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5) 낭만이 있는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차보다 사람, 걷고 싶은 광주(5) 낭만이 있는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 문상기, 박용구 기자
  • 승인 2017.09.0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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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매공원에서 우성이산까지 3.5km가 걸을 수 있는 길로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걷고 싶은 거리’는 피곤한 도시민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거니와 지역의 랜드마크로 도시경쟁력을 제고할 수도, 관광문화자원으로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이에 <시민의소리>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알려진 서울로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경주 삼릉 가는 길,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 강릉 월화거리, 미국 롬바드 스트리트, 하이드 스트리트, 기어리 스트리트, 헐리우드 블루버드, 로데오 드라이브, 산타모니카 블루버드 등 국내외의 거리를 직접 현장 취재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들 사례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고 분석해 광주만의 특성을 담은 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대전광역시가 걷고 싶은 길 12선 중 하나로 선정한 ‘시청 앞 가로수길'

오늘은 대전광역시가 걷고 싶은 길 12선 중 하나로 선정한 ‘시청 앞 가로수길’을 걸어볼 참이다.

1일 오후 3시께 대전시청에 도착했다. 서울로 7017, 인천 자유공원길, 부산 근대 역사의 길 등을 걸을 때는 무척 더웠는데, 어느덧 처서가 지나 걷기에 좋은 날이 되어 있었다.

대전시가 ‘걷고 싶은 길 12선’을 선정해 발표한 때는 전국적으로 한창 올레길 붐이 일었던 2012년이다.

▲ ‘시청 앞 가로수길' 안내표지판

류재영 대전시 환경정책과 주무관은 걷고 싶은 길 선정 과정에 대해 “2012년 전국적으로 올레길 붐이 일었을 당시 대전시는 도심지에서 시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특색이 있는 길의 발굴에 주목했다”면서 “각 구별로 추천을 받은 96개소를 대상으로 명소선정자문위원회가 심사와 현장답사를 거쳐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선정된 12곳에 안내표지판 정도 설치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새로운 시설을 만들지도, 예산을 투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12곳의 관리는 어디에서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길이 위치하고 있는 관할 구청에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걷고 싶은 길 12선은 웰빙길, 낭만길, 역사문화길, 생태환경길 등 4개 테마로 구성

이렇게 선정된 대전의 ‘걷고 싶은 길 12선’은 ‘웰빙길’, ‘낭만길’, ‘역사문화길’, ‘생태환경길’ 등 4개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도심 속 숲길을 걸으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웰빙길’은 식장산 숲길, 계족산 황톳길, 유성 족욕체험길 등 3곳이다. 황토를 밟으면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계족산 황톳길의 경우 최근 대전은 물론 서울 등 외지에서까지 손님이 몰리는 ‘명품길’로 떠오르고 있다.

숙소가 유성이었던 관계로 2일 오전엔 족욕체험길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족욕체험길은 족욕체험장~온천로~유성천 둑길~유림공원~갑천 둑길~문화공원~족욕체험장을 도는 5Km의 코스다. 코스 일부가 황토로 되어 있어 맨발로 걷고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 또 족욕체험장에서는 산책을 끝내고 피곤한 발을 달래고 있는 많은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공원 속의 나무와 풀을 벗삼아 낭만을 즐길 수 있는 ‘낭만길’은 추동 호반길, 원도심 어울림길, 보문산 산책길, 시청 앞 가로수길 등 4곳이다. 역사 유적지와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길’로는 뿌리공원 둘레길과 현충원 산책길이 있고, 반딧불이와 생태습지 등을 곁에 두고 걷기를 즐길 수 있는 ‘생태환경길’로는 흑석노루벌길과 월평공원습지길, 대덕구 신탄진 일대의 로하스 해피로드 등이 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 시청에서 나와 낭만길로 선정된 가로수길에 들어섰다. 시청 앞 가로수길은 시청 앞~샘머리공원~대전정부청사 광장~샘머리공원~시청 앞 등을 도는 2Km의 코스다.

▲ ‘시청 앞 가로수길' 초입에 설치되어 있는 평화의 소녀상

가로수길 초입에 서니 평화의 소녀상이 제일 먼저 눈길을 끈다. 앳된 모습의 한 소녀가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올리고 단아하게 앉아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위안부’로 피맺힌 고통을 겪었던 소녀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이들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켜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2015년 3월 1일, 제막을 했다고 한다.

이어 이열로 반듯하게 줄지어 늘어선 가로수길이 펼쳐진다. 얼추 120주의 느티나무가 줄지어 식재되어 있었고, 약간의 사이를 둔 옆쪽에는 소나무, 철쭉 등 여러 수종들이 느티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 가을철 단풍이 든 시청 앞 가로수길(사진제공=대전광역시청)

특히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운 길

중앙 바닥은 물을 흡수하는 친환경 투수블럭으로 되어 있었다. 올해 시공을 했다고 한다.

