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4) 푸른길을 은하수로 수놓자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4) 푸른길을 은하수로 수놓자
  • 문상기,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11.2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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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동, 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대인시장, 양림동 등지를 통합폴로 연결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잘 만들어진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는 전제아래 광주광역시에도 그런 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이번 기획취재는 시작됐다.

지난 8월 3일 첫 연재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3개월 21일이 흐른 셈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명하다고 알려졌거나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거리 6곳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로스엔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6곳을 보도했다.

각각의 거리마다 아쉬움이 남는 면이 조금씩 있었지만, 대부분의 거리가 이번 기획취재의 방향과 맞아떨어졌다. 각각의 거리는 해마다 적게는 수십만 명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개장 76일 만에 약 320만 명이 다녀간 ‘서울로7017’은 차가 다니던 고가도로를 산책로로 완전히 탈바꿈시킨 거리다. ‘서울로7017’이란 이름은 1970년에 만들어져 2017년에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새롭게 탄생한 역사적 고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차도를 걸을 수 있는 길로 시민들에게 돌려줬다는 점과 계획적으로 4m 높이의 111개 ‘통합 폴을 설치해 ‘짙푸른 은하수’를 재현한 몽환적 분위기의 야경을 연출해냈다는 점은 광주시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차도를 걸을 수 있는 길로 시민들에게 돌려줬다는 점과 계획적으로 4m 높이의 111개 ‘통합 폴(조명·태양광·CCTV·비상벨·WiFi 등이 함께 설치된 가로등)’을 설치해 ‘짙푸른 은하수’를 재현한 몽환적 분위기의 야경을 연출해냈다는 점은 광주시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몽환적 분위기의 야경은 광주시에서도 눈여겨볼 대목

게다가 ‘서울로7017’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남대문시장과 명동을 곁에 두고 있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보였다. 다만 여름철과 겨울철에 무더위와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였다.

연간 60여만 명이 다녀간다는 인천 자유공원길과 송월동 동화마을, 차이나타운 거리 등의 코스는 약 4Km 정도로, 걸어서 한 바퀴 도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다.

이 거리는 지역 내에 스토리가 있는 풍부한 문화적 자산들과 여기에 색다른 볼거리와 먹거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걷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만 먹거리들의 비중이 너무 높은 반면 힐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과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되면서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몰아내는 현상)은 문제로 보였다.

부산은 지난해 160여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는 감천문화마을과 연계해 아미골비석문화마을, 임시수도 기념거리 등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늘려가고 있다.

▲ 부산의 경우 세계적인 마을로 부상한 감천문화마을에 머무르지 않고, 인근에 아미골비석문화마을,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조성해 확장시켜간 점은 광주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으면서 세계적인 마을로 부상한 감천문화마을에 머무르지 않고, 인근에 아미골비석문화마을,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조성해 확장시켜간 점은 광주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걸을 수 있는 길의 확장은 광주시에 시사하는 바 커

다만 감천문화마을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과 현지 주민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점, 관광객들이 감천문화마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한편 아쉬움으로 남았다.

대전시가 ‘걷고 싶은 길 12선’을 선정해 발표한 때는 전국적으로 한창 올레길 붐이 일었던 2012년이다. 이렇게 선정된 대전의 ‘걷고 싶은 길 12선’은 ‘웰빙길’, ‘낭만길’, ‘역사문화길’, ‘생태환경길’ 등 4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낭만길로 선정된 시청 앞 가로수길은 시청 앞~샘머리공원~대전정부청사 광장~샘머리공원~시청 앞 등을 도는 2Km의 코스다. 아트 빛 터널과 가을철 느티나무 단풍이 특히 아름다워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는 길이다.

덧붙여 정부대전청사 앞 자연마당이 조성되면서 대전시청 앞에서부터 시작된 걷고 싶은 길이 우성이산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신호등으로 연결이 끊기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은 조속히 강구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경주시는 2011년 월정교~오릉~천관사지~포석정~삼릉 등으로 이어지는 7.8㎞의 ‘삼릉 가는 길’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관광 탐방길로 조성했다. 이 ‘삼릉 가는 길’은 신라의 시작과 끝을 엿볼 수 있는 경주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길이다. 이 길이 아우르는 시간은 신라 천년의 역사다. 이 길 위에는 신라의 시작인 박혁거세 거서간이 탄생한 ‘나정’이 있고, 신라의 종말을 상징하는 ‘포석정’도 있다.

월정교는 현재 누각공사가 한창이고, 천관사지 등은 곧 복원될 예정이란다. 앞으로 복원된 이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되는 길이다.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를 더해가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재방문 유도하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볼거리 더해야

강릉시에서는 춘향전의 모티브인 신라시대 경주 무월랑과 강릉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월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강릉역에서부터 부흥마을(박씨공예)까지 2.6km로 폭은 20m다. 지금쯤 거의 완성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 월화거리는 폐선부지를 자동차도로나 주차장으로 만들지 않고, 시민들에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돌려줬다는 점에서, 새로 지어지는 강릉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기존의 관광지로 유명한 중앙시장까지 걸어서 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월화거리는 폐선부지를 자동차도로나 주차장으로 만들지 않고, 시민들에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돌려줬다는 점에서, 새로 지어지는 강릉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기존의 관광지로 유명한 중앙시장까지 걸어서 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한 철도 때문에 동서로 단절된 시가지의 소통 및 화합에도 월화거리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월화거리 주요지점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계획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크게 하는 대목이다.

