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정리 정돈’이라는 말은 무수히 듣는 말 중 하나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물론 자식들에게 무수히 하는 말 중 하나다. 이렇게 말하고 들어도 ‘정리 정돈’이 안되는 아이러니를 한 방에 깨뜨리는 정리정돈 전문가가 있어 찾았다.
더 심플의 오경미 대표는 사업장명에서 드러나듯이 정리 정돈을 아주 심플하게 생각하자고 한다. 오 대표는 “집안에 들어서 널려 있는 세간살이를 보며 정리를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막상 정리를 할려고 하면 머리부터 아프기 시작해 미루는 일이 다반사다”라면서 “연인끼리 헤어졌을 때 ‘정리했다’고 말하듯이 안쓰는 물건, 필요없는 물건을 내보내면 된다”고 말한다.
1단계, 버리기는 안돼! NO!
살면서 늘어나는 이마의 주름살 같이 나에게 익숙했던 물건들도 하나 둘 씩 늘어나기 마련이다. ‘언젠가는 쓰겠지, 더 쓸 수 있어. 내년에 한 번 더 입지’하는 생각들은 어느샌가 집안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로 변해 있다. 하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 눈에 거슬렸으면 이미 버렸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계속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게 된다.
오 대표는 “정리라는 것은 쓸모 없는 것, 필요 없는 것을 내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내보내는 물건에 본인들의 감정이 이입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과 물건이 함께 나가는 것이다”면서 정리 정돈을 해주었던 고객들의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정리 정돈을 하기 전 왜 정리 정돈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를 시키는 일부터 시작한다.
덧붙여 “내면 속에 불안과 트라우마가 있는 물건들도 있기 때문에 정리 정돈에 들어가기 전 고객과의 교감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예전부터 물건에 대한 생각이 귀하게 여겨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죄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상담도 병행한다. 무조건 ‘버리기는 안돼’라는 식의 생각보다는 물건을 떠나 보내고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계속 갖고 있다보면 어느 순간 그 물건은 쓰레기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정리라는 말은 '버리기, 떠나보내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과감히 떨쳐 보내지 않는다면 정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좋을 때 남 주자’ 캠페인
정리는 불필요한 것을 버린다고 볼 수 있는데 불필요한 것에 대해 결정을 못내리기도 한다. 불필요한 것, 잡동사니 등에 대해 결정을 해야하는데 우리들은 다들 ‘결정장애(?)’를 앓고 있어 결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 대표는 “망설이고 있는 고객에게 쓸 수 있는 것과 쓸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하게 한다든지 2~3년 동안 사용했던 것과 사용하지 않았던 것 등으로 구체적으로 구분을 짓게 한다”면서 정리를 통해 필요한 물건의 중요성을 알려 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작 필요한 것이 묻혀 버리는 것도 막을 수 있고 ‘불필요한 것을 갖지 말자’는 정리의 원칙과도 맞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정리 정돈을 하면서 ‘좋을 때 남 주자’는 캠페인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고장이 났거나 낡은 물건은 버렸겠지만 내가 쓰지 않은 물건은 좋은 물건으로 남에게 주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 되었으면 바란다.
또한 “물건은 목적을 가지고 내게 오는데 목적이 없는 이쁜 쓰레기는 과감하게 버릴 것”을 강조하고 “버린다기 보다는 사회적 시스템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물건은 나에게 올 때도 빛나지만, 다른 사람에게 잘 보내질 때 더욱 빛이 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물건만 남기자
정리를 위한 구분이 서면 과감히 버리면 된다. 간혹 미련이 남아 사진을 찍어 두거나 상자에 담아 두기도 하는데 다시 꺼내 보거나 사용하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런 분들에게 정리정돈 전문가 오 대표는 “자리에 있던 물건을 한달 정도 치워 놓고 생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한다. 한 두달 후에도 생각이 나면 다시 가져다 놓고 필요 없다 싶으면 정리하는 것이다.
정돈에 대해 오 대표는 “버리기(내보내기)는 우선 자기 물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고 의류, 그릇,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물건은 제 자리를 정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정돈이다.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필요한 물건만 남기고 그 물건들은 있어야 할 주소를 정해 항상 그 자리에 두는 것이라고 한다.
이어 그는 몇가지 정돈의 노하우에 대해 알려줬다. 서랍에 옷을 보관할 때는 책꽂이에 책을 꽂듯이 세로로 세워서 색상별로 정돈하고 혼자서도 세워지도록 약간 도톰한 모양의 직사각형이 되도록 한다. 책정리는 책장에서 책을 전부 바닥에 내려놓고 읽을 책은 책을 꺼내기 좋은 높이 별로 보기 좋게 꽂는다. 그리고 일반서적, 실용서적, 감상용서적, 잡지 분야로 나누어 정돈한다. 그릇을 정리할 때는 새로운 그릇이 생기면 반드시 오래된 그릇을 내보낸다는 원칙과 잘 보여야 잘 사용한다는 원칙으로 자주 쓰는 그릇은 가까운 곳, 가끔 쓰는 그릇은 멀리, 접시는 세워 정돈한다.
오 대표는 “정리를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결단력과 도전의식이 생길 수 있다”면서 “버리지 못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집착이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이다”고 진단하고 과감하게 떠나보낼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오 대표는 정리정돈 바우쳐 사업의 꿈을 갖고 있다. 정리정돈 바우처사업은 2009년도에 보건복지부 신규아이템으로 선발되었으나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내년에 광주시 바우처 사업으로 등록 받아 정리 정돈을 통해 취약계층들의 근심을 덜어주고자 하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공간을 정리정돈하면 삶이 바뀐다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정리와 정돈은 물건에 쌓인 감정을 내보내면서 물건의 주소를 정해 항상 그 공간에 놓아둠으로써 기쁜 마음을 갖게 한다.
올 겨울에 묵혔던 우울한 감정들을 내보내고 활력을 되찾기 위한 정리정돈을 해 보는 것도 새로운 남도의 멋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