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3)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 활성화 방안 찾기(3)
  • 정선아 나은자 기자
  • 승인 2017.05.2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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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산촌 강진 옴천초등학교
산업화로 인한 이촌향도, 출산율의 저하 등의 이유로 전남의 농어촌지역은 고령화가 심각하다. 도시 또한 신시가지 개발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는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 중 하나가 학생수 감소다. 정부는 학교 통·폐합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반면에 현재 지방정부와 교육청, 학부모 등은 작은학교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전남 농어촌 작은학교의 활성화 방안과 발전 방향을 찾고자 국내 농촌지역 작은학교 중, 활성화 되고 있는 순천 송산초교, 강진 옴천초교, 충남 상곡초교, 함양 서상초교와 국외 작은학교인 일본 아키타현 히가시나루세초교, 아키타현 하치모리초교, 아오모리 도와다시 기리타중학교 등을 취재하여 총 9회동안 보도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 옴천초등학교

[시민의소리=정선아 기자] 강진군 옴천면은 친환경 농업 특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인구 800여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산업화로 인해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를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 내 유일한 옴천초등학교는 4년 전 학생 수가 줄어들며 폐교위기에 처하게 됐지만, ‘산촌유학’이란 프로그램으로 위기를 벗어나 새로운 교육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연과 하나 되는 산촌유학

폐교 위기 당시 공모제를 통해 전임한 임금순 전 교장은 지역의 큰 이점인 청정 자연 속에서 폐교를 막을 해결방안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도시의 아이들이 부모를 떠나 무공해 환경 속에 살면서 산촌학교에 다니는 장기 체험활동 프로그램인 ‘산촌유학’이었다. 올해 새롭게 공모제를 통해 전임한 최용 교장은 임 전 교장을 이어서 옴천초를 발전시키는데 노력 중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산촌체험학습, 주말 행복학교, 반딧불이 저녁교실 등 청정 자연 속에서 생활하면서 감수성과 창의성을 기르고, 내면의 성장을 돕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있다.

현재 옴천초 앞에는 작년에 개장한 ‘옴냇골 산촌유학센터’가 위치해 있다. 그 전에는 유학을 온 아이들이 주민들의 위탁가정에서 생활했지만, 지자체, 지역민, 학교 등의 많은 도움으로 협동조합 형태를 이뤄 학교와 연계하여 밀착 관계로 진행되고 있다.

센터장 외 직원 1명이 공부방, 요리교실, 체험활동 등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힘쓰고 있다. 도시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학생들은 이곳에 와 선생님들의 배려와 지도를 받으며 긍정적으로 많이 변화했다고 한다.

총 40여명의 학교 학생들 중 유학생은 15명으로 5명은 유학센터, 10명은 귀촌 온 가정의 자녀들이다. 본래 귀촌은 정착기금을 지원받을 수 없지만, 긍정적인 군수의 도움으로 유학센터 학생은 20만원, 귀촌 학생은 25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임금순 전 교장은 센터를 운영하는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을 센터장으로 추천했다. 센터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군데 취업원서를 넣는 상황에 전 교장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어요. 아이들을 좋아하던 저에겐 적성이 맞았죠”라며 “그 덕분에 상업고를 나와 대학에 진학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 일을 시작하면서 관련된 대학(사회복지과)에도 다니며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말했다.

‘옴천초’의 특색있는 프로그램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반딧불이 마을학교’이다. 마을학교가 관심학교로 떠오른 현재, 학교일정이 끝난 방과 후 마을과 학교의 인적구성원들이 학생들을 위해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학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체육 부분에 강점을 두고 독서토론, 공예, 일본어, 중국어, 놀이수학, 회화교실, 뉴스포츠, 건강교실 등 화요일과 목요일, 주중 2번 5시 40분부터 7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많이 있어 일본어, 중국어 등의 경우 학부모들이, 건강교실은 바로 옆에 위치한 보건소 소장이 직접 와서 가르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놀이교실, 부족한 학력을 관리할 수 있는 토요공부방, 요리교실 등 토요일에도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오전을 보내고 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하루에 1시간 40분의 자유시간을 통해 천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놀고 뛰며 자유분방하게 많이 노는 것이 아닐까싶다.

초기의 통학버스는 폐교가 된 곳의 아이들을 통합된 학교로 이동시키는데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는 전교생이 이용하게끔 통학로를 결정하여 통학시키고 있다.

일찍 마치는 1, 2학년은 요즘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돌봄교실 후에 4시 50분에 출발하는 하교버스를 이용하지만, 아이들을 돌볼 수 없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좀 더 돌봐 달라고 요청하여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엔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을 데리러 온다.

