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4)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4)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5.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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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도 할수있다" 서상초등학교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 출산율의 저하 등의 이유로 전남의 농어촌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하다. 도시 또한 신시가지 개발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가 학생수 감소다. 정부는 학교 통·폐합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반면에 현재 지방정부와 교육청, 학부모 등은 작은학교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의 활성화 방안과 발전 방향을 찾고자 국내 농촌지역 작은학교 중, 활성화 되고 있는 순천 송산초교, 강진 옴천초교, 충남 상곡초교, 함양 서상초교와 국외 작은학교인 일본 아키타현 히가시나루세초교, 아키타현 하치모리초교, 아오모리 도와다시 기리타중학교 등을 취재하여 총 9회동안 보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서상초등학교

경상남도 함양군은 1개의 읍과 10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읍에는 총 3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 두 학교의 학생 수는 500여 명에 이르지만, 면 단위 초등학교는 5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각 면마다 2~3개의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인구수 감소로 인해 경남도의 면 단위 초등학교들은 각 면당 하나로 통폐합됐다. 단, 복식학급은 금지하는 선 안에서다.

1,900여명이 살아가고 있는 함양 서상면에 위치한 ‘서상초등학교’는 99년에 옥당초와 덕남초를 서상초로 통폐합했다. 세 개의 학교가 합쳐졌지만, 학생 수가 서서히 감소하여 지금은 총 43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교육은 환경, 시설이 중요

학생 수가 적은 면 단위 학교라 하여 학교시설에 대한 기대감은 없었다. 그러나 서상초 교문을 통과하면서 드러난 잔디밭과 세련된 외관에 꼭 작은학교가 시설이 좋지 않다는 편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서상초는 지난 2010년 ‘농산어촌 전원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약 20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학교 외관부터 내부까지 도시의 큰 학교보다 월등한 시설을 갖췄다.

*전원학교: 자연친화적 환경과 첨단 e-러닝시설을 바탕으로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학생이 돌아오는 농어촌 학교 성공모델 육성하기 위해 정부에서 예산 지원한 사업

교실 내부는 면역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공기청정 등에 좋은 편백나무로 이루어져 성장기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수업받기 좋은 쾌적한 환경이었다. 이 외에도 전자칠판, 태블릿 pc 등 스마트화 되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 편백나무로 지어진 교실
▲ 편백나무로 지어진 도서관

‘서상초’만의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은 골프와 연극

서상초는 타 작은학교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동아리 활동을 진행 중이다. 학교 근처에서부터 보였던 녹색 골프장이 그 증거다.

골프 대중화로 학교에 골프가 초등교육과정으로 들어오고 있다. 골프 수업 여건 및 환경 조성이 어렵기에 도시 학교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지만, 서상초는 작은학교라는 악조건을 기회삼아 골프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 야외 골프 연습장

인근 골프장과의 MOU를 통해 학교내 45m 5타석의 야외 골프 연습장을 설치했다. 방과후 전교생에게 골프교육을 실시하고, 골프존 스크린 골프 회사의 골프 지원 사업에 지원하여 실내 스크린 골프 연습장까지 기증받는 성과를 거뒀다.

전교생이 학교방과후 수업을 통해 골프라는 스포츠를 경험하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골프에 소질과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골프 동아리를 편성,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근 골프장과 MOU를 통해 필드에서 활동 및 레슨도 함께한다. 주민들도 활용할 수 있어 그 지역의 체육, 문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서상초는 교육과정 운영에 관해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그 결과 학부모와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서상초의 핵심 ‘꿈돌이 연극 교실’이었다.

12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으며, 학생들의 꿈을 성장시키고 연극이 교실 수업 속의 일부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여 현재는 그 결실을 맺고 있는 단계다.

연극과 연계 활동으로는 꿈나래 문화체험학습, 학생 연극 동아리, 여름 방학 연극 캠프, 꿈돌이 연극 축제 등이 있다.

학생 연극 동아리에 선발된 학생들은 ‘경남 어린이 연극제’에 맞춰 학생들이 직접 대본을 만들고, 무대 동선, 소품제작, 연습 등을 하고 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꿈돌이 연극 축제 또한 학생들이 음향부터 소품, 대본까지 직접 참여한다. 연극을 펼치는 강당 역시 조명부터 음향까지 최신으로 갖춰져 있었다.

