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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멋을 찾아서(26) 소리꾼 청량(淸良) 이한규 선생4년전 수궁가에 이어 올해 적벽가 발표회 가져
윤용기 기자  |  yyk28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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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28  21: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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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청량(淸良) 이한규 선생

국악협회 나주시 지부 이한규(69세) 지부장이 지난해 12월 3일 나주시민회관에서 판소리 동편제 적벽가 발표회를 가졌다. 4년 전 발표한 수궁가에 이어 두 번째이다. 국악의 한분야인 고수로 활약하다가 뒤늦은 60대 중반 나이에 판소리에 입문한 늦깎이 소리꾼이다. 판소리의 한 축인 고수를 하면서도 소리가 하고 싶어 시간이 허락 할 때마다 한적한 금성산 산모롱에서 목청을 갈고 닦아왔다. 이 선생의 소리전공은 동편제다.

선생의 소리는 박봉술 명창의 바디(째)를 독곡 해 소리법통을 이어받은 정통 동편제 소리로 대마디 장단의 굵고 웅장한 음악적 구성을 추구한다는 평을 듣는다.

나주지역에서 평생을 우리의 전통 음악인 국악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청량 이한규 선생을 만나기 위해 나주 경현마을에 올랐다.

청량 선생이 주석하는 경현마을은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 다보사 골짜기 아래 첫 마을로 금성산 긴 골짜기에 위치한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진동’이라고도 불리는 역사가 깊은 마을이다. 이 마을이 청량 이한규 선생이 태어나서 자라고 현재도 그 삶을 이어가는 보금자리 황토방이 있는 곳이다.

따뜻함으로 지글거리는 황토방에 차 한 잔 두고 마주하면서 국악에 입문한 동기에 대해 묻자 그는 “경현 마을에서 태어난 선생은 마을에서 전통으로 내려온 농악으로 인해 나의 국악인생이 시작됐다고 봐야한다”면서 전통으로 내려온 우리 동네의 진동농악은 나주를 대표하는 농악으로 나주지역에서는 “진동은 아이들까지도 쇠만 들려주면 가락을 친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마을주민들의 생활 속에 스며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어릴 적에 우리 마을의 서태민 선생님에게서 배웠지. 처음 소고춤부터 시작했어. 다음은 쇠가락과 북가락, 설장구 등을 설렵했었지. 마을에서 상시적으로 행해지던 농악이라서 배움 자체가 자연스러웠다”고 설명했다.

이 마을 입구에는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세 그루 서 있다. 이곳에서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당산제를 지내는 풍습이 남아있는 마을이다. 더불어 진동 액맥이굿이 지금까지 전승되어 보유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진동 액맥이 굿은 ‘진동 농악’이라 불리는데, 박정희 정권시절에 당산제가 미신으로 치부되어 단절 위기도 겪었지만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 어른들의 고집으로 인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1980년대까지도 정월 대보름이면 진동 농악대는 나주 시내까지 진출해 지신밟기를 했다고 한다.

현재도 진동 액맥이굿의 전승을 위해 구성 및 운영되고 있는 ‘진동 액맥이굿 보존회’는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나주세시풍속놀이 잔치에 나가 공연도 하지만, 지금은 주민 수가 많지 않아 올해 공연을 위해 주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게 현실이다.

   

▲진동액맥이굿 보존회원들

소리는 어릴 적, 1964년도 정찬열 선생으로부터 마을 친구들과 함께 적벽가의 한 대목인 ‘군사처럼’을 처음 배웠다고 했다. 그 후 본격적인 수업을 하기 전까진 아마추어 수준이 이었다고 겸손해 한다.

