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광장문화9. 바르셀로나 스페인광장
소통의 시대 광장문화9. 바르셀로나 스페인광장
  • 바르셀로나=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5.10.2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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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명성으로 관광수입 누려
스페인국기보다 카탈루냐 깃발 더 많아
투우장은 복합쇼핑, 공장은 미술관으로

바르셀로나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o Gaudi)와 그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Eusebi Güell Bacigalupi)이 연상되는 도시이다. 특히 ‘꽃할배’ 방영 이후 바르셀로나를 비롯하여 스페인을 찾는 한국관광객이 늘어 어디서나 한국어를 들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기온은 지중해 탓인지 10월의 중순을 다가서는 데도 한낮에는 여름날씨처럼 뜨거운 햇빛이 강타했다. 반팔 차림이 자연스러웠고 배꼽티를 입은 여성들도 거리마다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이베리아반도 북동부의 지중해를 바라보는 곳에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의 중심도시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이다. 그런 탓인지 물가도 비싼 편이다. 일 년 내내 온화하고 강수량이 적은 편이며 화창한 날이 1년에 300일 이상 되는 곳이다. 이곳 여행 때는 선글라스는 필수이다.

기원전 3세기의 바르시노(Barcino)라는 이름의 도시가 시초였다. 기원전 201년에 로마의 지배에 들어갔고 아직 구시가지의 고딕지구라 불리는 곳에는 당시의 성벽이 일부 남아 있다. 이슬람이 이베리아반도를 점령했을 때는 프랑코왕국에 편입되었다가 10세기 후반에 독립을 선언한다.

이후 아라곤왕국의 수도로서 해운, 수공업, 금융의 중심지로 황금기를 누렸으며 14세기에 그 절정에 달했다. 당시의 건축물 가운데 상당수가 구시가지 중심부에 많이 남아 있어 당시의 모습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을 정도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파밀리아 대성당은 가우디가 죽은 후에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으나 그 완공은 하나님만이 안다고 할 정도로 완공시기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몬주익과 마라톤의 황영조

가우디가 남긴 구엘공원, 카사밀라, 특히 파밀리아대성당은 인산인해였다. 어느 곳이나 줄을 끝없이 서거나 사전에 예약된 표를 사지 않으면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바르셀로나 인구의 절반은 가우디 덕분에 오늘날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어느 글쓴이의 말에 공감이 갈 정도였다.

바르셀로나는 기원전부터 독립된 항구도시로 발전할 정도로 명성이 높은 도시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내에서도 자치권을 내세우며 독립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카탈루냐 지역의 중심도시다.

그런 탓인지 주요 거리와 광장, 주택가 발코니에도 붉은 색이 2줄 들어간 스페인 국기보다는 4줄이 들어간 카탈루냐깃발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카탈루냐 지역은 1975년 독재가 프랑코가 사망한 뒤 활기를 찾아 학교에서도 카탈루냐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각종 출판물과 방송 매체에서도 스페인의 공식언어인 카스티야어 대신 카탈루냐어를 사용할 정도라고 한다.

일단 바르셀로나 전경을 보기 위해 몬주익으로 이동했다. 몬주익은 14기말 스페인이 통일될 때 가톨릭으로 개종하지 않은 많은 유대인들이 스페인 전역에서 보여와 살던 곳이다. 몬(mont)은 ‘산’, 주익(juic)은 ‘유대인’이라는 뜻으로 유대인의 산을 말한다.

이곳은 1888년 바르셀로나만국박람회를 위한 전시장 개발을 시작으로 올리픽경기장이 들어서고 미술관과 공원 등이 조성되면서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1992년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마라톤금메달을 따면서 더욱 친숙해진 도시가 되었다. 특히 이곳에는 황영조의 모습을 돌에 새겨 넣은 황영조공원이 있고, 바르셀로나 야경이 제법 볼만하다는 데 취재진은 야경까지 볼 수 없었다.

