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광장문화 7 마드리드 솔광장
소통의 시대 광장문화 7 마드리드 솔광장
  • 마드리드=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5.10.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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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숨결 느끼는 열정과 끼가 모여
문화전당 앞 광장 시민 동아리 서로 어울려
스페인의 기점, 각지로 뻗는 도로의 출발점

마드리드의 숨결은 어디에서 느낄 수 있을까. 파리의 개선문에서 시작하는 방사형 도로처럼 마드리드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타원형의 큰 도로가 있고 중심에서 이를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도로가 펼쳐져 있다. 바로 그 중심에 마드리드의 숨결이라 할 수 있는 솔광장이 있다.

이곳 솔광장에는 마드리드 시청사(Comunidad de Madrid)가 있고 정문 앞에 도로원표가 0km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큰 도시의 중앙에는 도로원표라는 게 있다. 그곳에서 다른 도시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표시이다. 솔광장은 스페인의 모든 국도를 시작하는 기점을 표시한다. 스페인 각지로 뻗어나가는 9개 도로의 출발점이다.
이곳에 오는 관광객들은 그 도로원표에 발을 짚어보고 즐거워한다. 어디서나 듣는 말이지만 이곳 원표를 밟으면 다시 이곳에 돌아온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아멜리아 미쉘(Amelia Michelle)은 친구와 함께 도로원표를 밟으며 사진을 찍고 또 다시 마드리드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마드리드는 위치상 이베리아반도의 중심부, 해발 635m의 메세타고원에 자리한 500만여명의 인구 밀집지역이다. 1561년 펠리페2세 때 스페인의 수도로 정해졌다. 그 이전에는 작은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수도로 지정된 이후 도시로 발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며 17세기에는 수도다운 규모를 갖추었다. 지금은 유럽의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이며 스페인의 문화와 정치를 이끄는 수도이다.

마드리드 중심 ‘태양의 문’이 있던 곳

마드리드는 산으로 둘러싸여 경관이 뛰어난 지역이다. 대륙성 기후의 특성을 보이는 데 봄에는 다니기 좋은 날씨, 여름에는 지독하게 더운 편이며 가을에는 온화한 기후와 함께 절경이 펼쳐지고 겨울은 우리나라와 달리 춥지 않은 날씨를 보인다. 다행히 취재진은 가을 초입에 이곳을 찾을 수 있어 온화하면서 한낮에는 반팔을 입고 다녀도 좋았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광장은 솔광장이다. 공식 명칭은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광장으로 ‘태양의 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16세기까지 스페인의 영광을 상징하는 태양 문양의 성문이 이곳에 있었다고 해서 솔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던 모양이다. 아쉽게도 그 문은 현재 남아있지 않다.

현재의 솔광장의 모습은 1861년 후안 바우티스타 페이로네(Juan Bautista Peyronet)가 설계한 것으로 옛 우체국 건물만 남기고 근처의 낡은 건물을 헐거나 개보수하면서 만들어졌다. 옛 우체국 건물은 1768년 프랑스 건축가 마르케(Marquet)가 건축한 건물로 시간이 흐르면서 내무부, 경찰본부 등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시청 건물로 쓰이고 있다.

솔광장에서 상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광장 북쪽에 있는 커다란 산딸기나무에서 마드로뇨(Madrono)를 따먹으려고 두발로 서있는 곰 조각상이다. 그런데 곰발바닥 뒤꿈치가 금빛으로 반짝거린다. 누군가 곰 발뒤꿈치를 만지고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을 퍼뜨렸는지 청동으로 된 곰 발뒤꿈치는 사람들마다 만진 탓에 달아져 금빛으로 변한 것이다.

또 시청사의 시계탑도 유명하다. 연말이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에 시청사에서 자정을 알리는 12번의 종소리가 울린다. 여기에 맞춰 포도알 12개를 먹으면 새해에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포도재배를 하는 스페인에서 어떤 해 포도가 풍년이 든 후 이처럼 행사를 벌인 후 지금까지 그 전통이 이어져오는 것 같다고 한다.

솔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약속하는 주요한 장소이다. 중세 마드리드시대부터 중심을 이루었던 이곳은 지금도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솔광장은 오후 8시를 넘어서면 그 수가 점점 많아지고 10시가 넘어서면 절정을 이룬다. 아마도 우리나라 밤문화가 발달했다고 하지만 이곳 주변은 거의 밤새도록 시끄러울 만큼 노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이면 한국 밤문화를 능가할 수준

광장 곳곳에서는 비보잉을 하는 젊은 청년들이 관람객들의 박수를 유도하거나, 다른 곳에서 보드를 타며 재주를 부리는 이들도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한 바탕 공연이 끝나면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들이 있다.

