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9)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9)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7.1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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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통폐합의 위협을 받고 있는 농촌 작은학교의 활성화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3개월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작은학교들을 돌아봤다. 그 결과 사라져 가던 작은학교를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지역적 특성을 학교와 결합하고 지역주민이 학교와 연계하는 등 여러 방안이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교육체계 ‘송산초등학교’

▲ 송산초 학생들이 다모임을 통해 학교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 위치한 송산초는 ‘공교육 속에서 마음대로 뛰어노는 학교가 지역에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폐교 직전의 분교를 본교까지 발전시킨 사례다.

그 결과로 송산초는 자율과 협력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삶을 가꿔나가는 학교가 됐고,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서로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협력자가 되는 공동체를 지향했다. 학생들이 직접 도전하고 이뤄내는 ‘도전활동’을 통해 부모들이 약속한 성과급을 받아서 사회에 기부하는 공헌활동까지 이어지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 모든 교육활동들을 아이들이 선택하게 하고 있었다.

또한 학교의 문제는 전체 다모임을 통해 함께 의논했다. 모임에서 선생님은 일체 관여할 수 없다.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힐링 산촌 ‘옴천초등학교’

▲ 청정자연 환경을 이용하여 옴천초 학생들은 힐링산촌유학 중이다.

농촌지역의 가장 큰 특징은 맑은 공기와 자연환경이다. 이를 이용하여 전남 강진군의 ‘옴천초등학교’는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했다. 말 그대로 산촌에서 유학을 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거주지를 만든 거다. 센터는 또 지자체, 지역민, 학교 등의 많은 도움으로 협동조합 형태를 이뤄 학교와 연계했다. 지역 특성을 이용하고, 지역민과의 연계가 동시에 작동된 사례다.

교육기관이지만 모든 학교가 보육기능이 강화되고 있는데, 옴천초는 ‘반딧불이 마을학교’로 마을과 학교 구성원들이 평일에 이어 주말까지 학생들을 책임지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많아 다국의 학부모들이 외국어를 가르치고, 놀이교실, 요리교실, 토요공부방 등 방과후 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었다.

교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 ‘서상초등학교’

▲ 교사들의 추진으로 학교 내에 골프장이 설치됐다.

경상남도 함양군의 ‘서상초등학교’는 교사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성공을 이룬 사례다. 총 43명의 학생들이 다니는 면단위의 작은학교지만 학교 내에 골프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특별했다. 서상초의 교사들은 대부분 젊은 선생님들이었고, 이들의 추진력은 인근 골프장과의 협약을 통해 야외 골프 연습장을 설치하게 했고, 골프존 스크린 회사의 지원 사업에 지원하여 실내 연습장까지 기증받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농촌에서 아이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일러스트’는 한 교사가 자발적으로 지원하여 동아리를 만들고, 자신의 지식을 동료들과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이와 같은 특별한 교육을 하기 위해선 다른 교사들과 논의도 해야 하고, 교장·교감의 교육 스타일도 중요했다.

서상초 교장은 교직원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며 큰 간섭을 하지 않고 뒤에서 학교 구성원들을 지원했다. 어떤 교장·교감이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교사들의 역량이 다르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아토피 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

▲ 금산군은 상곡초 옆에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세웠다.

충청북도 금산군의 ‘상곡초등학교’도 청정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아토피 치료’라는 목적을 가진 아토피 안심학교로 발전했다.

아토피는 산업화로 인한 매연 등 환경 공해, 서구식 생활습관으로 인한 카펫, 침대, 소파 등의 사용 증가, 실내 온도 상승으로 인한 집 먼지 진드기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되고 증상이 심해지는데 도시 환경에서 치료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도시에서 친환경 청정지역의 아토피 안심학교로 알려지기 시작한 상곡초로 아이를 데려오기 시작했다.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낯선 외지에서 살아가려면 주거환경이 가장 중요했다. 이에 금산군은 학교 옆에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세우고, 학교 내부를 황토 흙과 편백나무로 짓는 등 다양한 지원을 펼쳤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릴 적 놀림은 큰 정서적 불안감을 안겨준다. 이는 또 부모들의 가슴에 멍에가 되기 마련이다. 이처럼 여러 고생을 겪은 아이와 학부모는 상곡초에 진학하여 자신과 같은 질병을 겪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불안정한 정서를 완치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교육, 일본 ‘성동소학교’

▲ 성동소학교

일본 사사야마 시는 풍부한 지역 특산물과 유네스코 창조 가맹 도시, 단바 도자기 축제 등 일본의 6대 고요지(六古窯)에 해당하는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학생들에게 풍부한 체험을 제공했다.

