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시대 광장문화5. 울산 햇빛과장과 큐빅광장
소통의 시대 광장문화5. 울산 햇빛과장과 큐빅광장
  • 울산=정인서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9.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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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존재 확인하고 타인과 만남 휴식 갖는 곳
도시의 상징 역할로 정체성 장소성 기억 장소
▲ 울산 햇빛광장에는 초록원과 실개천이 함께 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될 정도다.

시장이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제법 잘 부른다. 색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은 공식 행사 석상에는 축사나 환영사 정도만 하고 행사장을 떠나는 정도로만 시민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시장이 직접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좀 생경한 일이다.
지난 4월 2일 울산시는 직원들의 소통과 화합을 통한 일하기 좋은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시청 햇빛광장에서 ‘직원 벚꽃 음악회’를 열었다. 울산지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음악회는 간간이 비가 오는 가운데 벚꽃 길 걷기, 추억의 보물찾기, 전통차 시음, 사진촬영 등 상하·동료 간 격의 없는 소통의 장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이날 음악회는 시청 직원들의 노래자랑과 같았다. 환경정책과 전홍억 주무관의 ‘가방을 든 여인’, ‘미운오리’ 색소폰 연주, 이정희 회계과장의 ‘모란동백’ 오카리나 연주, 상수도사업본부 중부사업소 오동현 주무관과 문화예술회관 공연과 심종석 주무의 ‘봄봄봄’,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작은새’ 통기타 공연 등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김기현 울산시장도 공연에 직접 참여해 몸을 흔들고 팔을 저으며 노래를 불렀다. 사진 자료를 보니 유난히 그날은 햇빛이 내려쬔 것처럼 보였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도 햇빛광장에는 뜨거운 햇살이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게 했다.

▲ 울산시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조그만 옹기들이 놓여있다. 옛 울주군이 옹기의 고장인 것을 도시의 상징으로 삼을 정도다.
광장과 초록원, 실개천 함께 어우러져

현재 울산시청이 자리한 남구 신정동 지역은 도심 속 중구의 원도심에서 시가지가 남구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도심으로 성장한 지역이다. 1969년 12월에 준공되었던 옛 시청사를 개보수하여 별관으로 사용하고, 부지를 확장하여 2008년 12월에 신청사를 신축했다.
이 지역은 경남은행, 외환은행, 한국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이 밀집한 금융 업무지역에 속한다. 시청 광장을 중심으로 보면 광장 앞쪽은 주로 일반사업지역이고 시청사가 있는 뒤쪽은 준주거지역이다.
울산시청 햇빛광장은 신청사 준공과 함께 조성된 1,600㎡의 공간이다. 햇빛광장과 연결되는 청사정원 8,092㎡에는 교목 436주, 관목 9만 2,860주가 심어져 초록원이라고 부른다. 초록원에는 연산홍, 철쭉 등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고 있다.
110m에 이르는 실개천에는 잉어, 피라미, 버들치 등 물고기와 다양한 수생식물이 심어져 있어 어린이들의 현장 체험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분수대와 정원을 가로질러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 공간일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 및 유치원 원생들의 생태체험 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계절에 맞는 다양한 꽃들로 단장하여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휴식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가꿔 나가고 있다.
시청 입구로 들어오는 길목에 조그만 꽃밭을 몇 개 만들었는데 그 가운데에 옹기가 군데군데 있었다. 울산은 산업화의 상징인 공업도시, 특히 현대자동차의 도시로 생각했는데 자동차가 아닌 옹기가 놓여 있다는 것에 눈길이 갔다.
휴일이지만 이날 근무 중이었던 울산시 공무원에게 옹기가 있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울산시로 편입된 옛 울주군이 옹기의 고장이어서 이를 홍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말이면 시청에서 옹기마을로 떠나는 시청 테마버스가 운행되고 있었다. 부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하니 나중에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 울신사청 앞에 있는 도로원표
광장 기능 따라 역할 달라져

최근 많은 도시들이 시청광장을 도시를 대표하는 광장으로 조성하는 일에 열심이다. 아무래도 시청광장은 시민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들이 자주 방문한다는 점에서 도시의 정체성이나 장소성 그리고 도시이미지와 직접 관련을 상징공간이라 할 수 있다. 시청광장은 도시를 대표하는 공공건축물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기문.유주희(2013)의 ‘한국 도시광장의 공간구성에 관한 연구’에서는 “광장의 기능은 시대별이나 국가별 그리고 사회.문화적 척도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조성되거나 사용되어 왔다”면서 “도시사회에서 변하지 않고 지속적인 집단적 기억과 공동의 가치를 생성하는 만남과 접촉의 행위라든가 문화적.사회적 사건이 일어나는 공동체의 장소로서 열린 공공공간이다” 설명했다.
광장의 기능에 대해 Franco Mancuso(2009)는 유럽 24개국 60여개 광장을 분석하여 광장을 크게 장터, 문화의 장, 예술작품, 의식의 장소, 군중집회 공간으로 분류했고, 홍세표(2002)는 ‘도시광장의 형성과 이용실태에 관한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선행연구를 분류하여 정치(집회), 기념, 교통, 상업, 오락 및 휴식 의 5가지 기능으로 제시했다.

