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유배지, 문화 관광자원의 재발견(8)
남도유배지, 문화 관광자원의 재발견(8)
  • 이르쿠츠크=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5.05.28 02: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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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
볼콘스키의 집, 내부 화려하고 우아한 내부장식 꾸며져

조선시대 전남은 유·무인도는 말할 것도 없이 내륙까지도 ‘죄지은 사람’은 ‘멀리’ 내쫓는 중앙으로부터 가장 ‘먼 곳’ 중의 하나로 유형의 최적지였다. 조선 8도 중 가장 많은 유배인을 맞았던 전남에는 그들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현지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유배 관련 유산들이 산재되어 있다. 21세기에는 ‘유배’라는 형벌은 없지만 지난날 유배인들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은 그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자원, 관광자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시민의소리>에서는 역사 자원으로 중요성이 높은 ‘유배문화’를 집중 조명해 전남의 관광 및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방안을 찾아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주>

1. 프롤로그 - 유배문화의 새로운 가치
2. 삼봉 정도전의 유배지, 전남 나주를 찾다
3. 전남 강진, 다산 정약용의 18년 유배생활
4. 전남 신안군 임자도(조희룡), 흑산도(정약전) 유배문화 흔적을 따라서
5. 남해유배문학관(서포 김만중)의 어제와 오늘
6. 조선시대 유배지 1순위, 제주 추사 김정희 유배길
7. 러시아 이르쿠츠크① 시베리아의 유배문화의 산실, 새로운 역사를 쓰다
8. 러시아 이르쿠츠크② 볼콘스키, 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1
9. 러시아 이르쿠츠크③ 트루베트코이,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2
10. 유배문화 집결지 남도, 역사·문화 콘텐츠의 재발견

   
 
나폴레옹 전쟁 시대 서유럽의 자유사상을 접하고 러시아의 농노제 폐지 등 개혁적인 혁명을 일으켰던 데카브리스트(Dekabrist). 데카브리스트는 러시아 최초로 근대적 혁명을 주도했던 젊은 귀족 장교들을 말한다.

혁명을 일으킨 죄로 이르쿠츠크(Irkutst)에 유형을 오게 된 볼콘스키(Volkonsky, 1788-1865)는 데카브리스트 중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 손꼽히고 있다. 1825년 12월에 혁명을 일으킨 볼콘스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그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볼콘스키는 1856년 황제 알렉산드 2세의 사면을 받을때까지 이르쿠츠크 중심으로 한 시베리아를 벗어날 수 없었다. 30여 년 동안 이르쿠츠크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유배문화의 뿌리를 내렸다.

러시아식 목조건물 그대로 복원해놔

이르쿠츠크의 5월 아침, 저녁은 한국의 봄, 가을 날씨처럼 서늘하면서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피부를 감싼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는 12시가 되면 민소매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30도에 이르는 무더운 여름 날씨로 변한다.

이르쿠츠크 지역은 자작나무가 많아 길거리의 대부분의 건물은 목조건물로 지어졌다. <시민의소리> 취재단은 이색적인 러시아식 목조건물의 풍경을 따라 볼콘스키의 집에 도착했다.

볼콘스키의 집은 동화책 속에 튀어나온 듯한 유럽풍 창문과 파스텔 톤의 하늘색 목조 건물로 복원되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형적인 시베리아 양식의 목조건물로 지어졌다.

내부는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졌고, 그 당시 입었던 옷, 시계, 소파, 침대, 책상, 그랜드 피아노 등 고풍스러운 가구와 유럽의 궁정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우아한 유물들로 가득했다. 가장 눈에 뛰는 것은 색색이 나누어진 방에 피아노 여러 대가 놓여있었다.

방 한켠에는 세계에서 단 2대 밖에 없다는 피라미드형의 포르테피아노가 이곳에 있었다. 볼콘스키의 아내 마리아(Мария Николаевна Волконская, 1805-1863)가 쓰던 것이라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볼콘스키의 집에 있는 포르테피아노는 1792년에 제작된 것으로 220년이 넘었지만 유일하게 지금도 소리가 나서 연주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유일한 포르테피아노 전시해

볼콘스키는 유배인이기 전에 엘리트 집안의 공작으로 왕족이었다. 제정 러시아 시대의 소설가 톨스토이(1828-1910)와 친척관계였다.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의 주인공이 바로 볼콘스키다. 이외에도 데카브리스들의 아내들은 러시아 최고의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여인들이었고 한다.

