사학자 라파엘 톨레다노는 10년 넘게 나치의 과거행적을 추적해오던 중 스트라스부르 의과대학 법의학연구소 전 소장이 1952년에 쓴 편지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편지는 히르트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담당 판사에 보낸 것으로 신체 조직 샘플이 판결 자료에 유용한지 묻고 있습니다.

편지를 단서로 지난 9일 스트라스부르 의대 법의학연구소의 한 잠겨 진 방에서 유리 시험관에 보관된 유해의 샘플을 찾아냈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시당국은 유대인 유해를 매장할 수 있도록 현지 유대인 공동체에 보내기를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의학 정보 대중화에 힘쓰는 프랑스 의사 미셀 시메스는 저서 <나쁜 의사들- 그곳에 히포크라테스는 없었다(2015년 발간)>에서 나치 독일의 가장 나쁜 의사로 아우구스트 히르트(August Hirt 1898- 1945)를 지목했다. 주1)

히르트는 스위스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교수가 되었다. 그는 화학전을 염려한 힘러의 추천을 받아 나츠바일러 슈트루트호프 강제수용소에서 전투가스의 해독제를 찾는 일을 모색했다. 히르트는 독가스 성분을 인체에 직접 떨어뜨려 실험했으며 그 실험으로 사망한 사람 모두를 해부했다.

아울러 히르트는 독가스뿐만 아니라 해부학과 인종연구에도 관심이 많았다. 타 민족의 두개골과 뼈를 모으기 위해 힘러를 설득해서 아우슈비츠로부터 수감자들을 조달받아 표본을 만들었다. 히르트의 꿈 중 하나는 자신의 인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었다.(미셀 시메스 지음 · 최고나 옮김, 나쁜 의사들, 책담, 2015, p92)

나치 친위대는 1939년에 “노르딕 인도-게르만 인종의 영역, 정신, 행위, 유산”을 연구하기 위해 ‘인종유산연구소’를 설치했다. 이 연구소의 소장은 다름 아닌 친위대장 힘러였고, 사무총장은 친위대 대령 지베르스, 연구소 연구위원이 바로 히르트였다.(라울 힐베르트 저 · 김학이 역, 홀로코스트, 유럽 유대인의 파괴 2, 개마고원, 2008, P 1304-1305)

그런데 1942년 초에 히르트가 쓰러졌다. 폐에서 출혈이 있었고, 혈액순환도 크게 손상되었다. 1942년 2월 9일 병상에서 히르트는 힘러에게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 보냈다.

우리는 해골 수집을 통하여 모든 민족과 인종을 연구했다. 다만 유대인의 경우, 과학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해골이 너무 부족했다. 소련과의 전쟁은 그런 상황을 타개해 줄 기회를 제공해준다. 혐오스럽지만 특징적인 열등성을 구현하고 있는 유대-볼셰비키 정치위원들의 해골을 확보한다면, 우리는 과학적 증거자료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최선의 과정은 유대인들을 산 채로 현장의 경찰에게 넘기고 의사가 긴요한 생체정보를 취합하여 유대인들을 죽인 뒤에, 시체에서 조심스럽게 머리를 떼어 내는 것이다.

2월27일에 힘러의 비서 브란트는 힘러가 그 프로젝트에 대단히 관심을 갖고 있으며, 히르트의 건강이 조속히 회복하길 빈다고 답했다.

몇 달 뒤 히르트는 연구를 재개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되었고, 인종유산 연구소는 히르트의 요청을 실행에 착수했다.

▲ 아우슈비츠 수용소 외곽 초소

히르트는 1943년 6월15일에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수감자를 조달받았는데, 115명이 선별되었다. 이들은 유대인 남자 79명, 유대인 여자 30명, 폴란드인 2명, 아시아인 4명이었다. 이들 중 86명이 아우슈비츠에서 나츠바일러 슈트루트호프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주1) 미셀 시메즈는 저서 <나쁜 의사들>의 15장 중 3장(7,8,9장 : 20%에 해당)을 히르트에 할애 하고 있다.

(연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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