광장 중앙의 원형분수 주변에는 어른 청년 아이 너나 할 것이 철퍼덕 앉아 한 손에는 캔맥주나 음료수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솔광장은 문화전당 앞 민주광장과 규모나 주변 환경 면에서는 매우 비슷하다. 최근 전당 개관을 기념하여 주말마다 금남로3가까지 의도적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보다는 자연스럽게 민주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듯싶다.

물론 개방적 문화와 폐쇄적 문화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최근 청춘문화는 주변인들에게 상당히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전당 앞 광장은 예술의 거리가 가깝다는 이점을 활용하여 광장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나 그림을 내놓고 판매하는 지역을 선정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구청이나 미술협회 등에서 승인받은 사람 그리고 인증서를 게시하면 신뢰성에서 더 좋을 듯하다.

그렇지 않으면 솔광장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프리카계 흑인 청년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해가며 모조 가방이나 시계, 신발 등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장사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을 답습하지 않을 것이다.

한편 광장 한 가운데는 파스쿠알 메나(Pascual Mena)의 작품인 카를로스3세의 동상이 하늘 높은 곳을 향하여 서 있다. 카를로스3세는 경제성장을 규제하는 오래된 규제정책을 철폐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스페인 번영에 이바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인은 19세기 초 프랑스가 지배한 나라 가운데 가장 최초로 독립운동을 벌인 나라이다. 그 시발점이 바로 솔광장이다. 그래서 지금도 각종 궐기대회가 있을 때나 각종 행사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스페인을 강타한 금융위기에 분노한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곳도 이곳이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면 다시 이곳에서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음악소리가 들리고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는 젊은 남녀를 쉽게 볼 수 있고 비보잉이 다시 열리곤 한다.

특히 이곳도 주말이면 불금(불타는 금요일)이 되곤 한다. 스페인은 보통 저녁 10시부터 식사를 한다. 그리고 12시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는 시간이라고 한다. 젊은 청년들이 집을 나서는 시간이 밤 12시라고 하니 우리 문화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리고 그 열정에 찬 젊은이들은 거의 밤을 새곤 한다.
어디서나 ‘소통’하는 청춘들

솔광장 인근의 라티나(La Latina) 전철역 바로 앞에 길보다 상당히 낮은 빈 터가 있다. 음악소리가 쿵짝거려 발길을 들이밀었다. 어두컴컴한 곳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다. 약간은 비탈진 길을 타고 10여m 내려가는 왼쪽 편에 음악과 함께 2백여명에 가까운 이들이 클럽처럼 서서 몸을 흔드는 것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손에는 맥주 한 잔을 들고 춤추는 이도 보였다. 불빛이라고는 가로등 하나 정도 켜진 수준이었다.

좀 더 내려가니 맞은편에는 삼삼오오 아니면 10여명씩 떼를 지어 앉아 있거나 바닥에 눕다시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오른편으로는 3인조 농구를 하는 이들이 있었고 농구대 뒤편에도 삼삼오오 모여 이들의 농구시합을 관람하는 지 아니면 눈만 그곳에 두고 이야기를 하는 지 취재진이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젊은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다시 오른 편으로 더 돌았다. 5단짜리 응원석 의자에 10대로 보이는 10여명의 젊은이들이 앉아있고 한 여자 아이가 그들을 향해 열변을 통하고 있었다. 이처럼 광장 곳곳에는 젊은이들이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광주를 생각해보면 젊은이들만이 모이는 청춘광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의 청춘들이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세계가 필요해 보인다. 유스퀘어광장이 좋을 수도 있다. 다만 터미널 때문에 복잡하다는 점이 좀 아쉽다.

솔광장 지하철역 이름은 영국의 보다폰(vodafone) 회사가 2013년 6월부터 3년간 보다폰솔역으로 300만유로에 사용권을 가져갔다. 당시 경제위기로 휘청거렸던 스페인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내다 팔고 있었다. 우리나라 서울역에 비유할 수 있는 마드리드 솔 광장역이 보다폰솔역이 되면서 마드리드 지하철 2호선은 '보다폰 2호선'으로 불리게 됐다.

한때 삼성전자에서도 갤럭시노트 신모델 출시에 맞춰 2012년 5월쯤 솔역의 이름을 한 달 가량 ‘에스타시온 솔 갤럭시노트(Estacion Sol Galaxy Note!)’로 바꿔 달았다 한다. 당시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스페인도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들에게 역의 이름까지 팔고 있던 터였고 삼성은 마드리드 중심역의 이름을 이용해 제품광고를 했었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고 부르는 프라도미술관은 마드리드에서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미술관이다. 스페인 왕실에서 수집한 미술품들을 중심으로 진열되어 있다. 평소 요금은 14유로 이지만 오후 6시에 이후에는 무료이다. 무료관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5시 무렵부터 모이기 시작했는데 6시 무렵이 되자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그 끝을 볼 수 없었다.

벨라스케스, 고야, 엘 그레코, 부리요, 다이크, 보스 등 유럽 전역에서 수집된 수준 높은 작품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드리드는 관광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게 만든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을 보는 듯 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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