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9) LA 로데오 드라이브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9) LA 로데오 드라이브
  • 문상기,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10.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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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거리의 대명사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윌셔 블루버드 쪽 로데오 드라이브에 서니 먼저 명품 거리임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럭셔리 주얼리 매장인 티파니(Tiffany)와 디오르(Dior)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길 양옆으로는 야자나무 가로수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이하 LA)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도심 관광 명소 중 하나로 로데오 드라이브(Rodeo Drive)가 있다.

로데오 드라이브는 비단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명품 브랜드 거리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로데오’하면 명품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압구정동, 문정동, 화양리, 연신내, 고양시 일산 등에 로데오 거리가 있는데, 모두 ‘로데오 드라이브’에서 따온 것이다.

로데오 드라이브가 정확히 언제부터 관광 명소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로데오 거리의 부상은 인근에 있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한 영화산업의 발달과 연관성이 깊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로데오 드라이브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 고급 주택가로 알려진 베벌리 힐스(Beverly Hills)다. 베벌리 힐스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호화 저택과 아파트, 최고급 식당과 호텔들로 유명하다.

베벌리 힐스는 영화 산업의 발달로 성장

1950년대부터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기 시작한 베벌리 힐스는 영화 산업의 발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와 인접해 있는 이곳에 영화배우와 텔레비전 배우들이 거주하면서 유명해졌다. 1970년대 후반에는 석유 부국에서 망명 온 사람들까지 가세했다.

부유한 사람들의 거주가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명품 브랜드숍들이 로데오 드라이브에 들어섰고, 선진적인 패션 중심지로 발전하면서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발전했다.

또한 로데오 드라이브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1990년 여심을 사로잡았던 영화 ‘프리티 우먼’(Pretty Woman)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흰색 원피스와 검은 챙모자를 쓰고 즐비한 명품 상점을 차례로 지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이 장면이 촬영된 곳이 로데오 거리다. 또 비버리힐즈 캅, 터미네이터3 등의 영화도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의 9번째 순서인 LA 로데오 드라이브를 취재하기 위해 다운타운에서 윌셔 블루버드(Wilshire Blvd.)를 타고 북쪽 방면으로 20분가량 달려가니 목적지가 나온다. 통역에 말에 따르면 로데오 드라이브는 윌셔 블루버드와 산타모니카 블루버드(Santa Monica Blvd)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 윌셔 블루버드 쪽 로데오 드라이브 표지판

일반적으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윌셔 블루버드 쪽 로데오 드라이브에 서니 먼저 명품 거리임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럭셔리 주얼리 매장인 티파니(Tiffany)와 디오르(Dior)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길 양옆으로는 야자나무 가로수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 관광객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이는 포토존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비아 로데오

오른편 인도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ONLYONRODEO’라고 적힌 포토존이 나온다. 관광객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포토존 뒤로는 비아 로데오(Via Rodeo) 거리다. SNS를 통해 가장 많이 소개되고 있는 거리이기도 하거니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거리이기도 하다.

▲ 길 중간에는 조경수와 이를 둘러싼 벤치가 놓여 있었고, 양 옆으로는 하나같이 다른 디자인의 유럽풍 건물에 명품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로데오 드라이브를 걷기에 앞서 비아 로데오 거리를 걷기로 했다. 보도는 타일로 되어 있었고, 길 중간에는 조경수와 이를 둘러싼 벤치가 놓여 있었다. 이 벤치들도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하나같이 다른 디자인의 유럽풍 건물에 명품 매장들이 줄지어 있었다. 차는 다닐 수 없게 되어 있어 보기에 좋았다.

이 거리는 200여 미터를 빙 돌아 다시 로데오 드라이브 입구와 만난다. 입구 모퉁이의 작은 분수대와 레스토랑은 로데오 거리의 명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레스토랑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다만 거리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 비아 로데오 입구 모퉁이의 유명한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 유럽의 광장을 연상시키는 비아 로데오의 명물 분수대

이제 본격적으로 로데오 드라이브를 걸어볼 참이다. 우리 일행은 비아 로데오 쪽 인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올 때는 반대편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 정갈한 느낌의 야자수에 루미나리에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갈한 느낌의 야자수에 루미나리에가 설치되어 있었다. 저녁에 불이 들어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오냐는 질문에 LA 市에 사는 크리스(Chris, 65, 여)는 “저녁에 문을 여는 가게들이 없어서 오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답했다. 대체로 미국의 점포는 7시께 문을 닫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문화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거리에 조명까지 있다면 저녁시간에도 북적일 텐데 말이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건물과 매장 인테리어가 볼거리 제공

거리의 좌우로 들어선 건물들을 보니 비아 로데오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 대부분 2층에 유럽풍인데, 다 다른 외형이다. 게다가 매장의 인테리어도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 판매하는 상품과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꽤 인상적이다.

로데오 드라이브는 이처럼 이국적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각기 다른 형태의 건물들과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어울려 걷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연출하고 있었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버버리, 구찌, 폴로, 불가리 등 각각의 건물들에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들이 소비자들에게 기준이 될 만한 트랜드를 제시하며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다. 정확히 세지는 못했지만 대략 120여개의 명품 매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로데오 드라이브는 이국적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각기 다른 형태의 건물들과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어울려 걷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연출하고 있었다.

로데오 드라이브를 1Km 남짓 걸으니 명품 매장이 끝난다. 앞서 걸었던 비아 로데오 거리에 비해 걷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또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이는 비단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LA에 사는 서민들에게도 해당되는 듯 보였다.

LA 市에 사는 티나(50대, 여) 씨는 “옷이나 가방을 사러 가기엔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면서 “향수는 시중에 가짜가 많아 정품을 사러 가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실제 이곳에서 구매를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로데오 드라이브는 특정 부유층을 고객으로 영업을 하는 특화된 거리로 대중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영화나 텔레비전 속에서 본 기억을 떠올리며 한 번쯤 걸어보고 싶은 정도의 거리, 베벌리 힐스와 로데오 거리에 가 보았다는 추억 정도를 선사할 수 있는 거리 정도는 충분히 되어 보였다.

서울에서 관광차 왔다는 구모(20대, 여) 씨는 “모든 명품 브랜드가 다 있는데다가 숍마다 독특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서 멋졌다”고 평했다.

성장의 원동력은 자생적인 사적 자본에 의해 태동되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

정리해보면 최고의 명품을 판매한다는 거리의 성격이 분명하고, 하나같이 다른 고급스러운 건축미와 럭셔리한 인테리어가 어울려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객들이 늘고 있고, 일부 부유한 중국 관광객들의 구매로 매출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로데오 드라이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생적인 사적 자본에 의해 태동되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로데오 드라이브를 떠나면서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40억짜리 부가티 베이론 타고 식빵 사러 오는 아저씨’도, 초호화 슈퍼카를 타고 쇼핑백을 여러 개 든 스타의 모습도 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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