▲ 꿈돌이 연극 축제

매년 진행되는 연극 활동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내공이 쌓여 후배들을 도와주며 이끌어가고 있다. 정병주 선생은 “이처럼 다양한 활동들로 학교 전체가 연극에 참여하다보니 학생들 간의 협동심과 사회성도 길러지고 정서도 순화된다”며 “학생들의 말하기,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 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골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일러스트’를 다루는 동아리도 있었다. 컴퓨터, 태블릿PC 등 갖추어진 조건들을 활용하여 가르치려는 선생님들의 면목과 열정이 보였다. 아무래도 서상초는 젊은 층의 선생님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이러한 면에서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일러스트 동아리는 크게 교사동아리와 학생동아리라는 두 가지 줄기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 일러스트 동아리는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그림을 이용해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각적 생각(visual thinking)에 대해 배운다. 이를 토대로 교사가 교실에서 필요한 학습 자료를 직접 제작하여 창의적인 학급경영을 할 수 있도록 배움을 나누고 있다.

학생 일러스트 동아리는 현재 3학년에서 6학년까지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보며 재료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다른 기법으로 다른 느낌의 그림을 그려보며 예술적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직접 제작한 소품은 인근 지역의 플리마켓 등에서 판매해보는 체험위주 교육도 함께한다.

모든 교육 공동체가 실질적인 학교의 주인

10년 전까지만 해도 선생님이란 학생들에게 어려운 상대였다. 또 학부모들은 선생님을, 선생님은 학부모를 마주치는 일이 적었다. 약 10년 전 초등학교를 다녔던 광산구에 사는 이 모씨(23)는 “아무래도 선생님과 사적으로 이야기 해본 경험이 손에 꼽혔고, 체벌제도가 있던 시절이라 어려운 상대 였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큰 학교의 경우 현실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피부에 와 닿을 만큼의 관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기에 딱딱한 느낌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작은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보니 학생과 교사, 교사와 학부모간 마주치는 기회가 많다. 서상초는 ‘봄놀이 한마당’이란 운동회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학부모, 교사, 가족, 심지어 주민까지 참여시킨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에도 학부모,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으므로 모든 교육 공동체가 실질적인 학교의 주인이 된다는 이점이 있다.

▲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봄놀이 한마당'

학교 책임자인 교장·교감과 교사들 간의 관계도 중요했다. 사람마다 교육 스타일이 있고, 성격이 달라 어떤 교장·교감이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교사들의 역량이 다르게 발휘됐다.

서상초 안창남 교장의 경우 교직원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 교장은 “교장이란 자리는 교직원을 비롯해 모든 학교 구성원들을 도와주는 역할이며 지시하는 게 아니라 밑받침 해주는 것이다”면서 “소통, 대화,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 큰 간섭은 하지 않는 게 저의 원칙이다”고 말했다.

또한 안 교장은 외부사업을 따오지 않고, 기존에 편성된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하자는 주의다. 안 교장은 “해야 할 것이 많아지면 교직원들의 머리가 복잡해지고 아이들에게도 스트레스다”면서 “지금의 교육 프로그램에 새롭게 추가하지 않고, 하던 것을 보충·보완, 다듬어 나가는 게 목표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부드러운 성격에 교직원들은 자유롭게 학교 교육, 예산, 업무 등을 편성하고, 자신이 추진하고 싶은 활동을 큰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다고 한다. 교직원들은 입을 모아 “주변 동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학교”라고 강조했다.

서상초가 말하는 아쉬운 점은 앞서 보도한 작은학교와 마찬가지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각종 도내 행사 및 대회에 참여할 때 인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육을 위한 예산지원 꼭 필요하다

학교가 사용하는 예산과 일반 행정이 사용하는 예산은 천지차이다. 학교행사는 몇 십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정도 사용하지만, 외부행사의 경우 고작 며칠의 행사동안 적게는 몇 백만 원에서 많게는 몇 억씩 들어가는 게 사실이다.

안 교장은 “옛날엔 학교가 선도적으로 좋은 기자재를 들여왔지만, 지금은 일반 행정기관에 비해 노화된 게 많고, 시설이 많이 뒤쳐져 있다”며 “서상초는 전원학교로 예산을 지원받아 멀쩡하지만, 다른 시골의 학교를 보면 너무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병국 교감은 “도회지 학교에 비해 문화혜택을 못 받으면 현장학습을 통해 문화적 시각을 키워줘야 하는데 그러기엔 예산이 부족하다”며 “가정형편이 어려울 경우 아예 나갈 수가 없어 작은 학교는 현장학습 예산에 대한 지원을 더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경상남도 읍 단위 학교의 경우 방과후 프로그램 비용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어 학교는 부담이 없지만, 소규모 학교는 방과후 프로그램도 학교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안 교장은 “방과후 교육프로그램, 현장학습 등의 비용을 학교가 전부 부담하다보니 유지하려면 빠듯하다”며 “학부모님들의 부담은 덜어줘서 좋지만, 작은학교를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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