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7)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7)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6.2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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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지역의 남녀노소와 교류하는 '타키소학교'
▲ 타키소학교 모습

타키소학교는 사사야마 시에서 가장 외곽에 떨어져 있으며 사방이 논밭과 산으로 둘러싸여 인근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이 적은 편이다. 인근 세 학교(후쿠즈소학교, 대후소학교, 무운소학교)의 학생 수가 적어져 문부과학성(일본의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해 타키소학교로 통폐합 됐으며, 현재 총 99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작은학교다.

지역의 남녀노소와 함께하는 사회성 기르기

타키소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점을 고려해 타 학교 학생들과 교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인근의 성동소학교와 현장학습, 3박 4일간 산촌과 정 반대 성격인 어촌으로 가는 ‘자연 학교’ 등 여러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또한 중학교와 원활한 연계를 도모하기 위해 교과담임제를 도입했다. 전문교과를 지도하는 교사가 깊이 있는 내용의 학습을 진행하고, 학생은 여러 교사와 접함으로써 각자의 개성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중학교 방문을 통해 탁구, 배구, 야구, 검도 등 여러 부카츠(부활동) 체험을 하고, 이후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에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방과후나 휴일에 학교 시설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이 아이들과 놀이나 스포츠를 함께한다. 또 오픈스쿨을 통해 노인 대학인 ‘타키 학원’과 교류하기도 한다. 일본 고유의 짧은 시의 형태인 하이쿠, 가창, 서예, 태극권 등 고령자와 함께하는 수업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있다.

타키소학교도 앞서 소개한 성동소학교와 같이 지역주민들의 도움으로 모내기, 작물 기르기 등의 농촌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지원받은 쌀 모종을 키워 재배하고, 수확한 쌀로 학생들이 직접 쿠키를 만들어 편지와 함께 주민들께 감사의 답례를 하기도 한다.

사사야마 시는 이처럼 모든 교육 활동을 인성교육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자신의 소중함과 함께 다른 사람의 소중함도 인정할 수 있는 태도와 자질을 육성하는 중이다.

취주악부(관현악단) 활동과 자연환경 지킴이 '물 소년단'

한국의 악기 수업이 바이올린, 첼로 등과 같은 현악기를 많이 다루는 반면 일본은 전체적으로 관악기를 많이 다루는 편이다. 타키소학교도 4학년부터 관악기를 다뤄 취주악부(관현악단)를 이루는데 6학년이 4, 5학년을 직접 가르치고 도와주며 학년간의 교류를 더하고 있다. 6학년은 졸업에 가까워지면 금관 졸업 축제를 여는데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 앞에서 지금까지 연습해 온 성과를 뽐낸다.

▲ 타키 소학교 주변 풍경

우리나라는 환경오염으로 반딧불이를 찾기 굉장히 어려워졌다.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남대천 일대가 반딧불이의 서식지로 유명해 정부는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까지 했다. 이에 뒤지지 않는 곳이 일본의 타키소학교 주변이다.

워낙 좋은 자연환경을 가진 타키소학교는 맑은 자연을 지키기 위해 ‘물 소년단’을 결성했다. 반딧불이와 기타 수생 생물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주변에 흐르는 강과 국도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반딧불이보존을 주제로 연극과 리코더 공연 등을 펼치며 지역주민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자원을 교재로 마을, 주민, 학생들의 교육과 연계

▲ 유네스코 창조 도시 사사야마 시

사사야마 시는 문화재의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 역사 문화유산을 활용한 학습에 힘쓰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지역에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마을만들기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육고요 단바야키(일본 도자기 6대 명소 중 하나), 효고 도예 미술관, 가장 오래된 봉우리 가마, 단바 전통 공예 다치쿠이스에노사토 등 문화유산을 가진 사사야마 시는 유네스코 창조 도시 네트워크 가맹도시로 농촌 풍경과 지역 커뮤니티, 일상의 생활 문화가 가지고 있는 ‘창조성’을 조명하여 마을만들기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마을만들기가 성공하려면 지역의 볼거리는 ‘빠뜨릴 수없는 요소’다. 사사야마 시에는 많은 문화자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교재로 활용하고 학교교육·사회교육과 연계해 학습 기회를 충실히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살부터 방재교육, 수영 등은 필수과목으로

