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4)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4)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5.09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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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곤(호남역사연구원장)
#1. 아우슈비츠 제1수용소 4블록을 견학하면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독일군 폴란드 총독 Hans Frank가 1944년에 한 발언이다.

유대 민족은 완전히 멸종시켜야 할 인종이다.
(Jews are a race that must be totally exterminated)

한스 프랑크는 ‘유대인은 해충처럼 박멸되어야 하는 기생충’이라고 소리쳤다. 이는 아돌프 히틀러(1889-1945)가 1924년에 바이에른 감옥에서 쓴 <나의 투쟁>에서 ‘유대인을 예술과 문화를 오염시키고 경제에 침투하고 권위를 약화시키며 다른 종의 인종적 건강을 해치는 보균자’와 맥을 같이 한다.

나치는 유대인을 “사람들의 피를 천천히 빨아먹는 거미, 피 흘릴 때 까지 서로 싸우는 쥐 떼, 다른 사람들의 몸속에 있는 기생충, 영원한 거머리”라고 선전하였다. (찰스 패더슨 지음 · 정의길 옮김, 동물홀로코스트, 한겨레출판사, 2014, p 74-75)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우슈비츠 수용소 가스실에 투입된 가스 치클론B는 원래 ‘해충 박멸제’였다. 나치에 의해 해충 취급을 받은 유대인이 ‘해충 박멸제’에 의해 대량 학살된 것이다.

 

불현듯 이 글을 보면서 전라도 사람을 ‘홍어’로 비하한 일베의 댓글들이 떠올랐다. 국정원 직원 ID ‘좌익효수’의 배우 문근영에 대한 혐오 댓글이 생각났다. (‘이종격투기 카페’어록: 2015.12.3.)

뒤통수 절라디언 빨치산 손녀랑께
절라디언은 전부 죽이거나 노예로 만들어야 한다.
아따 전(두환)장군께서 확 밀어버렸어야 하는 디 아따

대한민국 국가공무원이 일과시간에 이런 인종혐오적 댓글을 달았다. 이는 재판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게다가 ‘일베’는 지금도 전라도 사람들을 버러지로 비하하고 있다. 전라도 혐오는 진행 중이다.

2016.04.27 16:19:35
지역주의에 사로잡혀 사는 패배주의자 새기들
니들같은 버러지들이 빨리 디져야 한국이 발전할낀데.

‘일베’가 전라도 사람을 홍어로 혐오한 것과 히틀러가 유대인을 기생충이라고 한 것, 무엇이 다른가? ‘일베’가 지금은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더 힘을 얻으면 나치처럼 절멸 안 한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1979년 부마항쟁 때 청와대 경호실장 차지철의 말이 다시금 생각난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백만도 더 죽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편 나치가 주장한 과학적 인종주의는 허구이다. 아리아족이 우수하다는 과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 인종 우열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1948년 12월10일에 채택된 ‘UN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제1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기타의 지위 등에 따른 어떠한 종류의 구별도 없이, 이 선언에 제시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2. 유대인 멸종 글귀 앞에서 한참 서 있다가 옆에 있는 게시판을 보았다. 여기에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감인원을 정리한 글이 적혀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최대의 나치 강제수용 캠프이고 학살 캠프였다.
1940-1945년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최소 130만 명을 수감시켰다. 유대인이 110만 명, 폴란드인 14-15만 명, 로마(집시)가 23,000명, 소련군 전쟁 포로 15,000명, 기타 민족의 포로 25,000명이었다. 이들 중 110만 명이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되었다. 희생자중 약 90%가 유대인이었다. SS친위대는 가스실에서 이들을 학살했다.

집시가 23,000명이나 끌려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집시는 인도 북부에서 유래한 코카서스 인종의 일부로 ‘로마’라고 부른다. 나치는 집시를 ‘유랑하면서 지나치게 자유분방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반사회적 집단’으로 취급하였다. 1) 그리하여 힘러의 ‘아우슈비츠 명령’으로 유럽전역에서 50만 명의 집시가 학살당했다. (박경태 지음, 인종주의, 책세상, 2009, p 106-107)

또한 기타 민족의 포로 25,000명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체코인 7천 명, 벨로루시인 6천 명, 프랑스인 4천 명, 독일 및 오스트리아인 2천5백 명, 러시아인 1천5백 명, 슬로베니아인 8백 명, 우크라이나인 6백 명 등 유럽 거의 전 지역에서 끌려왔다.

한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희생된 유대인은 100만 명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에 의해 희생된 600만 명 유대인의 1/6(16.7%)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1) 집시는 방랑자, 자유로움과 낭만, 음악적 재능을 가진 자로 알려져 있다. 인구는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유럽 전역에 걸쳐 살고 있다.

그런데 유럽여행객에게 집시는 기피대상이다. 이번 여행에서도 안내 가이드는 집시는 소매치기 선수이기 때문에 가방이나 지갑을 조심하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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