몬주익 산 위에서 바라본 바르셀로나 시 전경
몬주익 정상에 있는 중세시대의 요새인 성 자체만으로는 사실 볼만한 게 없다. 다만 이곳을 빠져나와 카탈루냐국립미술관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보이는 스페인광장까지 가는 모습이 감동을 자아내게 만든다. 카탈루냐미술관은 1929년 박람회장으로 사용되던 것을 1934년에 개조해 국립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술관 안에는 로마네스크 컬렉션들이 있고 피레네산맥에 있는 작은 산 클레멘테 성당에서 가져온 카탈루냐 로마네스크를 대표하는 벽화 <전능한 그리스도>가 있다. 그리고 피카소를 비롯한 스페인 거장들의 미술작품이 있다는데, 그리고 인근에 초현실주의를 통해 동심의 세계를 가득 담아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건축된 호안미로 미술관도 있다는 데 일정상 월요일에 이곳을 지나는 터라 두 곳 모두 볼 수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바르셀로나 스페인(에스파냐) 광장의 모습
교통광장이면서 음악분수 명성 높아

스페인광장은 스페인어로 에스파냐광장(Plaza de Espana)이라 한다. 카탈루냐 지역의 가장 중요한 명소 중 하나로 1929년 국제 전시를 위해 만들어졌다. 34,000㎡의 면적으로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광장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광장은 카탈루냐미술관 정문 쪽에서 높이 47m의 두 개의 베네치아 타워가 있는 곳까지를 포함한다면 매우 큰 광장이라 할 수 있다. 카탈루냐미술관에서 스페인광장 쪽으로 폭포처럼 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연달이 이어져 있고 대로 쪽으로 가면 도로 양편으로 작은 분수들이 도열하듯 있었다.

이곳에서는 주말이면 음악분수쇼가 벌어진다. 음악과 빛, 그리고 힘차게 내뿜는 분수의 물살은 보는 이마다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이 분수는 1929년 만국박람회 때 건축가 비가스(Caeles Beigas I Sans)가 제작했다.

이 음악분수는 1980년에 배경음악이 추가되면서 형형색색 빛나는 조명과 함께 초당 2,600리터 규모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가 최고 10여m까지 올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 음악분수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스페인광장은 북적거린다.

이 광장은 중요한 교통 중심지역으로 건너편에는 옛 투우장이 있다. 투우장 외관은 그대로 보존하고 내부는 영국 건축가가 현대적 스타일로 재설계해 2011년부터 복합쇼핑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오른편의 돔같은 전시장에서는 아트페어가 열렸고 오른편의 카이샤(Caixa)포럼 전시장에서 이집트 특별전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라 카이샤은행이 문화사업의 하나로 사회기여를 목적으로 2003년에 문을 열었다. 원래 이 건물은 1911년에 공장 건물로 쓰기 위해 지어졌던 것이다.

스페인 광장은 다른 광장처럼 사람들이 모여 즐기거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취재진이 보기엔 교통광장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광장 한쪽에서는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를 타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줄지어 표를 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카탈루냐미술관에서 내려다본 스페인광장
로마, 세비야, 마드리드 곳곳 스페인광장

‘스페인광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은 꽤 많다. 먼저 유명한 곳은 스페인보다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스페인광장이다. 17세기에 교황청 스페인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두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사먹던 계단이 유명한 곳이다.

또 하나의 스페인광장은 스페인 남부에 있는 세비야에 있는 스페인광장이다. 취재진의 일정상 거리가 멀어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세비야의 스페인광장은 우리나라 한 광고에도 등장할 만큼 반달 모양의 두 개의 건축물(고고학박물관과 예술 풍습박물관)이 있고 그 모양을 따라 물길을 만들어 놓은 매우 크고 아름다운 광장이다. 어느 여행가는 진정한 스페인광장은 세비야에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취재진이 들렀던 마드리드의 스페인광장이 있다. 마드리드의 최고 번화가인 그란비아대로 북쪽 시작지점에 있다. 이곳에는 세르반데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해 1916년에 만든 기념탑이 우뚝 솟아있고 아래로는 세르반데스의 소설 속 주인공인 로시난테를 타고 있는 돈키호테와 당나귀를 탄 뚱뚱한 산초판자 동상이 있다.

이처럼 광장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광장은 단순히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주변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 그리고 조형물 등이 어우러져 그 지역의 자긍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관광객들의 발길을 매력적으로 끌어들인다.

광주에서 광장이라고 이름붙인 곳은 대부분 단순한 교통광장에 불과하다. 주변에는 아무 것도 없다. 이것이 차이점이라는 것을 느꼈다. 광장 주변의 경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에 급급한 나머지 여유로움을 느끼지 못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카탈루냐미술관 인공폭포 위에 새 두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다.
바르셀로나 투어 버스를 타기 위해 표를 사고 있는 관광객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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