왜 낭만길이라고 정했느냐는 질문에 류 주무관은 “특히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운 길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면서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 많은 시민들이 찾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낙엽이 수북이 쌓이는데, 일부러 청소를 하지 않는다”면서 “이 또한 낙엽을 밟으며 추억 속에 잠겨도 보고, 가을의 정취를 맘껏 만끽하라는 의미에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말께부터 7월 초까지 이곳에 460m 길이의 루미나리에 ‘아트 빛 터널’이 설치돼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가족들의 산책코스로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다음 샘머리공원으로 이동했다. 샘머리공원은 소나무와 잔디, 정자 등으로 둘러싸인 하나의 넓은 광장이었다. 이곳에서는 자전거와 인라인스케이트, 산책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 여기에는 별도의 공간에 ‘X 게임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난이도가 높은 스케이트보드, 어그레시브 인라인스케이트, BMX 자전거 등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좋아할 장소로 보였다.

이곳에서 서구는 지난 5월 ‘서구 힐링 아트 페스티벌’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서구의 크고 작은 행사들도 자주 열린다고 한다.

시청 앞에서 샘머리공원까지의 배열은 전체적으로 유럽의 정원을 연상시켰다. 질서정연한 가로수길과 그 끝에 위치한 원형의 광장은 어딘지 모르게 유럽의 정원과 닮았다.

▲ 샘머리공원 광장
▲ 난이도가 높은 스케이트보드, 어그레시브 인라인스케이트, BMX 자전거 등을 즐길 수 있는 ‘X 게임장’

콘크리트와 블록 등이 생태 숲으로 변신

마지막으로 대전정부청사 앞 광장으로 향했다. 류 주무관에 따르면 정부청사 앞 5만6860㎡의 부지가 정부의 자연마당 조성사업지로 선정돼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콘크리트·블록 등을 걷어내고 습지·실개울·초지·생태 숲 등으로 꾸몄다. 환경부는 조성 예산 53억 원을, 대전시는 부지를 제공했다.

▲ 정부대전청사 앞 자연마당
▲ 정부대전청사 앞 자연마당에 조성된 소생물서식습지

이곳은 참나무복원숲, 잔디마당, 조류유인숲, 암석초화원, 야생초화원, 소생물서식습지, 생태계류(실개천)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 간간이 휴게쉼터와 놀이마당, 나무벤치 등도 마련돼 있어 산책하기에 제격으로 보였다.

류 주무관은 “정부대전청사 앞 자연마당이 완공되면서 보라매공원~대전시청~샘머리공원~정부대전청사 앞 자연마당~한밭수목원~갑천~엑스포과학공원~우성이산 등을 연결하는 3.5km가 녹지벨트로 이어져 시민들이 걷기에 좋은 길로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보고 난 후 우리는 보라매공원이 시청 뒤에 있다고 해서 그곳도 가보기로 했다. 보라매공원은 예전 공군기술교육단이 이곳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공원은 넓은 잔디광장과 주변의 수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샘머리공원의 구조와 비슷했는데, 차이가 있다면 샘머리공원에 비해 규모가 작았고, 중앙이 콘크리트나 트랙이 아닌 잔디로 조성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또 한쪽에는 F-4D와 F-5B 전투기가 전시되어 있어 이곳의 역사를 은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 보라매공원 잔디광장
▲ 보라매공원의 역사를 은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F-4D와 F-5B 전투기

신호등에 의해 길이 끊기는 것은 아쉬움으로

취재 중 만난 강모(50대, 여) 씨는 “많은 시민들이 이런 길이 있는지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면서 “도심에 이런 아름다운 길이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책 겸해서 걸었는데, 하늘도 청명하고 녹색의 향연이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이면서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치유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모(50대, 여) 씨는 “가을단풍이 참 예쁘다. 봄에는 루미나리에가 설치돼 저녁에 색다른 아름다움을 주기도 했다”고 말한 뒤, “다만 주변 아파트에서 신호등을 건너서 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걷고 싶은 길은 단절이 없는 연결이고, 소통의 채널이다. 대전시청 앞에서부터 시작된 걷고 싶은 길이 정부대전청사 앞 자연마당이 조성되면서 우성이산까지 확장되었다는 점은 대단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앞선 지역 주민의 지적처럼 신호등에서 기다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방안은 조속히 강구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 가을엔 단풍이 예쁜 대전 시청 앞 가로수길을 한번 걸어보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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