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2)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2)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5.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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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위기의 분교가 본교로 승격한 '송산초등학교'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 출산율의 저하 등의 이유로 전남의 농어촌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하다. 도시 또한 신시가지 개발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가 학생수 감소다. 정부는 학교 통·폐합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반면에 현재 지방정부와 교육청, 학부모 등은 작은학교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의 활성화 방안과 발전 방향을 찾고자 국내 농촌지역 작은학교 중, 활성화 되고 있는 순천 송산초교, 강진 옴천초교, 충남 상곡초교, 함양 서상초교와 국외 작은학교인 일본 아키타현 히가시나루세초교, 아키타현 하치모리초교, 아오모리 도와다시 기리타중학교 등을 취재하여 총 9회동안 보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자연에 둘러싸인 송산초등학교

[시민의소리=정선아 기자] 전남 순천시 별량면에 위치한 송산초등학교는 1941년 송산공립국민학교로 개교하여 2000년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로 편입됐다. 폐교 위기였던 송산분교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자발적 실천으로 작은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2011년에는 송산초등학교로 승격하게 된다.

분교에서 본교까지

2007년 9월, ‘공교육 속에서 마음대로 뛰어노는 학교가 이 지역에 필요하다’는 뜻을 가진 몇 명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모여 교육적 실험을 할 거점학교를 찾고, 동시에 그곳으로 전학 올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들은 순천에 여러 학교가 있었지만 본교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처음부터 본교가 아닌 분교를 선택한 데는 전략적인 속내가 있다.

본교는 업무가 너무 많아 교육과정에 투자할 시간이 없었고, 점점 젊은 인구가 빠져 생기를 잃은 농촌을 살리기 위한 취지와 과밀 학급으로 인한 비교육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분교가 최적이었다.

그러다 이들은 2008년 3월 당시 재학생이 11명밖에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별량초등학교 송산분교를 발견한다.

송산분교는 다른 분교와는 달리 2층 건물로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적합했고,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고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포근함을 주는 최적화된 학교였다.

하지만 불편한 일들이 생겼다. 학부모의 뜻과 선생님들의 생각을 모아 만든 송산분교만의 교육에 응하고자 해도 본교 교장선생님의 결재가 이루어지는 체계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또 48명으로 시작된 송산분교가 본교보다 학생이 더 많아지면서 최소한의 인사권을 갖는 교장선생님과 지속적인 교사가 필요하게 됐다.

그래서 본교 추진이 절실해졌다. 이들은 송산분교 본교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분교에서 본교로 격상한다는 것은 전라남도교육청에서는 지금까지 사례가 없었고, 전국에서도 매우 드물었다.

이들은 순천교육청을 방문하여 면담을 한 것은 기본이었고, 목포 도교육청을 학부모들과 방문하기도 여러번이었다. 교육감, 교육국장, 시설국장 등을 만나 본교승격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요청했다. 또한 학교주위 동네이장, 동네주민, 동창회, 시민들을 만나 서명을 받는 등, 위원회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이 모두 나서 노력한 덕에 2011년 전남 최초로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할 수 있었다.

현재는 수많은 입학 요청으로 추첨제를 통해 학생들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자율과 협력을 바탕으로 참 삶을 가꾸는 행복한 학교

송산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학교철학은 ‘자율과 협력’이다. 송산초교의 모든 활동들은 학교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결정하며 실천하는 과정에서, 실패에 대한 쓴 경험도 성장을 위한 좋은 배움의 과정이 될 것이란 철학이다.

그래서 송산은 공동체를 지향한다. 구성원 서로가 경쟁자가 아닌 서로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협력자가 되길 꿈꾸고 있다.

또한 시상제가 없다. 대회도 열지 않는다. 벌점제도나 상점제도도 없다. 상을 받기 위해 친구들과 경쟁하는 게 아닌 자유롭고 스스로 배우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 전체 다모임

모든 교육 활동을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확대했고, 학급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땐 학급 다모임에서 해결하도록 했으며, 학교 전체의 문제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다모임을 벌여 아이들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도록 했다. 다모임에서 결정된 일은 교장선생님도 손댈 수 없다고 한다. 스스로 결정한 일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컴퓨터실, 운동장 등 각 분과를 관리하는 위원회도 학생들이 운영한다. 위원회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송산초교는 2010년 하반기부터는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로 미래지향적인 공교육모델 창출을 목적으로 한 시범 무지개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됐으며, 17년도 현재는 무지개울림학교로 지정됐다.

▲송산만의 창의적 체험활동

2011년 본교로 승격하면서 다양한 체험활동들을 운영하고 있다.

