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8)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8)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7.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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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학교와 농촌 작은학교의 평등한 교육여건 '히가시노세 소학교'
▲ 도요노 정 히가시노세 소학교

오사카부 북부에 있는 도요노 정 지역은 호쿠세치산지 중앙에 있어 해발고도가 약400m~600m로 온도가 오사카에 비해 3℃가량 낮아 ‘오사카의 시베리아’라 불리는 곳이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울창한 자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도요노 정 히가시노세 소학교(이하 노세 소학교)에 도착했다.

노세 소학교는 지난 1872년 설립되어 140여년의 긴 역사를 가진 학교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학교와 통합하고 분리됐으며, 최근 2005년에는 고산 소학교와 통합했다.

▲ 서부지역이 대규모 주택지로 개발되자 동쪽지역은 인구가 많이 감소하고 있다. 사진=서부지역

인구 약 2만 1000여 명이 살고 있는 도요노 정의 동부지역에 있는 노세 소학교 주변은 인적이 드물었다. 약 30년 전 서부지역이 대규모 주택지로 개발되어 신흥 주거 지역으로 부상하면서 동부의 인구들이 서부로 많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노세 소학교 또한 학생 수가 계속 감소하는 추세로 현재 학년 당 한 학급은 각 20명~ 40명가량 유지되고 있다.

도시학교와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의 교육여건은 평등

일본의 소학교 교육제는 문부과학성(교육부)의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에 근거한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행정적으로는 학교마다 큰 편차가 없이 비슷하게 교육이 진행된다.

국어, 수학, 미술, 체육 등 배우는 공통과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체육의 경우 전 학년에 수영과목이 들어있으며, 1~2학년은 사회와 과학을 폐지하고 체험을 위주로 한 생활이라는 과목을 배운다. 3학년부터 사회와 과학을 배우고, 5~6학년은 가정을 실습한다.

특수과목으로 지도라는 개념으로 중학교까지 도덕을 배우는데 각 교과, 특별활동 및 총합적인 학습 시간에 도덕교육을 밀접하게 접목하여 도덕적 실천력을 기른다. 특별활동으로는 학급활동, 학생회활동, 클럽활동, 학교행사 등이 있다.

공부 이외의 풍부한 활동으로 진화된 일본의 공교육

우리나라는 사교육을 많이 하는 편이다. 학원을 5개 이상 다니는 초등학생이 넘쳐나고,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굉장히 높다. 공부가 아닌 이상 성공하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자녀 한 명당 양육·교육비는 약 4억 원을 넘어가고 있어 사교육 거품을 걷어내지 않으면 출생률 또한 절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다보는 이유다.

반면 일본은 공교육이 발달했다. 노세 소학교도 전 학년이 함께 어우러져 하는 활동이 많고, 놀이 위주로 배우는 수업과 체험활동이 다양하다.

일본에서 학교를 다녔던 한국인 양 상은 “일본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못 하면 안 시키고, 공부하라 강요하지 않는다”며 “부카츠 활동(방과 후 활동)과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우니 사교육에 돈을 많이 안 들이는 편이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가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진학’과 ‘취업’으로 나눠진다. 취업에는 가업을 이어나가는 것과 회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뉘는데 일본은 경영하고 있는 기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가업승계가 발달했다. 제조업 분야만 두고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아도 가업승계가 확연히 많다.

아마 일본은 과거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부모의 일을 이어가는 전통이 강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100년 이상 된 기업이 2만 7천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고등전문학교를 쉬쉬하는 우리나라의 학부모들과는 달리 일본은 기술을 중시하여 우수한 기술자를 양성하는 목표를 위해 정부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업무 능력이나 일에 열심히 전념하는 모습 등을 높게 평가하는 수많은 기업들에게 일본의 고등전문학교는 인정을 받아 공교육만으로도 좋은 인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 학교 교육의 큰 특징은 부카츠 활동

노세 소학교는 4학년부터 참여할 수 있는 5개의 클럽활동을 운영하고 있는데, 운동계로는 배드민턴, 공, 탁구 등이 있고, 문화계로는 가정, 컴퓨터 활동이 있다. 또한 지역 중학교의 부카츠 활동하는 모습을 탐방하고 배워보며 중학교에 진학하면 어떤 클럽에 들어갈 것인지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교육체제를 가졌지만 일본 학교 교육의 큰 특징은 부카츠 활동이다. ‘부카츠’란 중학교부터 실시되는 방과 후 활동인데 특수 학생이 아니라 일반 학생에게 적용된다. 중학생은 무려 90%이상, 고등학생은 약 70%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학생들이 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많이 접할 수 있듯이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부카츠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 일본의 부카츠 활동은 학교 생활에서 중요하다.