유명한 고수로 알려졌는데 판소리에 입문한 동기는 무엇이냐 묻자 그는 “고수를 하면서도 소리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며 “창자의 노래에 맞는 다양한 장단을 짚어주면서 적당한 대목에서는 ‘얼씨구’, ‘좋지’ 등의 추임새도 넣어 창자의 흥을 돋우어 노래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면서도 판소리를 창자가 부러웠고, 꼭 그 무대에 창자로 한번 쯤 서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활동하는 나주는 서편제 판소리의 중심고장으로 많은 명창을 배출한 곳인데, 동편제를 하는 특별한 인연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나주는 서편제에서도 ‘나주소리’로 묶을 수 있는 소리의 본고장이 맞다”면서 “나주소리를 대표할 수 있는 명창으로 김창한과 정광수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조금 더 거슬러 올라 살펴보면 19세기말의 대명창 동편제의 박기홍과 박지홍, 보성소리를 전승한 안채봉, 안부덕 명창 등도 나주출신이다”고 설명했다.

나주의 명창 김창환과 동편제의 박기홍과 서편제의 이날치는 이종사촌간이며 명창 임방울은 김창환의 누이 아들로 조카다. 소리의 중심이 나주였다는 방증이다.

소리의 중심 고장이어서 그랬을까? 나주출신 명창들은 서편제 중심의 전승자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동편제의 전승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 선생은 자신이 발굴해 성장시킨 “나주의 젊은 명창 전지혜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며 “전지혜 명창은 동편제의 본고장인 남원예술고에 다니면서 동편제의 거두인 이난초 선생을 만나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고(故) 강도근 명창의 소리법통을 이어받은 것이 한 몫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전지혜 명창

전지혜(여.33)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고(故) 강도근 명창의 정통 동편제 소리법통을 이어받은 젊은 명창이다.

송만갑-강도근-이난초-전지혜로 이어진 강도근제의 동편제는 대마디 장단의 굵고 웅장한 음악적 구성이 돋보이며, 정교한 이면을 그리는 소리바탕이 뛰어나다.

나주여중학교 1학년 재학시절 국악에 입문한 전 씨는 전남대 국악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대학원 국악과 석사를 수료했으며, 이난초 선생으로부터 춘향가, 흥보가, 수궁가 등을 사사했다.

전 씨는 남원춘향제 일반부 최우수상,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우수상, 보성소리축제 우수상에 이어 지난해 동편제소리축제 송만갑 판소리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함으로써 대한민국 국악계의 촉망받는 기대주다.

나주시국악협회 회원인 전 씨는 전남도립국악단원으로 활동하며 틈틈이 국악교실과 민요교실을 운영하며 국악의 저변확대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한규 선생은 “서편제는 크게 세 분류로 소리법통이 나뉘는데, 먼저 박유전에서 이날치에게 전승되어 김채만에게 이어진 초기 서편제와 박유전에서 정재근에게 계승되어 정응민을 거쳐 조상현·성우량·정진권에게 전수된 보성소리 강산제, 이어 정창업에서 김창환을 이어 김봉학을 거쳐 정광수에게 이어진 김창환의 소리”라는 설명이다. 

   

▲이한규 적벽가

그는 서편제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애잔한 소리보다는 선이 굵은 동편제가 좋아 동편제를 선택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선생은 “지역에서 국악 활동하면서 국악교실 운영하는 등 나주국악의 저변확대를 위한 일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1970년대 이후로 사라졌던 걸궁놀이를 1987년 부활시켜 현재까지 보존해 왔는데 이제는 마을입구 저수지 아래에 위치한 소공연장 무대에서 지역민과 외지 관람객들을 위해 주말마다 1~2회 정도 진동농악을 공연하면서 진동액맥이굿을 전승시키고 싶다”고 소원했다.

선생은 이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악인 국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살고 있다”면서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최선을 다해 후손들에게 전통국악 맥을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선생은 국악발전에 공헌한 관계로 내무부장관, 행정자치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전국고수 우수상, 전라남도 국악 대상, 전국호남가 경창대회 명창부 최우수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청량 이한규 선생은 (사)한국국악협 나주시지부장과 나주시 진동 액막이굿 보존회 회장을 맞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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