최용 교장은 “학교는 교육기관이지만 학생들을 돌봐주는 보육기능도 함께하는 상황이다. 모든 학교에서 돌봄기능이 강화되고 있고, 학교에서는 농사일로 바쁘신 학부모들을 위해 돌봄시간을 가능하면 책임져주는 방향으로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힐링산촌 체험을 통한 건강한 자연인 기르기

옴천초는 학교 주변이 전부 청정구역이고 숲으로 되어 있어 깨끗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옴천초는 이를 활용해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숲길 걷기, 명상, 탐구 등 ‘숲체험 활동’을 연 10회 구성하여 진행 중이다.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체험, 버섯 종묘 나무에 키워보기, 꽃을 이용한 차 마셔보기 등, 숲을 체험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성표현을 위해 그림, 글, 시, 노래 등으로 표현해보는 활동도 연계하고 있다.

▲ 해설사와 연계하여 '숲 체험'의 수준을 더 향상시켰다.

숲에 대한 설명은 선생님들의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용 교장은 인근을 발로 뛰어 ‘숲 해설사’를 섭외해 연계하기도 했다. 최 교장은 “아이들이 평소엔 여러 종류의 나무가 학교에 있지만 관심 있게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숲체험을 통해 나무줄기에 귀도 대보며 살아있는 생명체를 느껴보게 됐죠”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유치원에 숲이 없으면 허가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숲활동이 굉장히 중요시 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관심이 높아지며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교장은 “4차혁명으로 앞으로 직업에 대한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복잡한 생활 속에 다시 부각되는 부분 중 하나가 농업과 임업이라 생각된다”며 “사람들이 숲에 기대고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숲을 이용한 다양한 활동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 매실청 담기
▲ 모내기 체험

이외에 농·산촌 체험활동으로 학교 안의 매실나무를 이용한 매실청 담기, 모내기체험, 딸기 수확체험 등 주변환경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을 진행 중인데, 도심에선 소풍을 가야만이 할 수 있는 체험을 이곳에선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바른 심성은 어떤 프로그램과 견줄 수 없는 장점

도시 학교의 경우 다양한 친구들과 사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그 관계가 원만하면 좋으나 왕따, 소외 등의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도시에서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이곳에 왔을 때 굉장히 긍정적으로 변해간다는 말은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졌다는 방증이다.

소수이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 별로 관리해주고 신경써줄 수 있다. 어떤 친구의 표정만 봐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수 있어 상담이 가능하고, 학력적으로 어려워하면 1:1로 지원, 지도해줄 수 있는 것 등은 굉장한 장점이라 판단된다.

반면 도시 주변에는 다양한 교육적인 부분을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 문화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있고, 사교육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데 비해 소규모의 학교는 이런 면에 있어 애로가 따른다는 단점도 있다.

최 교장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지만, 우리학교와 같이 자연스레 자연을 닮아가고 배워가며 성장하는 바른 심성은 어떤 프로그램과 견줄 수 없는 큰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프로그램보단 의미 있게 기존 프로그램 강화

앞으로의 교육계획에 대해 최 교장은 “새로운 여러 프로그램을 생성하기보단 학교는 학생들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하는 곳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무조건적으로 던져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미 있게 제공되고 아이들이 그 프로그램으로 바르게 성장하는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힐링산촌체험 ‘숲체험’을 국어, 미술, 음악 등 예술표현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좀 더 섬세히 다듬고 의미 있게 적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다양한 체험도 좋지만 독서교육을 의미 있게 제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최 교장은 “예전엔 무조건 지식을 외우면 됐지만, 이제는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로 관점이 바뀌어가고 있다”며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에 흥미를 갖고 궁금해서 읽도록 독서교육을 다양하게 제공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독서교육 전문가를 초빙하여 선생님들과 컨설팅을 가질 예정이며, 책을 읽기에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기초학력이 정착되도록 전문가와 컨설팅을 받아 현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교육을 경제논리로 해석해선 안 돼

작은학교 학생 수는 다 합해봐야 도시 학교의 한 학급에 지나지 않는다. 경제논리로 교육을 본다면 전남에 있는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

시골에 있는 작은학교들은 교육기관이면서 그 지역의 문화센터로의 기능을 같이하고 있다.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지역에선 굉장히 의미가 있다.

최 교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보면 농촌이 살아야 된다”며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농촌이 살아갈 수 있는 정책에 의해 자생력을 가지며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 전체적인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통폐합만 보려하지 말고 자생력을 갖고 학생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적인 지원을 어떻게 해줄지에 대한 정책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면서 “작은학교들이 독특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정적으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청했을 때 흔쾌히 지원해주면 모든 교직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거다”고 바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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