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5)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5)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6.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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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 출산율의 저하 등의 이유로 전남의 농어촌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하다. 도시 또한 신시가지 개발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가 학생수 감소다. 정부는 학교 통·폐합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반면에 현재 지방정부와 교육청, 학부모 등은 작은학교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의 활성화 방안과 발전 방향을 찾고자 국내 농촌지역 작은학교 중, 활성화 되고 있는 순천 송산초교, 강진 옴천초교, 충남 상곡초교, 함양 서상초교와 국외 작은학교인 일본 아키타현 히가시나루세초교, 아키타현 하치모리초교, 아오모리 도와다시 기리타중학교 등을 취재하여 총 9회동안 보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상곡초등학교

충청남도 금산군 군북면에 위치한 상곡초등학교는 지난 2009년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되어 아토피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너도나도 보내고 싶어 하는 학교로 거듭났다.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되기 전 숲 속에 있다시피 한 벽지학교 상곡초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 위기에 처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 당시 교장이 주변 청정한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아토피를 치유하는 학교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하면서 아토피 안심학교가 출발하게 됐다.

복식학급이었던 교실에 교직원들이 황토 벽돌을 쌓아올리고, 환경정화식물을 30그루씩 심어 숲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상곡초는 현재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됐고, 여러 방송과 소문을 듣고 학생들이 찾아와 3학급뿐이었던 학교는 현재 각 학년 당 1학급씩 6학급을 이루고 있다.

청정자연을 활용한 아토피자연치유마을

▲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현재 상곡초에는 46명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그 중 6명만이 그 지역 토박이 학생이다. 그 외 40여명은 제주도, 강원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아토피를 치유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이다.

외부에서 찾아온 학생들이 낯선 외지에서 살아가려면 주거환경이 가장 중요했다. 이에 금산군은 지난 2010년부터 상곡초 바로 옆 부지에 산을 깎아 아토피 치유를 위한 황토치유방을 가진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조성했다.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은 금산군이 2011년부터 금산의 청정자연을 활용한 전국 최고의 아토피 자연치유 메카조성을 위하여 환경성질환(아토피, 천식)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토피 가족들이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조성한 마을이다.

금산군은 또한 성남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아토피치유방 5개동에 대해 3억 원을 지원받는 대신 25년간 성남시민에게 우선입주권을 선사하기도 했다.

현재는 월 15만 원이란 저렴한 임대료에 입주하려는 환우들이 넘쳐나고 있고, 자리가 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황토치유방에서는 환우가 중학생까지 지낼 수 있다. 상곡초에는 병설유치원도 있어 학업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근처 아토피 안심학교인 제원중에 진학할 수 있다. 제원중 통학버스가 치유마을까지 오니 통학에도 문제가 없다.

아토피자연치유마을에 대해 박동철 금산군수는 “금산군은 지자체간 최초의 아토피 관련 업무 협약을 통해 새로운 연계협력모델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건강도시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며 “아토피 치유마을의 건실한 운영으로 치유메카의 길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달라진 학교시설

상곡초는 지난 2015년 준공을 끝낸 신축학교다. 충남도교육청과 금산군이 대응투자해 총예산 33억6천8백497천 원(도교육청 2,538,497천 원, 금산군 830,000천 원)을 들여 2014년 10월 착공했고, 건축면적 1,379.8m²에 일반교실 6실, 유치원실 2실, 특별교실 5실 등 총 31실을 지어 2015년 10월 완공했다.

교실, 급식실, 치유센터, 도서관 등 학생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모두 황토흙과 편백나무로 벽과 천정, 바닥 등을 친환경 자재로 마감하고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운동장의 흙에서 기준치를 넘지 않는 불소가 검출되었지만 흙 전부를 교체하는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토피 아이들은 환경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도 중요했다. 이에 상곡초는 식재료의 질을 가장 중요시하며 아토피 학생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식단을 작성했다. 또 아토피로 민감한 아이들별로 음식에 따라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달라 맞춤식 급식도 제공하고 있다.

식수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6개의 필터를 거치는 정수기를 설치하여 일반 생수의 노폐물을 제거시켜 급식에 사용했다. 미세한 필터를 통과해야하니 생산되는 양이 적어 학교의 아이들에게만 제공된다.