성동소학교는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여러 체험과 수확하고 판매해보며 고향에 대한 애착을 쌓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마을 행복론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사사야마의 농업과 생산의 감소, 사용하지 않는 논밭의 증가 등을 과제로 탐구하고, 그 해결 방법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

지역과 연계가 활발한 일본 ‘타키소학교’

▲ 타키소학교

사사야마시의 타키소학교는 시에서 가장 외곽에 떨어져 있어서 지역 주민과 학생이 적은 편이다. 이를 고려하여 타키소학교는 인근 학교 학생들과 활발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중학교와 원활한 연계를 도모하기 위해 교과담임제를 도입하고, 중학교 방문을 통해 탁구, 배구, 야구, 검도 등 여러 부카츠(부활동) 체험을 하게 하고 있다. 이는 이후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에 지원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방과후나 휴일에는 학교 시설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이 아이들과 놀이나 스포츠를 함께한다. 또 오픈스쿨을 통해 노인 대학인 ‘타키학원’과 교류했다. 학생 수가 적으니 지역의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다.

진화된 일본의 공교육 ‘히가시노세소학교’

▲ 히가시노세소학교

사교육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공교육이 발달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일본은 도시와 농촌 상관없이 행정적으로 학교마다 큰 편차가 없도록 비슷하게 교육을 실시한다. 기본적으로 배우는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가정, 체험활동, 특별활동 등 모든 것을 학교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로 노세소학교는 4학년부터 참여할 수 있는 5개의 클럽활동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동계로는 배드민턴, 공, 탁구 등이 있고, 문화계로는 가정, 컴퓨터 활동이 있다. 또한 지역 중학교의 부카츠 활동하는 모습을 탐방하고 배워보며 중학교에 진학하면 어떤 클럽에 들어갈 것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이와 같이 작은학교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빠질 수 없다. 목적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학교가 있다면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아낌없이 지원해 성공할 확률을 더욱 높였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찬성 vs 반대

현재 소규모 학교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과 통폐합을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러 학교를 하나로 합쳐 운영하면 금전적으로 효율은 크지만, 폐교된 학교의 지역 주민들은 큰 손실을 얻기 때문이다.

이찬화 전라남도 화순 능주고등학교 교장은 “학교 자체만 보면 경제논리로 봤을 때 반드시 통폐합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가 있냐, 없냐에 따라 그 지역이 살아날 수도 있고, 죽을 수 있다”면서 “면 단위의 작은 지역은 단 하나의 학교로 인해 활성화된다. 귀농·귀촌으로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오고 있는데 그 지역에 학교가 없다면 학교가 있는 읍으로 가게 되고 소외된 지역은 고령화가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작은학교가 경제적으로 돈이 들어가지만 지역 주민과 연계하여 지역의 특산물과 특성을 살리고 사회적인 활동을 겸하면서 존치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연도별 농가인구 및 구성비 추이. 사진 출처: 전라북도 귀농귀촌 지원 센터

김성인 전 화순 교육복지희망연대 상임대표는 “교육이 도시로 집중되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는 극단적으로 94%가 도시에 살고 있다”면서 “정부의 농촌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농촌의 지역공동체 재생은 무너질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류한호 광주대 교수는 “작은학교는 아름다우나 교육차원에서는 회의적이다. 경제적인 면을 떠나 한 반에 30명은 돼야 교육시스템과 공동체가 원활히 돌아갈 것이다”면서 “보존해야 한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 싶다. 서로 갈등을 겪으며 사회생활을 익혀가는 단계에 소규모는 교육효과도 떨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들의 의견으로 보았을 때 작은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원초적으로 정부의 농촌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교와 지역 주민의 연계와 정부, 지자체에서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의무교육의 충실화, 교육권리 보장, 그리고 농촌지역사회 재건과 같은 시각에서 해결하려 할 때 한국의 교육은 진일보 할 것이다. <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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