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3) SF 하이드 스트리트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13) SF 하이드 스트리트
  • 문상기,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11.16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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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의 명물 파웰/하이드 노선 케이블카가 지나는 길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로 걸어갈 수 있는 길 중 하나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하이드 스트리트는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앞서 소개한 파웰/하이드 노선 케이블카가 지나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광 명소인 롬바드 스트리트도 만날 수 있다.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를 차로 내려온 우리 일행은 마지막 취재지인 하이드 스트리트(Hyde St.)로 이동했다. 내려온 참이라 다시 차로 언덕을 오르는데 경사도가 족히 30도는 되어 보인다. 언덕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샌프란시스코가 왜 경사진 도로로 유명한지를 확실히 뇌리에 심어 준다.

어렵사리 라킨 스트리트(Larkin St.) 주택가에 주차를 하고 하이드 스트리트를 향해 걸었다. 하이드 스트리트로 가는 도중 사거리 모퉁이에서 스터링(George Sterling, 1869~1926) 공원과 만난다.

공원 입구 왼편에는 스터링 공원임을 알리는 동판이, 오른편에는 조지 스터링이 쓴 것으로 보이는 시가 동판에 새겨져 있다. 왼편의 동판을 잠깐 읽어보니 2005년 러시안 힐(Russian Hill) 이웃들과 스터링 공원 친구들에 의해 기부됐다는 것을 알리는 명판이다.

조지 스터링(George Sterling, 1869~1926)은 일생동안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두고 활동했던 미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이다. 그는 미국의 위대한 시인들 중의 한 명으로 태평양 연안에 알려져 있다.

▲ 조지 스터링 공원 입구 오른편에는 그가 쓴 시가 동판에 새겨져 있다.

서늘하고 창백한 사랑의 도시여!

다음은 오른편 동판에 새겨진 조지 스터링의 시다.

“THO THE DARK BE COLD AND BLIND,

YET HER SEA FOG'S TOUCH IS KIND,

AND HER MIGHTIER CARESS

IS JOY AND THE PAIN THEREOF

AND GREAT IS THY TENDERNESS

O COOL, GREY CITY OF LOVE!“

비록 어둠이 싸늘하고 눈을 멀게 할지라도

바다 안개의 어루만짐은 부드럽고,

바다 안개의 강한 애무는

기쁨이기도 하거니와 그로 인한 괴로움이다.

아울러 그 위대함은 당신의 부드러움이다.

오, 서늘하고 창백한 사랑의 도시여!

글쟁이가 아니어서 문학적인 표현으로 옮기지는 못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인 것 같다. 안개의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시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계단을 타고 공원으로 올라가 봤다. 밑에서 상상한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시인의 명성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동네 공원과도 같은 아주 조그마한 볼품없는 공원이었다.

스터링에 바쳐진 돌의자, 하이드 스트리트 러시안 힐 꼭대기에

조지 스터링과 관련해서 스터링 로드(Sterling Road)가 캘리포니아 버클리(Berkeley)에 있고, 1926년 6월 25일, 스터링에 바쳐진 돌의자가 하이드 스트리트 러시안 힐 꼭대기에 있다.

실망을 좀 하고 공원을 내려와 하이드 스트리트의 러시안 힐 인근에 도착했다. 하이드 스트리트는 마켓 스트리트 8번가에서 북쪽으로 뚫린 길이다. 이 길이 유명한 이유는 앞선 호에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로 소개한 파웰/하이드 노선 케이블카가 지나는 길이기도 하거니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인 롬바드 스트리트도 이 길 중간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 여행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 중의 하나인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로 걸어갈 수 있는 길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하이드 스트리트에 있는 파웰/하이드 노선 케이블카 정류장

러시안 힐에서 피셔맨스 워프 방면으로 내려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연신 탄성을 지르고 있다. 하늘을 보니 엄청난 굉음을 내며 전투기들이 곡예비행을 하고 있었다. 군 공항이 있는 광주에서도 좀처럼 듣기 힘든 굉음이었다. 연기로 하트 등의 문양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멀리 앨커트래즈(Alcatraz Island, 스페인어로 펠리칸) 섬과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아슬아슬 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신기하게도 비행기들이 앞머리를 들고 아주 서서히 날기도 한다. 이를 사람들이 넋을 잃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진풍경은 바다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이 에어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요트들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 샌프란시스코 함대주간 플릿 위크(Fleet Week)를 맞이해 열리는 에어쇼에서 전투기들이 하트 문양을 그리고 있다.
   
