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유배지, 문화 관광자원의 재발견(4)-상
남도유배지, 문화 관광자원의 재발견(4)-상
  • 신안=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5.04.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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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흑산도(정약전) 유배문화 흔적을 따라서
망망대해 건너 유배의 섬 우이도, 흑산도서 지내
조선시대 전남은 유·무인도는 말할 것도 없이 내륙까지도 ‘죄지은 사람’은 ‘멀리’ 내쫓는 중앙으로부터 가장 ‘먼 곳’ 중의 하나로 유형의 최적지였다. 조선 8도 중 가장 많은 유배인을 맞았던 전남에는 그들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현지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유배 관련 유산들이 산재되어 있다. 21세기에는 ‘유배’라는 형벌은 없지만 지난날 유배인들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은 그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자원, 관광자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시민의소리>에서는 역사 자원으로 중요성이 높은 ‘유배문화’를 집중 조명해 전남의 관광 및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방안을 찾아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주>

1. 프롤로그 - 유배문화의 새로운 가치
2. 삼봉 정도전의 유배지, 전남 나주를 찾다
3. 전남 강진, 다산 정약용의 18년 유배생활
4. 전남 신안군 임자도(조희룡), 흑산도(정약전) 유배문화 흔적을 따라서
5. 남해유배문학관(서포 김만중)의 어제와 오늘
6. 조선시대 유배지 1순위, 제주 추사 김정희 유배길
7. 러시아 이르쿠츠크① 시베리아의 유배문화의 산실, 새로운 역사를 쓰다
8. 러시아 이르쿠츠크② 볼콘스키, 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1
9. 러시아 이르쿠츠크③ 트루베트코이,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2
10. 유배문화 집결지 남도, 역사·문화 콘텐츠의 재발견

   
 
굵직하게 밤 새 내렸던 비는 언제 왔냐는 듯 맑게 개이고, 점점 멀리서부터 새벽을 여는 빛줄기가 여기저기 내리 쬐는 목포 하늘. 아침 7시50분 흑산도행 첫 배를 타기위해 새벽 5시부터 흑산도 행 쾌속선을 타러 목포여객선터미널으로 향했다.

도착 후 터미널 2층에서 표를 끊고 기다리던 중 각각 모습을 달리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표는 금방 매진됐다. 흑산도로 들어가는 등산복을 입은 관광객들과 함께 첫배에 몸을 실었다.

육지서 약 100km떨어진 외딴 섬 ‘흑산도’

목포에서 두 시간 가량 쾌속선을 타고 가면 비금을 거쳐 도착하는 곳, 그곳은 흑산도다. 울창한 산림으로 섬 전체가 검게 보여 그 이름도 유명한 흑산도. 흑산도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홍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그러나 흑산도는 조선시대 제주도, 진도 다음으로 유배를 가장 많이 보냈던 낙후된 지역이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인물 중 가장 잘 알려진 손암(巽庵) 정약전(丁若銓 1758-1816) 선생이 있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이기도 하다. 그는 정약용과 나주까지 함께 와서 흑산도로 가고, 동생은 강진으로 찢어지게 된다.

흑산도는 현재 쾌속선으로 그나마 2시간이 걸려 도착할 수 있었지만 정약전이 살았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몇 시간이나 걸려 망망대해를 건너 유배지에 도착했을까 미묘한 감정이 앞섰다.

그만큼 육지에서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시민의소리> 취재단 역시 유배를 가는 심정으로 취재일정을 따라갔다. 배에 몸을 싣고 가던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뭍에서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없는 그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흑산도행 쾌속선은 차량을 가지고 갈 수 없었던 탓에 흑산도여객터미널에 내리자 공영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조용하게 한적한 작은 어촌 마을인 사리마을에 도착했다.

사리마을은 일명 ‘모래미’라고 불리는 마을로 입구에부터 정약전에 머물렀던 사촌서당(沙邨書堂) 안내판이 세워져있었다. 그가 머물렀던 이곳은 유배문화공원으로 조성되어있다.

작은 어촌 마을 ‘사리’에서 유배생활

현재 사촌서당에서 상주하며 유배문화를 설명해주고 있는 임송 선교사와 연락 끝에 수십 년 동안 흑산도에 살아왔던 이영일씨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리마을에 위치한 정약전의 유배지는 바람이 많이 부는 어촌마을답게 돌담길로 벽을 만들어 놨다. 현재 흑산도의 돌담길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상태다.