일본은 지질학적인 여건으로 말미암아 어쩔 수 없이 자연재해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진으로 집이 부서지고 무너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의 주택과 차를 보면 수명이 짧은 목재로 만든 집과 작은 크기의 자동차를 많이 타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살기 적당한 집 평수는 20평 미만이라고 한다. 이는 집과 차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점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다보니 몇 분이 지나야 울리는 우리나라 지진경보음에 비해 일본은 몇 초 만에 빠르게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술을 지니게 됐다. 

일본의 모든 학교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지진·자연재해에 대해 교육받고 실습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강도의 지진이 일어나도 차분하게 대응하는 일본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 고베 대지진 당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메모리파크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도 일본 사람들은 자녀가 3살 무렵 때부터 방재센터를 통해 자연재해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아무리 작은 시골에도 과학관이 구비되어 있어 지진, 화재, 호우 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또 지진이 일어났던 현장을 복구하지 않고 남겨놓아 지진의 심각성을 후세에 알리고 있다.

아울러 재해 예방교육의 하나로 일본의 모든 학교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수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마다 수영장을 구비하고 있으며 타키소학교도 여름이 되면 수영수업을 필수로 진행하고 있다. 지진과 더불어 쓰나미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은 터라 생존과 직결된 수영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 중 하나라고 보인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학교들을 보면 건물과 시설이 많이 노후 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본은 100년이 지난 학교도 건물 뼈대 자체가 튼튼한 것을 볼 수 있다. 정부에서 학교를 점검하고 검사하여 채택된 보조금을 활용해 건물을 꼼꼼히 보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지질의 변화에 따른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어렸을 때부터 재난에 대응하는 방법을 교육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폐교를 활용한 어린이박물관

▲ 어린이 박물관

일본에서는 연간 몇 백 개씩 학교 통폐합이 이루어지면서 폐교된 학교는 관리가 소홀해져 지역의 흉몰로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서는 그러한 폐교를 활용하여 숙박시설, 목공, 화랑, 카페, 미술관 등 새로운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는 중이며 지역의 자랑으로도 자리 잡고 있다.

사사야마 시 어린이박물관은 타키소학교 바로 인근에 위치한 문화시설로 학교 통폐합으로 인해 폐교가 된 학교를 활용했다. 이곳에서는 인형극, 축제, 공연 등 농촌 지역에서 아이들이 경험하기 힘든 문화체험을 할 수 있어 지역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계절마다 하는 프로그램도 색다르고 어른이 이곳에 가면 자신도 모르게 동심의 세계에 빠질 정도라고 한다.

농촌에서 쉽게 체험할 수 없는 부분을 충족시켜주니 우리나라 농어촌 폐교도 이를 롤모델로 삼아 지역 아이들을 위한 시설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면 좋을 듯하다.

"교원 1명당 학생 수 20명으로 제한돼야"

학교는 작은 사회다. 작은 사회이기 때문에 규모가 어느 정도 돼야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고 일정한 학생 수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반면 농산어촌의 작은학교는 학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며, 지역아동센터이자 복지관의 기능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가 사라진 지역은 마을의 지속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무작정 학교통폐합을 밀어부치지 못하는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

사사야마 시는 여러 학교를 통폐합했지만, 학생 수를 늘리는데는 실패했다. 이에 교육위원회도 학교 통폐합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작은학교 통폐합을 막는 방법의 하나로 사사야마 시 교육위원 고토오 히데유키상은 “교사 수를 늘렸으면 한다. 현재 40명 당 1명의 교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최소 20:1의 비율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게 통폐합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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