학생들이 야구, 배구, 검도, 테니스, 음악, 미술, 문학 등 여러 스포츠와 문학 활동을 하는데, 이를 담당할 교사를 어떻게 수급하는지에 의문이 들 수 있다. 모든 분야의 교사를 채용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학교의 교과목 선생님들이 학교 다닐 때 부카츠 활동을 해왔다는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학교다닐 때 농구를 부카츠 활동으로 했던 국어선생님이 농구를 담당하고, 음악을 부카츠 활동으로 했던 영어선생님이 음악을 지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앞서 언급한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학교생활과 더불어 부 활동을 통해 체력 및 사회성과 인성을 갖추면 꼭 수능 같은 입시 시험을 보지 않아도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때 부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을 가는데 지장이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 시간이 없어 부 활동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도요노 정 교육위원회 오다 과장은 “예전에 한국에 갔을 때 학생들이 도시락을 두 개씩 챙기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에 매우 놀랐다”면서 “이 지역은 초·중·고 모두 3시 30분이면 끝난다. 그 후에 초등학생은 지역주민과 연계하는 체험활동을 하고, 중·고등학생은 동아리활동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생·고령화로 높아진 취업률

▲ 일본의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지난 20년간 9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사진 출처=후생노동성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인구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4~5년 전부터 인력난이 굉장히 심해져 구직자 부족시대에 도래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등, 우리나라와 똑같은 과정을 밟고 대학을 졸업하지만 일본의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무려 97%에 육박한다. 마음만 먹고 졸업하면 중소기업 정도는 무난하게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6년 기준 대기업 56.6%, 중소기업 74.7%가 구인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인난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상승률이 대기업을 앞섰다. 일본의 구직자 한 명 당 일자리 수는 1.4개로 0.6의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여러 회사에 동시 합격하여 어느 회사를 갈 것인지는 구직자의 몫이다. 구직자가 기업을 선택하는 상황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적인 상황이다.

또한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에 있어 하청관계가 널리 보편화되어 있어 상호보완관계를 이룬다. 주로 부품생산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납품을 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후리타’라고 지칭하는 생계형 아르바이트족이 굉장히 많은데 최근 주요 3개도시(도쿄, 오사카, 요코하마)의 시급은 1000엔(한화로 약 만원) 가량 높아져 파트타임 대신 아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인건비보다 구인문제가 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일본 농산어촌, 인구 감소는 막지 못해

일본의 농촌주택은 전원주택과 같은 느낌으로 살기에 괜찮아 보인다. 정부와 행정기관, 교육청 등이 농촌의 거주 여건 개선과 교육 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탈농현상이 일어난 60년대부터 정부는 농촌의 인프라, 즉 도로, 교육, 복지시설 등에 투자를 지속해 왔고 도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로망을 구축했다.

또한 전국 시골에 정(면) 단위로 재벌기업의 산하 기업이 1사씩 골고루 배치되어 있으며, 시골의 중소기업이라도 취업의 안정과 평생 정년이 보장된다. 행정은 이를 철저히 감시하고, 외국근로자들은 되도록 들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일본 고졸 청년들은 대학에 가지 않고 내 고장 기업이나 지역 상점 취업 또는 부모의 자영업을 계승하는 경우가 많다. 정규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우리나라의 1/3수준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의 귀농, 귀촌정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다. 일본은 한국과 다르게 농업 정책 지원시스템이 일원화 되어 있고 근본 체계부터가 다르다. 

우리나라 농산어촌에 비해 일본이 상대적으로 더 부유하지만 전국적으로 감소되는 인구로 인한 학교 통폐합은 막을 수 없었다. 오다 과장은 “동쪽 지역이 인구가 줄면서 통폐합을 진행했지만, 규모가 커져도 학생 수는 늘지 않았다”면서 “통폐합으로 지역에 피해가 가고 참 어려운 문제다”고 토로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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