남편이 유형을 떠난 뒤 남겨진 부인들은 귀족으로 그대로 살거나 유형지로 따라가야 하는 것 중 한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1명의 아내들은 귀족으로 살기보다는 이를 포기하고 이르쿠츠크까지 따라와 정착하게 됐다.

이후 이르쿠츠크는 더욱 수준 높은 궁정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데카브리스트의 아내가 입었던 드레스들은 한때 이르쿠츠크 전역에 유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볼콘스키의 집에서 학예사를 하고 있는 Vsevolod Naparte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Vsevolod Naparte는 “볼콘스키와 데카브리스트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박물관으로 복원하기 위한 작업은 19세기 말~20세기 초부터 시작했다”며 “이곳을 관광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소련의 문이 열리면서였다”고 말했다.

데카브리스트는 이르쿠츠크에서 어린 아이들에게 그 당시 접하긴 힘든 궁정문화를 가르쳐주고,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는 큰 매개체였다.

이르쿠츠크가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이칼 호수가 있어 도시가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데카브리스트들의 영향으로 척박했던 이르쿠츠크 지역의 문화예술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안내판, 러시아어 표기되어 아쉬워

Vsevolod Naparte는 “볼콘스키의 집은 시낭송이나 정치토론, 음악회 등을 하면서 이르쿠츠크에 궁정문화를 선보이고, 문화를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시켰다. 궁정문화는 옷이 다르고 언어도 차이가 있었고 명예를 무엇보다 중시했었다”며 “당시 이르쿠츠크는 무역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데카브리스트에게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 가정에 음악 관련된 악기가 있으면 배운 계층들이었고, 그만큼 음악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은 내부에 있는 대부분의 설명이 러시아어로 표기가 되어있어 방문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지금껏 전남지역의 정약용, 정약전, 김정희, 조희룡, 정도전 등의 유배지를 다녀왔을 때와 비슷한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전남 지역에 있는 유배지들은 대부분 조선시대에 왔던 터라 한자어가 많아 이해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지 방문객들도 잘 보이게끔 영문으로 설명이라도 되어있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볼콘스키의 집을 둘러보러 온 방문객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들로 젊은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Vsevolod Naparte는 “대부분 1년에 5만 명 정도가 관람을 하러 오지만 절반이 러시아인 정도 되는 것같다”며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고 젊은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 관심을 끌어보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르쿠츠크 시청 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 부서의 디렉터 Aksamentova Olga도 “분명한 것은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데카브리스트는 최고의 교육과 문화를 가졌기 때문에 이르쿠츠크에서 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관계성을 지니고 있었다”며 “무역을 하고 상인들이 많았던 이르쿠츠크에서 이러한 문화를 배우고자 했었고, 데카브리스트들은 이곳에서 문화의 싹을 틔우도록 해줬다”고 설명했다.

머물렀던 유배장소, 내·외부 볼 것 많아

전남지역 상황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러시아의 유배지였던 이르쿠츠크는 볼콘스키의 집과 트루베츠코이의 집, 즈나멘 수도원 등 유배흔적을 둘러볼 수 있도록 10~20분 거리 안에 모여 있다.

이르쿠츠크는 데카브리스트들의 집을 복원하고, 내부는 유배 당시 사용했던 유산을 발굴하고 전시해놓아 방문객들이 찾아와 눈으로 볼만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남지역은 유배생활을 했던 이들의 초가나 적거지만 간신히 복원해 놓는 수준으로 내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 민망할 정도로 텅텅 빈 공간으로 두고, 잠겨 있는 모습과는 상반되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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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용 2015-06-03 05:43:13
경남 남해군에가면 유배박물관이있다.
전라도가 유배지로서 많은연관을가지지만 테마선점에서 늦었다.
늦게나마 시민의소리에서 기사로다루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