연간 800만 명 이상이 찾는 LA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에는 현재는 2600개가 넘는 별들이 인도에 새겨져 있다. 길이는 2.5Km인데 스타들의 입성에 따라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거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로먼스 차이니즈 극장(Grauman’s Chinese Theater)은 톱스타 200여 명의 손도장과 발도장으로, 돌비 극장 및 하이랜드 센터 몰(the Dolby Theatre at the Hollywood & Highland Center mall)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던 극장과 쇼핑몰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별모양의 플레이트가 이 거리에 존재하는 한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것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급속히 적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다지 길지 않은 2.5Km의 구간이 전체적으로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걷고 싶은 길이 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요소의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해 보였다.

▲ 연간 800만 명 이상이 찾는 LA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에는 현재 2600개가 넘는 별들이 인도에 새겨져 있다. 길이는 2.5Km인데 스타들의 입성에 따라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요소의 추가적인 개발 필요

또한 미국 LA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심 관광 명소 중 하나로 로데오 드라이브(Rodeo Drive)가 있다. 로데오 드라이브는 비단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명품 브랜드 거리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최고의 명품을 판매한다는 거리의 성격이 분명하고, 하나같이 다른 고급스러운 건축미와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어울려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이 늘고 있고, 일부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의 구매로 매출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LA의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와 그와 연계된 다운타운의 거리는 관광객들에게 쇼핑, 산책, 영화 관람 코스 등의 명소로 각광받으며,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코스가 되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더구나 미국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산타모니카 해변과 인접해 있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톡톡하다.

▲ LA 서부에서 가장 큰 쇼핑 지역으로 유명한 서드 스트리트 프롬나드는 400m 가량의 자동차 없는 보행자 전용 도로다. 산타모니카시의 의도성이 짙게 엿보이는 이 거리는 광주도 참고할 만하다. 손수레를 모티브로 동일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노점들과 버스커들의 수준급 연주는 거리의 멋을 더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특히 LA 서부에서 가장 큰 쇼핑 지역으로 유명한 서드 스트리트 프롬나드(3rd street Promenade)는 400m 가량의 자동차 없는 보행자 전용 도로다. 산타모니카시의 의도성이 짙게 엿보이는 이 거리는 광주도 참고할 만하다. 손수레를 모티브로 동일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노점들과 버스커들의 수준급 연주는 거리의 멋을 더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의도된 자동차 없는 보행자 전용 도로는 참고할 만

샌프란시스코의 중심 도로 중 하나인 기어리 스트리트는 초기 도심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건축물들이 많아 걸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게다가 명품과 브랜드숍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등이 즐비해 쇼핑과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함께 잡을 수 있는 길이고, 아울러 주변의 다운타운 거리와도 가까워 함께 걸어볼 수 있는 길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니온 스퀘어(Union Square)는 쇼핑과 관광의 출발점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거리가 너무 지저분하다는 점은 몹시 아쉬운 대목으로 남았다.

다음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롬바드 스트리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도, ‘세계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길’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기록으로도 유명한 길이다.

이색적인 디자인과 일 년 내내 관리를 받고 있는 12개의 화단은 구불구불한 롬바드 길을 마치 한 폭의 그림으로 바꾸어 놓는다. 화단의 꽃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멀리 내려다보이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롬바드 스트리트는 정말 아름다운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 롬바드 스트리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도, ‘세계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길’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기록으로도 유명한 길이다.

광주도 경사도가 높은 한 지역을 특별히 일방로로 지정하여, 이런 이색적인 도로를 만들어 놓는다면 외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한 몫을 할 것이란 생각이다.

광주에 이색적인 도로 있으면 관광객 끌어들이는데 한 몫 할 것

마지막 하이드 스트리트는 마켓 스트리트 8번가에서 북쪽으로 뚫린 길이다. 이 길이 유명한 이유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파웰/하이드 노선 케이블카가 지나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인 롬바드 스트리트도 이 길 중간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 중의 하나인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로 걸어갈 수 있는 길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단 하나의 거리만으로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주변의 관광지를 이어줄 수 있는 길들이 서로 보완해주며 존재해야 하고, 이 길들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취재를 통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거리들이 뚜렷한 주제, 색다른 볼거리, 거리에 얽힌 스토리, 하드웨어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거리와 거리의 연결,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푸른길에 실험 가능

광주시에서도 이러한 성공한 거리의 특성을 도입해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길이 있다. 푸른길공원이다. 푸른길공원은 수많은 광주시민들의 산책로로, 휴식공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길이긴 하지만, 외지 관광객들이 찾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길이기도 하다. 덧붙여 그동안 시설투자에 인색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한 가지 제안을 해보자면 푸른길공원을 중심으로 놓고 권역을 확장해보자. 이 권역은 푸른길공원이 지나는 계림동, 산수동, 동명동, 양림동, 아시아문화전당, 남광주시장, 궁동 예술의 거리, 대인시장 등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들 권역에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행사 등 소프트웨어도 상당히 많은 투자가 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 권역 전체를 펼쳐놓고 차의 통행 제한이 가능한 도로를 일방로로 하거나 보행자 전용도로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푸른길공원에 ‘서울로7017’처럼 통합폴을 설치해 화려한 경관조명을 연출해보자. 나아가 푸른길공원과 연결된 다른 권역들까지 이 통합폴로 연결해보자. 자연스럽게 이는 광주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고,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은 이 통합폴이 설치된 길을 따라 낮이며 밤이며 광주의 원도심을 누비게 될 것이다.

아울러 사직공원에서 양림동으로 내려가는 길을 일방로로 만들고, 롬바드 스트리트처럼 이색적인 디자인으로 멋진 화단을 꾸민다면, 이 권역의 새롭고 독특한 볼거리가 될 것이다.

차가 다니기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고가 걷고 싶은 길을 만드는 출발점이다.<끝>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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