▲ 앨커트래즈섬과 금문교를 아슬아슬 넘는 묘기를 선보이고 있는 전투기들

통역의 말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함대주간 플릿 위크(Fleet Week)를 맞이해 열리는 에어쇼라고 한다. 이어 1년에 딱 한 번 10월 8~9일에 열린다고 덧붙인다. 우리 입장에선 1년에 딱 한 번 열린다는 에어쇼를 정말 우연히 즐길 수 있는 행운을 얻은 셈이 됐다.

앨커트레즈 섬과 금문교 조망할 수 있어

▲ 하이드 스트리트에서 조망할 수 있는 앨커트레즈 섬(사진 가운데)은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감금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이드 스트리트에서 조망할 수 있는 앨커트레즈 섬은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가 감금되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 섬은 1934~1963년 사이 연방 주정부의 형무소로 쓰였던 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절대 나올 수 없다고 해서 ‘악마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이다. 빠른 조류와 7~10도의 차가운 수온 때문에 헤엄을 친다고 해도 살아서 탈출할 수가 없었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꽤 인기있는 관광지로 피셔맨스 워프에서 페리를 타고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지르는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관광명소다.

또한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자 관광명소다.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카운티를 연결한다. 골든게이트(Golden Gate)라는 명칭은 골드러시 시대에 샌프란시스코 만을 부르던 이름이라고 알려졌다. 다리의 총 길이는 약 2,800m이고 다리를 지탱하는 두 개의 탑 높이는 227m로, 1937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이자 가장 높은 현수교로 기록되었다. 금문교의 건설은 1996년 미국토목학회(ASCE)가 선정한 현대 토목건축물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고 한다.

▲ 하이드 스트리트에는 대체로 중상류층이 거주하고 있는 듯 보인다.

러시안 힐 꼭대기에서 약 30분 정도 천천히 걸어가니 피셔맨스 워프가 나온다. 하이드 스트리트는 바로 이 피셔맨스 워프에서 끝이 난다. 이 길에는 대체로 중상류층이 거주하고 있는 듯 보였다.

피셔맨스 워프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

‘어부들의 선창가’라는 뜻의 피셔맨스 워프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다. 항구와 해산물레스토랑으로도 유명하지만, 현지인들의 산책로로도 유명하다. 대략적으로는 샌프란시스코 해안 북부, 기라델리 광장(Ghirardelli Square)과 밴 네스 애비뉴(Van Ness Ave) 동쪽에서 피어 35(Pier 35)와 키어니 스트리트(Kearny Street)까지를 가리킨다. 19세기 이탈리아에서 온 어부들이 고기잡이 선착장으로 이곳을 이용하면서부터 유래됐다고 한다.

이곳에 도착하니 에어쇼를 즐기고 돌아가는 듯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흩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인 피셔맨스 워프

피셔맨스 워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앞서 보도했던 산타모니카 피어와 같은데 규모는 훨씬 컸다. 줄지어 늘어선 레스토랑과 수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있고, 거리공연을 하고 있는 버스커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피어 39(Pier 39)는 목조건물로 된 대형 쇼핑센터로 총 면적이 0.18㎢에 이른다고 한다. 100여개 이상의 브랜드 상점과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이 입점해 있었고, 일대에는 수족관과 회전목마 등 위락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뒤편으로 가니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단 한 가지만의 매력적 요소로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없음을 하이드 스트리트에서 다시 한 번 느끼면서 귀국을 위해 LA로 차를 돌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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