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6)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견(6)
  • 김세곤(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6.05.23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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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2수용소 미니어처

제4블록 2층에는 제2수용소 비르케나우(Birkenau)수용소의 미니어처가 있다. 수용소뿐만 아니라, 가스학살 과정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나치는 1941년 봄부터 유대인을 절멸했다. 살인 특무부대는 후방에 남아 있는 적의 잔당을 뿌리 뽑는다는 미명아래 유대인을 학살했다. 특무부대는 유대인 스스로 구덩이를 파게 한 뒤 구덩이 속에 있는 유대인을 총살했다. 무려 56만 명이 넘었다. (박경태, 인종주의, 책세상, 2009, p 106)

그런데 총살은 가해자에게도 심리적 부담이었다. 총 맞은 유대인이 피 흘리면서 죽는 장면이 특무부대원의 꿈에 가끔 나타났다.

우연히도 1941년 초에 나치는 제1수용소 제11블록에서 포로 몇 명을 지하실로 데려가서 소독용으로 보관되어 있던 시안화수소로 죽였다. 아우슈비츠의 첫 번째 가스 학살이었다.

이윽고 나치는 시체안치소를 가스실로 개조했다. 그리하여 1941년 8월부터 1943년 7월까지 가스실이 운영되었고 1일 340명의 학살 처리가 가능했다.

그런데 가스실이 너무 협소하고 화덕 2개의 용량도 너무 적었기에 가스실 확장이 필요했다. 1941년 가을에 나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로부터 3Km 떨어진 곳에 유럽 최대 규모의 제2수용소 비르케나우(Birkenau)
를 건설했다. 제2수용소는 ‘켄베이어벨트’처럼 가장 시스템화된 대량학살센터였다. 5개의 가스실과 소각로 그리고 철로와 승강장까지 갖추었다. 하루에 24,000명의 시체 소각이 가능했다. 나치는 1944년 5월부터 10월까지 60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을 학살했다. 유대인 인종청소를 한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일베 사이트’에서는 ‘전라도 인종청소’ 글이 버젓이 실려 있다. 5월20일 01시 15분에 일베회원 ‘성님 풍문들었어라’가 일베 사이트에 올린 글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라도 인종청소를 선포합니다.

이 시간 이후로 전라도를 쳐죽이는것은 (어린아이와 전라도년 뱃속의 태아까지)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 앞에서 죄가 되지 아니 합니다.

아멘. 토 달면 지옥 간다.

#2. 독가스 치클론 B

다음으로 본 것은 치클론B (ZYKLON–B) 깡통이 쌓여있는 사진이다. 

원래 치클론B는 건물 막사·선박 등에 사는 이나 빈대 같은 해충을 제거하는 살충제였다. 제조회사는 데게슈(독일해충박멸유한회사)였는데 나치 친위대는 이 회사로부터 치클론을 구입했다.

나치는 ‘해충박멸제’로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했다. 유대인과 해충을 동일시했다.
친위대원은 가스실 안에 치클론 깡통 2개를 털어 넣었다. 치클론이 바닥에서 기화되자마자 유대인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독가스가 위로 솟아오르면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쓰러뜨리고, 엎어진 그 사람을 밟고 가스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위쪽으로 올라가려고 발버둥 쳤다. 살고자 하는 몸부림은 약 2분 정도 진행되었다. 15분 뒤, 가스실에는 산자가 아무도 없었다.

#3. 약탈(plunder)의 방

치클론B 사진을 보고나서 ‘약탈(plunder)의 방’으로 이동했다. 안내 가이드는 이 방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라고 했다.

이곳에는 여자 머리카락으로 짠 카펫과 모직물, 화병 받침대 등이 있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비극의 잔해들은 차마 눈길을 주기 어려웠다.
안내가이드는 ‘머리카락으로 짠 카펫과 담요는 양모보다 더 따뜻하고 질이 좋아 주문생산이 밀릴 정도로 인기였다’고 설명했다. 수용소장 회스의 부인도 애호했다 한다. 참으로 잔인한 것이 인간이다.

머리카락 포대 사진도 보았다. 여자들은 수용소에서 입소하자마자 머리칼이 잘렸다. 나치는 여자 시체에서도 머리칼을 잘라냈다.
또한 나치는 유대인 시체에서 금니를 뽑았고, 화장 후 쌓인 재는 비료로 사용했다. 사람 인육으로 비누를 만들었다는 루머도 돌았다.

#4 연합군 공군의 항공사진

아래층으로 내려가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여기에는 연합군 공군 지중해 사단이 1944년 4월4일부터 아우슈비츠 산업 시설을 촬영한 항공사진이 있다. 사진에는 수용소 II와 III, SS 친위대 본부, 철도, 산업시설 표시가 있다.

제3수용소는 인조고무 부나를 생산하는 모노비츠 수용소이다. 근처에 화학 및 정유공장들이 있었다. 건장한 유대인들은 이곳에서 강제노동을 당했다.

항공사진 밑에는 ‘캐나다’란 단어가 있다. 안내 가이드는 “나치는 유대인들에게 ‘캐나다’로 이민 보내준다고 기만하였고, 기차에서 내린 유대인들이 남긴 소지품 보관소 별칭이 ‘캐나다’였다”고 설명하였다.

#5. 절멸의 블록

4블록을 나오면서 다시 보니 4블록이 ‘절멸(EXTERMINATION)의 블록’ 이었다. 절멸(絶滅)은 나치의 인종청소이다.

불현듯, 시인 고은의 ‘그 꽃’ 시가 생각났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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