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7) 강릉 월화거리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7) 강릉 월화거리
  • 문상기,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9.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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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이 다시 시작된다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위에서 바라본 월화풍물시장. 월화풍물시장은 예전 철길 가에 있었던 임당시장과 금학시장의 현신(現身)으로 보면 된다.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 기획기사의 국내 마지막 취재지는 강릉이다. 강릉시에서 춘향전의 모티브인 신라시대 경주 무월랑과 강릉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테마로 ‘월화거리’를 조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22일 오전 9시, 강릉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광주에서 강릉까지 5시간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꽤 먼 거리다. 게다가 강릉까지 가는 도중 공사하는 구간이 많아 우회한다고도 한다. 약속된 4시까지는 꼭 도착해야 하는데 내심 걱정이 앞선다. 반면 정말 오랜만에 다시 가보는 강릉이어서인지 설레기도 한다. 대관령 고개를 얼마 만에 넘어보는 것인지 기억마저 흐리다.

강원도에 접어드니 대체나 고속도로에 공사하는 곳이 많다. 내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위해 도로를 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릉에는 예정된 시간 안에 도착했다. 1시간 30분의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낯선 곳이어선지 딱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만나기로 약속된 강릉시 김선국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찍 도착했음을 알리고, “지금 만날 수 없냐”고 묻자 “곧 만나자”고 한다. 마음 씀이 고맙다.

곧장 옛 한전 인근에 있는 임당광장으로 갔다. 가서 보니 월화거리 조성이 한창이다. 마지막 취재지가 강릉 월화거리여서 이맘때쯤이면 공사가 다 마무리됐을 줄 알았는데, 더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근처를 조금 둘러볼 즈음 김 주무관이 걸어온다. 지금부터는 김 주무관과 함께 이 길을 걸어볼 참이다.

김 주무관은 “올 11월말에 완공될 예정이다”면서 “그 때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 섞어 말한다.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가 엿보인다.

▲ 월화거리는 도심 철도가 지하로 건설되면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길이다. 원래 철도가 지나는 길이었음을 보여주는 철로.

김 주무관에 따르면 월화거리는 원래 철도가 지나는 길이었다고 한다. 당초 현재 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있는 강릉역과 도심 철도가 지상에 설치될 계획이었지만, 민관이 합심해 총력전을 펼치면서 2014년 봄 지하화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강릉~원주 복선철도 구정면~강릉역 구간 9.8㎞ 가운데 도심구간 2.6㎞가 지하로 건설됐다.

김 주무관은 “도심구간 2.6㎞가 지하로 건설되면서, 시는 폐 철로를 걷어내고, 이를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TF팀을 만들어 추진하게 됐다”면서 “그 결과물이 바로 ‘월화거리’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폐선된 지상철도 부지 5만여 m²와 강릉역 주변 유휴부지 13만2000m² 등 총 18만2000m²의 소유권은 국토교통부가 갖지만, 도심구간 2.6㎞는 시가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선부지를 자동차를 위한 도로나 주차장으로 만들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길’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려고 애쓰는 강릉시의 정책이 도드라져 보이는 대목이다.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월화거리의 모티브

김 주무관에 따르면 ‘무월랑과 연화부인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월화거리의 모티브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잠깐 소개해본다.

신라 중엽 강원도 명주(지금의 강릉) 남대천(南大川) 남쪽 연화봉 밑 서출지(書出池)라는 연못가에 박연화(朴蓮花)라는 예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날마다 못가에 나와 고기에게 밥을 던져 주는 연화에 경주에서 온 무월랑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무월랑은 연화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연화는 글공부에 힘써서 입신양명을 하면 그때 결혼을 하자고 한다. 그 말에 무월랑은 서울(경주)로 가 열심히 학문에 전념한 끝에 벼슬길에 오른다. 한편, 연화의 집에서는 나이가 과년하므로 혼처를 정하고 날을 받아 성례를 시키려 한다. 연화는 편지를 써가지고 못가에 나와, “너희들은 오랫동안 내 손에 밥을 먹고 자라왔으니, 내 간절한 사정을 서울로 간 뒤 한 장의 편지조차 없는 낭군에게 전해다오”라며 그 편지를 물 위에 던졌다. 그러자 그 중에 가장 큰 잉어가 편지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느날 무월랑은 편찮은 어머니에게 드리려고 큰 잉어 한 마리를 사 와서 배를 갈랐다. 이상스럽게도 그 속에 편지 한 장이 있어 떼어보니 분명 연화가 자기에게 보낸 급한 사연이었다. 이를 보고 무월랑은 자기 부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하고, 그 길로 명주로 말을 달려 도착하니 마침 연화의 혼례 날이었다. 무월랑은 혼례를 급히 가로막고 연화의 부모에게 그들의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전했다. 이에 감동한 연화의 부모는 하늘이 내린 사랑이라며 무월랑을 사위로 삼았다.

이와 같은 모티브를 가지고 한창 조성 중에 있는 월화거리는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를 자처한다. 월화정(月花亭)으로 건너가는 철교 위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는 스토리를 부각시킬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주무관은 “월화거리에 조명등이 설치될 예정이고, 월화정으로 넘어가는 철교 위에서는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면서 “조명등이 순간 꺼지고 키스타임이 시작될 때, 달콤한 키스와 함께 하는 사랑고백은 두 사람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겨줄 것”이라고 그려보였다.

