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8)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8)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6.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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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블록(수감자 생활관)

이제 제5블록을 나와서 제6블록으로 들어갔다. 제6블록은 수감자 생활관(Prison’s Life)이다.

 제1실에는 수감자 등록사진들, 수감자 신원 표시 판넬이 붙어 있다. 홀로코스트 영화에 자주 나오는 파란 줄무늬 옷도 전시되어 있다.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이송된 110만 명중에서 40만 명에게 수감번호를 부여하였다. 유대인 20만 명, 폴란드 정치범 15만 명, 집시족 2만1천명, 소련군 전쟁포로 1만5천명 등이었다. 수감번호를 부여받지 못한 이송자들은 가스실로 직행했다.

나치는 수감자들을 등록하였다. 먼저 수감번호 부여와 수감자 분류를 하고 옷을 갈아입힌 후에 사진을 찍었다.

나치는 수감자를 유대인, 폴란드 정치범, 집시, 소련군 전쟁포로, 독일인 형사범, 종교적 양심수, 동성연애자 등으로 분류하여 표시를 달리하였다. 유대인은 다윗의 노란별, 폴란드 정치범은 빨간 세모, 소련군 전쟁포로는 SU, 집시는 청색 세모, 독일인 형사범은 녹색 세모 표시를 옷에 달았다.

그런데 유대인의 사진 촬영에 의한 등록은 1943년 봄까지 행해졌다. 유대인이 대량 이송된 1943년 봄 이후에는 나치는 수감자를 사진 촬영하는 대신, 수감자 팔뚝에 수감번호를 문신하였다. 수감자 이름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모든 것이 수감번호로 통용되었다. 수감번호만 보면 수용소에 들어 온 시기와 국적 등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죽음의 수용소’ 책을 쓴 빅터 프랭클의 수감번호는 119104 번이었고, ‘이것이 인간인가’ 수기를 쓴 이탈리아 작가 프리모 레비의 수감번호는 174517이었다. 이를 보면 프랭클이 레비보다 일찍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아네트 비비오르카가 지은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책에 나오는베르트 아줌마 이야기는 너무나 리얼하다.

베르트 아줌마는 아우슈비츠 제2수용소 비르케나우 여자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나치는 그녀의 팔에다 금속성 주입기와 파란 잉크로 지워지지 않는 수감번호를 새겼다. 그녀는 샤워장에 보내진 다음 머리와 겨드랑이와 음부에 면도질을 당했다. 그리고 박물관에서 본 파란 줄무늬 옷이 아닌 때가 눌어붙은 누더기 옷을 입었다.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 최용찬 옮김,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도서출판 난장이, 2009, P 22)

나치는 1943년 초까지는 재소자에게 줄무늬 옷을 제공하였지만 부족분이 늘어나고 옷 공급이 중단되자, 유대인들에게 넝마 옷을 입혔다.

경악스러운 것은 1944년에는 이 넝마 옷도 없어서 아무것도 입지 않고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유대인이 수천 명이나 되었다. (라울 힐베르크 저, 김학이 역, 홀로코스트 유럽유대인의 파괴 2, 개마고원, 2008, 9장 학살수용소 p 1267)

#2. 제2실 기아(Starvation)방

제2실은 기아(飢餓 굶주림)의 방이다. 수감자들은 낮 12시에 순무 수프 1그릇과 저녁에 마가린이나 ‘냄새나는 잼’을 바른 일명 ‘톱밥 빵’혹은 ‘썩은 소지지’를 배급받았다. 유대인들은 점심과 저녁끼니 사이에 샤워실로 뛰어가서 오염된 물을 마시기도 했다. (라울 힐베르크 저, 위 책, p 1267-1268)

이런 열악한 생활조건으로 수용소는 질병과 전염병의 진원지가 되었고, 나치는 건강이 나쁜 수감자를 가스실로 보냈다.

기아 방 벽에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유대인 사진이 여러 장 전시되어 있다. 자세히 보니 유대인 여자들의 사진은 1945년 5월에 촬영된 것이다. 그녀들은 1945년 1월 27일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해방된 후 4개월 동안 집중 치료를 하였어도 거동도 못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한편 한 곳에 해골 모습을 한 군상(群像) 조각이 하나 있다. 조각상 제목은 굶주림(Starv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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