성기문.유주희는 광장의 크기는 광장의 기능과 역할, 그리고 광장의 주 건물과의 관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했다. 또 광장은 종종 도시의 거실 혹은 외부의 방이라고 표현되거나 벽으로 에워싸인 공간인 방과 같이 중심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광장은 시민이 그 속에서 자기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람을 만나고 휴식을 취하고 다양한 행위가 일어나는 한정된 영역의 공간이라고 해석했다.
울산시청의 햇빛광장은 행사공간과 공원이 공존하는 문화.근린광장에 해당한다. 햇빛광장에서는 매년 6회 정도의 직원과 방문 시민을 대상으로 2013년까지 오색팔중 한마당 음악회가 열렸고, 초록원에서는 4월 중 저녁행사로 벚꽃과 함께 하는 ‘벗과 벚의 만남’이 열리는 등 단순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자투리땅에 복합문화공간 활용

반면 울산시 취재를 위해 찾아갔을 때 구도심에서 하룻밤 숙박을 했다. 때마침 인근의 성남동 일대에서 울산시 중구청 주관으로 나눔장터가 열리고 주민노래자랑아 펼쳐졌다. 이 지역은 1990년대 초반 남구 신시가지 개발로 인해 중심상권과 경제, 문화의 중심축이 신도심으로 이전한 뒤 어느 도시나 겪는 구도심 낙후화 현상이 일어났다.
이런 가운데 우연히 보았던 조그만 큐빅광장이 눈길을 끌었다. 도심내의 자투리땅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접근한 것처럼 보였다. 이곳은 원도심 재생사업의 하나로 ‘문화’라는 주제와 전략을 장소에 담는 것이었다.
유용현.김선범(2014)의 ‘울산 중구 성남동 큐빅광장’이라는 프로젝트 보고서에서는 “그것은 도시의 발원지로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회복하고 과거와 현재, 옛것과 새것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섬세한 계획에 대한 인식, 그리고 문화가 가지는 생산적인 흡인력을 통해 구도심은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성남동 도로와 보행로의 결절점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작은 대지는 원래 흔히 하는 개발방식으로 쌈지공원처럼 녹화사업을 통해 시민 휴식공간을 만들 예정이었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무표정한 소공원으로 채우기보다는 이 지역의 역사적, 도시적 맥락을 새롭게 해석하는 공공 공간으로 구성해 도심의 활력을 더할 수 있는 정체성을 찾는 것이었다.

성남동 일대에 이미 형성된 젊음의 거리와 1970년대까지 도시 속 축제의 장소였던 기억을 되살려내는 커뮤니티공간으로 형성한다면 지역상권과 도심기능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이 작은 광장이 갖는 ‘큐빅’이라는 이름도 수개월에 걸친 전문가, 시민, 지자체, 문화예술단체의 참여를 통한 명칭 공무와 설문조사로 공간에 맞는 이름이 지어졌다. 큐빅광장은 대지 549㎡, 건축 198㎡ 면적으로 철근콘크리트 및 철골조로 지어졌다.
이제 큐빅광장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위한 공연, 전시, 체험행사가 연중 상시로 열리는 다채로운 장소가 되었다. 울산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복합문화공간인 것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춤도 추고 음악연주도 하며 연극과 시낭송 등을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울산 원도심의 시선을 끄는 새로운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구도심 성남동 자투리땅에 만든 큐빅광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규모보다는 활용에 가치 둬야

큐빅광장은 시청의 햇빛광장보다 훨씬 규모는 작지만 시민들을 끌어들이는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광장에서 약속하고 만나고 휴식하고 교류하는 일상이 되고 있다. 조그만 축제들이 이어지면서 원도심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간직하는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울산시청의 햇빛광장은 단순히 시청에서 주관하는 관련 행사 장소로만 쓰이고 있다. 시청 누리집에서 ‘햇빛광장’을 검색하면 올해 벌인 행사는 추석대비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을지연습기간 중 안보체험관,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성공 기원, 울산시 공무원 특별헌혈 행사, 찾아가는 영어마을 글로벌 리더십 체험 행사, 시청 직원 벚꽃 음악회 등을 벌였다.

이 광장에는 직원들 대상으로 화합과 건강증진을 기대한다며 제기차기 보급에 나선다며 지난 4월 제기보관함을 설치했지만 보관함 흔적을 보니 최근 몇 개월간은 별로 무관심한 듯하다.
도시 광장은 도시의 빈 마당으로 다양한 사회 문화적 소통이 이루어지고, 도시의 중심이 되는 이정표로 도시 공간의 발전 및 위계를 정하는 랜드마크이며, 도시인들의 심리적 정서적인 존재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공간이다.
최근 도시 광장은 다양한 활동이 모여 융합하고 창조적 활동을 촉발시키는 중심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광장의 규모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활용의 가치가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을 울산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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