학년별로 단계를 고려한 과제를 선정하여 도전활동을 진행 중이다. 도전을 함으로써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이고 있다. 안전을 고려하여 미리 사전 활동을 하고, 학부모들은 도우미로 지원하고 있다.

▲ 6학년 도전활동, 지리산 종주

1학년은 동천에서 순천만까지 20km 걷기(1박 2일), 2학년은 지리산 둘레길 걷기(1박 2일), 3학년은 무인도 체험(2박 3일), 4학년은 영산강 자전거길 일주(2박 3일), 5학년은 대중교통을 이용한 테마여행(2박 3일), 6학년은 지리산 종주(2박 3일) 등으로 진행된다.

도전활동은 기부활동도 겸하고 있다. 학생들은 도전에 성공하면 부모님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데, 모든 학년의 도전 성과급을 모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세월호, 평화소녀상 등에 매년 기부 중이다. 도전에 성공한 성취감과 더불어 기부에 대한 개념과 남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뿌듯함을 어린 시절부터 경험하고 있다는 데 의미가 커 보인다.

학부모들도 학부모봉사분과를 운영하며 이웃에게 봉사하기 위한 많은 활동을 진행 중이다. ‘사랑의 돈까스 만들기’를 통해 50여명의 학부모들이 직접 돈까스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학생들의 기부에 더해 줬다.

송산 교육프로그램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활동은 ‘프로젝트’이다. 학생의 결정을 존중하는 선택형 무학년제인 목공제작, 음식 만들기, 농사짓기, 신문방송, 수공예, 동물기르기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다.

금요일 5~7교시를 집중으로 1년에 총 60시간 운영한다. 여기에도 학부모들이 지원하여 도와주고 있어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 목공제작부
▲ 농사짓기부

1학년은 아직 미숙하여 모든 프로젝트를 조금씩 체험하며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고, 2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스스로·친구와 함께 계획, 실행, 평가하는 과정을 통해 자가주도적이며 협력적인 학습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몇 년 해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선생님보다 더 잘 알게 됐다고 한다. 농사짓기부의 한 학생은 계절마다 무엇을 심어야 하는 지를 다 알고 있고, 평소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한 학생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보다 어린 학년이나 친구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대화를 나누며 노작활동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저학년은 교육활동보단 자유롭게

▲ 예산문제로 스쿨버스는 전 학년이 한 번에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학생의 과반수가 시내에서 통학하기 때문에 버스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스쿨버스를 운행 중인데 예산이 많이 들기에 다 같이 이동해야 하다 보니 4교시만 하는 저학년은 고학년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애로사항도 있다.

이 같은 경우 다른 학교는 방과 후 수업을 많이 시키는데 이곳은 일주일에 두 시간밖에 하지 않는다. 대신 자유롭게 노는 시간을 준다. 특히 1, 2학년은 노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여기에 불만을 가지는 저학년은 없냐고 물으니 오선영 교무부장은 “그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하니 정말 잘 논다”면서 “교사가 바라보는 눈앞에서 아이들이 행동하는 데 갖는 스트레스가 많다. 이 때만이라도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고 답했다.

일반학교에 비해 사교육도 많이 시키는 편이 아니다. 학교 자체에서도 선수학습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방침이다. 교과수업보다는 예체능이나 영어정도 하는 수준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교육법 ‘배움의 공동체’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명의 아이도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들에게 질 높은 배움을 보장함으로써 교사가 가르치는 게 아닌 학생이 배울 수 있는 수업논의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

상징적 의미로 책상도 일렬로 앉지 않고 ‘ㄷ’자로 앉는다고 한다. 칠판을 바라보는 게 아닌 친구를 보고 선생님을 보며 함께 배우고 성장한다는 취지에서다.

▲ 배움의 공동체를 위해 'ㄷ'자로 앉아 수업을 진행한다.

작은학교 활동이 활발한 일본의 경우 일본공교육을 개혁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교육운동가 사토 마나부가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하며 현재 일본에서는 배움의 공동체 실천운동을 통해 3,000여개의 학교가 바뀌었다.

작지만 가장 경제적인 학교

시설이 낙후되고 학생 수도 몇 없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작은학교의 환경은 아이들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 학교에 비해 예산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원하지 않는 형태일 수 있다. 하지만 작은학교가 갖는 힘은 경제적인 가치보다 훨씬 뛰어나다.

인성이나 자살 등 사회문제가 엄청난데 작은학교는 좋은 교사만 있다면 그런 문제를 훨씬 완화시킬 수 있다. 자연에서 숨 쉬고 뛰어노는 이곳이 훨씬 평화롭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선영 교무부장은 “작은학교로 올 수 있도록 학군이 풀리고 통학비 등에 경제적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며 “ 배척하지 말고 작은학교를 더 강조하여 훨씬 가치 있는 학교로 보여 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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