강릉역에서부터 부흥마을(박씨공예)까지 2.6km 구간...11월말 완공 예정

이러한 월화거리는 강릉역에서부터 부흥마을(박씨공예)까지 2.6km로 폭은 20m다. 현재 공정율은 50%정도이고, 올 11월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는 월화풍물시장만 준공한 상태다. 총 공사비는 120억 정도가 들 것이라고 한다. 이미 느티나무와 마로니에, 소나무 등 큰 나무 82그루가 심어진 상태다.

월화풍물시장은 예전 철길 가에 있었던 임당시장과 금학시장의 현신(現身)으로 보면 된다. 3년여 기간 동안 상인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우선 서둘러 준공했다고 한다.

말나눔터 공원에 가보니 화산석을 보도에 시공하느라 바쁘다. 김 주무관은 이곳에서 “강릉역에서부터 월화가리가 시작된다”며 “강릉역에서부터 말나눔터 공원까지 600m의 경우는 도로 옆으로 보행로를 조성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 구간은 나중에 따로 가보았는데, 현재 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말나눔터 공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옛 한전까지 이르는 길은 숲길로 조성된다. 소나무외 다채로운 수목으로 4계절이 존재하는 숲을 조성 중에 있다.

김 주무관은 이곳을 지나는 중에 돌로 만들어진 벤치를 가리키며 “저 돌은 대관령 터널을 뚫을 때 발파해서 나온 돌”이라고 설명했다.

▲ 위에서 바라본 임당광장 모습

이 구간을 지나면 임당광장이 나온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임당풍물시장이 붉은색을 옷을 입고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임당광장은 맨 처음 김 주무관을 만났던 곳이다. 이곳은 공연, 버스킹 등 이벤트를 펼칠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임당풍물시장에는 현재 39동이 입주해 있다. 대부분이 예전 임당시장 상인들이란다.

임당풍물시장에서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니 금학풍물시장이 나온다. 임당풍물시장과 마찬가지로 붉은색을 옷을 입고 있는 금학풍물시장에서는 주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이곳 역시 예전 금학시장 상인들이 대부분이고, 현재 46동이 입주해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두 개의 횡단보도를 건넜는데,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걸을 수 있는 길은 끊기거나 멈춤이 없어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이를 방해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이에 대해 “지금은 좀 돌아서 횡단보도를 건너게 되어 있지만, 완공할 무렵에는 바로 건널 수 있게 횡단보도 위치를 변경할 것이고, 신호연동제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강릉역에서부터 유명한 중앙시장까지 걸을 수 있는 길로의 확장은 꽤 긍정적

이어 우리는 옥천동 보진당 앞으로 이동했다. 보진당 앞에 이르니 은행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이 은행나무는 강원도 기념물 제64호라고 한다. 보진당 건립 시기가 조선 성종 때이므로 나무의 수령은 약 600년 정도로 추정된다. 보진당은 조선 중기에 호조참의(戶曹參議)로 추증된 권사균(權士鈞)이 세운 별당식 건물이라고 한다. 1984년 6월 2일 강원도문화재자료 제6호로 지정되었고, 안동권씨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자산을 토대로 강릉시는 옥천동 보진당 앞을 역사문화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 중앙시장 인근에 위치한 보진당 모습. 강릉시는 이 보진당 주변 월화거리를 역사문화광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보니 월화거리가 닭강정으로 유명한 강릉 중앙시장과 바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중앙시장은 관광객들로 꽤 붐비는 시장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그 옆으로 나란히 느티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여기에서 김 주무관은 양쪽으로 가지런히 심어진 느티나무를 가리키며 “중앙시장에 장을 보러오거나 관광을 온 사람들이 느티나무 숲 그늘에서 쉴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하고, “가을 단풍도 멋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 중앙시장을 따라 나란히 심어진 느티나무 가로수. 가을에 멋진 단풍을 선물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우리는 강릉철교로 이동했다. 현재 월화거리에서 갈 수 있는 끝지점이다. 강릉철교는 현재 보행자 육교가 조성 중에 있었다.

김 주무관은 “철교입구에는 전망시설을, 육교 중앙부에는 스카이워크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이곳에 조명등이 설치되면 더욱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 강릉 중앙시장은 닭강정으로 유명하다. 강릉역에서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중앙시장까지 걸을 수 있는 길로의 확장은 꽤 긍정적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밖에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중앙시장을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평일 오후여선지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지만 방송에 소개된 것으로 보이는 닭강정 가게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거리

강릉은 꽤 볼거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경포권역이나 주문진권역, 정동진권역 등은 이름만으로도 가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그러기에 직접 강릉을 찾는 사람들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관광자원을 가진 강릉시에 또 하나의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월화거리가 더해지고 있다는 것은 참 긍정적인 일이다.

▲ 철교입구에 전망시설이, 육교 중앙부에 스카이워크가 설치되고,조명등이 설치되면 더욱 화려한 볼거리가 제공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화거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폐선부지를 자동차도로나 주차장으로 만들지 않고, 시민들에게 걸을 수 있는 길로 돌려줬다는 점에서, 새로 지어지는 강릉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을 기존의 관광지로 유명한 중앙시장까지 걸어서 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한 철도 때문에 동서로 단절된 시가지의 소통 및 화합에도 월화거리는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월화거리 주요지점에서 특별한 이벤트가 계획되고 있다는 점도 기대를 크게 하는 대목이다.

걸을 수 있는 거리가 걷고 싶은 거리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갖는 특별함과 지속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변신이 거듭되어야 한다. 이런 점들이 기존의 잠재력에 접목된다면 월화거리는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월화거리는 현재보다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거리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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