아토피가 심한 아이들은 환부가 가려워 긁게 되고 진물이 흐르는데 진물이 마른자리엔 딱지가 생겨 팔과 다리를 굽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를 둔 부모들은 힘들어하는 아이를 위해 아토피에 좋다는 모든 방법을 사용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아이의 치료를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써봐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부모들이 자연치유마을을 찾아와 살면서는 효과를 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도시에서도 했던 똑같은 치료들을 받았는데도 눈에 띄게 아이들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란영 교감은 “처음 학교에 온 아이들의 상태가 굉장히 심했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좋았다 심했다 반복하다보니 1년 후 아이의 상태가 몰라보게 나아지고 있었다”면서 “같은 치료를 받았는데도 효과가 빨리 나오는 이유는 역시 청정한 자연환경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황토흙과 편백나무로 마감한 교실

치료 위해 아토피 치유센터 운영

상곡초의 보건실은 아토피 치유센터다. 학교 뒤편에 자리한 치유센터는 황토주택을 연상시켰다. 학생 대다수가 피부질환을 앓고 있어 대전대 한방병원의 ‘자운고’ 연고와 천연 보습제가 구비되어 보건사가 직접 발라준다. 또 한 달에 한번 대전대 한방병원에서 의사와 진담사가 찾아와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의 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자외선 조사기, 아토피 검사기가 구비되어 있어 치료받기가 쉬었으며, 땀에 취약한 질환이라 목욕탕을 설치해 샤워와 족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산골이라 목욕탕을 가려면 읍내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주 2회 주민들에게도 개방한다.

불안정한 아이들 정서 해결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학교 친구들로부터 받는 상처는 심하다. 외면적으로 진물이 흐르고 딱지가 지다보니 어린 아이의 마음에 친구들의 놀림은 큰 정서적 불안감을 안겨준다. 그러다보니 등교를 거부하고 결석을 자주 하게 된다. 가려움에 잠을 못자 스트레스가 쌓여가기도 한다. 이런 아이를 보는 부모의 심정은 찢어지기 마련이다. 이처럼 여러 고생을 겪은 아이와 학부모는 상곡초에 진학하며 많은 변화를 느낀다고 한다.

김란영 교감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피부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에 놀리는 친구들이 없고 서로를 이해한다”며 “학부모와 면담의 기회도 잦아 선생님이 아이의 특성을 잘 알고 돌봐주니 아이들이 더 편안해 한다. 이는 소규모 학교의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특징은 등교시간이 자유롭다는 거다. 가려움에 잠을 못 자 이른 새벽에 잠이 든 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학부모는 담임선생님에게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남기면 ‘천천히 오세요’라는 답장에 안심할 수 있다.

심신을 치유해야 할 아이들을 위해 방과 후 활동으로 오케스트라와 동요, 피아노 등을 운영 중이다. 군에서 악기지원비를 받아 아이들의 체형에 맞게 악기를 무료로 맞춰준다.

▲ 오케스트라 활동

학교의 특성에 맞는 운영해야

웬만한 의지와 결심을 가지지 않고서는 살던 곳을 떠나 벽지로 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의 큰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일까? 이 마을엔 주말부부로 지내는 가정이 대다수다. 엄마와 아이만 치유마을에서 산다는 얘기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학교에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이를 이해한 학교는 주변에 학원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방과 후 학교를 4시 30분까지 운영한다.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다모임을 결성하여 학교운영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학부모들도 각기 다재다능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또 선생님들은 학부모와 밴드를 결성해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학교 바로 옆에 모든 학부모와 학생이 마을을 이루며 살고있다 보니 전 학년 학생과 학부모가 두루두루 친하다. 아이들의 활기찬 소리에 주변 주민들은 “학교가 없어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사람 사는 것 같다”고 소감했다.

주민과 학교의 관계에 대해 김 교감은 “주민들도 학교에 책임 질 필요가 있다. ‘마을공동체 학교’를 운영하여 주민들과 활발한 화합이 되도록 시도해볼 예정이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상곡초는 아토피 안심학교로 자리 잡았지만 앞으로 자연환경을 이용해 생태체험, 숲체험, 야영활동 등 또 다른 특성화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김 교감은 “학교의 특성에 맞는 운영을 해야 통폐합을 피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아이들의 창의·인성 교육을 위해선 이만한 환경이 없다. 도시의 아이들을 분산시켜 숨통 트이게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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