▲이영일씨
이영일 씨는 “돌담은 그냥 막 쌓은 것이 아니라 밑이 넓고 위가 좋은 형태로 안정감이 있게 하나씩 쌓아놓은 것이다”며 “강진에 정약용의 천일각이 있다면 흑산도에는 정약전을 기리기 위해 손암정을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정약전은 1801년 천주교박해 사건인 신유박해 때 유배길을 떠나게 된다. 그는 우이도에서 유배생활을 지냈지만, 우이도의 상황이 나빠지게 되면서 흑산도 사리마을로 거처를 옮기게 됐다.

사리마을의 돌담길을 쭉 따라 올라가면 신안군에서 마련해 놓은 유배문화체험장이 위치해있다. 본향안치, 위리안치, 절도안치 등 유배의 종류에 따라 작은 초가집을 마련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놨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영일 씨는 “실제로 이곳에 체험도 하고 전통민박은 숙박도 할 수 있게 군에서 마련했지만 실제로는 잘 이용되고 있지 않는다”며 발길을 옮겼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자 사촌서당의 옛 이름인 복성재(復性齋)가 맞이하고 있었다.

서당의 이름에서 당시의 정약전의 처절했던 마음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 복성은 성을 되돌려버리고 싶다는 뜻이다. 정약전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런 표현을 서당의 이름으로 사용했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최초 해양생물학 서적 ‘자산어보’ 탄생

이 씨는 “해설사마다 다 전부 다르게 해설하고 있지만 복성재는 빨리 한양으로 돌아가서 다시 학문세계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미도 있다고 들었다”며 “약전이 사리마을로 유배를 와서 마을 사람들은 아이들을 가르쳐달라고 했었고 복성재에서 아이들을 돌봤다”고 설명한다.

그는 유배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수많은 저서를 남기게 된다. 그 중 단연 유명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학 서적으로 불리는 자산어보를 저술하게 된다.

자산어보의 자산이라는 말은 흑산을 의미하는 말이다. 따라서 자산어보는 흑산도주변의 해양생태계를 조사하여 약 220종의 어류에 대해 설명한 조선시대 해양생물 사전이다. 한마디로 오늘날의 백과사전인 셈이다.

▲복성재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쓸 수 있었던 이유를 추정해보면 주민들과 친밀한 관계였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그곳에는 똑똑한 학자가 없기 때문에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없었을 터다.

반대로 정약전은 물고기를 잡거나 하는 능력은 없었기 때문에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맺고 어부들이 잡아올린 물고기를 파악하거나 습성들을 자세히 전해 들어 책을 썼을 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촌서당
▲손암정
관광객들 관심 밖인 손암 정약전 유배지

복성재를 따라 다시 내려가는 길에는 손암을 기리는 손암정에 잠시 쉬었다가 자산어보원에 도착했다. 자산어보원은 자산어보에 기록된 물고기의 분류, 서식장소, 분포지역, 특성 등을 하나하나 새겨놓았다.

좀 더 아래에 보이는 유배문화공원에는 흑산도에 유배를 왔던 이들의 이름과 유배 이유가 써진 도표가 있었고, 이들의 인물 정보를 남긴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만큼 머나먼 흑산도에 죄인들이 유배를 많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에 들린 곳은 배에서 내렸던 흑산여객터미널 인근에 위치한 자산문화관이다. 이곳에는 손암 정약전의 기록과 홍어와 근해 해양생물 자료, 섬 생활 도구, 낚시도구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취재진은 다음 임자도 일정을 위해 바삐 다시 마지막 배편을 타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흑산도에는 관광객들이 섬 자체로만 관심을 갖고 버스 안에서 눈으로만 둘러보고 섬 관광을 즐기다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많은 관광버스가 흑산도 안에 돌아다녔지만 단 한 대도 손암 정약전의 유배지에 잠시 내려서 둘러보지는 않았다. 흑산도는 아직까지 교통편이 열악한 탓에 빠르게 일정을 소화하려는 이유도 있겠지만, 머나먼 흑산도에 배까지 타고 왔다면 사리마을을 들려 ‘손암 정약전’의 옛 유배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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