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빛과 도시벽화(22) 그래피티, 새로운 관점 접근해야
광주의 빛과 도시벽화(22) 그래피티, 새로운 관점 접근해야
  • 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5.06.17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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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예총, 소아르갤러리, 팝핀현준, 잎새주
“훼손된 옹벽뿐만 아니라 일반 건물에도 작업”
▲ 2014 전주 비보이 대회 그래피티

지난해 광주청소년어울마당 행사가 북구의 청소년수련관 옆 쌍암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 가운데 라이브페인팅이 있었다.
누군가 행사장 한 가운데 커다란 베니어판으로 캔버스를 설치하고 밑그림을 그린 다음에 락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영문 글씨 모양이기도 하고 문자 안에는 색칠을 하고 나름대로 컬러 배합을 통해 표출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었다.

한 꼬마 아이가 와서 물었다. “뭐하는 거에요?”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마치 질문 게임에 걸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 “뭘 하는 것일까?”라고 우문을 던졌다.
작업을 마무리해갔다. 버블과 스퀘어들로 꾸며진 레터가 거의 완성되고 세컨 라인까지 그린 뒤에 태깅을 남겼다. 'LOVE OUR LIFE'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오타였다”고 기록에 남겼다. ‘Love Our Lives'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뜻은 전달된다는 것에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 담양 소아르카페갤러리 외벽의 그래피티
부정과 긍정 측면에 대한 논란

그는 광주에 몇 안되는 그래피티 작가 STAZ(38)이다. 지난 2003년부터 활동해왔다는 그는 가능하면 이미 훼손된 벽을 찾아 새롭게 덧칠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나름대로의 그래피티화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그는 전주에서 열린 비보이 그랑프리 대회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참여했다. 주최 측에서 제공한 15m의 가벽에 라이브페인팅이 이루어졌고 다른 쪽에는 시민참여형 가벽이 만들어져 시민들도 함께 했다.
그는 “그래피티를 단순히 낙서라고 보는 것은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면서 “아직도 개념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오히려 옹벽이나 훼손된 벽들을 덮어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광주지역에서 그래피티 작업을 한 곳은 서구 쌍촌동의 한 옹벽에 ‘섹시백’이라든가 누군가의 욕을 했던 곳에 작업을 했고, 세광학교의 하늘 높은 커다란 옹벽 일부에 RES1과 함께 그래피티 작업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그는 광주5.18 기념행사에 초대되어 가벽 설치작업을 했고, 조선대 조소과 조의현 교수의 담양 소아르갤러리 건물, 불후의 명곡에 나왔던 팝핀현준이 세운 건물에도 그래피티 작업을 하고, 보해 잎새주 CF에도 출현할 정도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피티가 거리의 예술로서 정착되는 데는 아직은 난해한 감이 있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문화도시라는 광주 지역의 정서적인 면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는 앞으로 남은 과제이다.

▲ 잎새주 부라더 CF광고에 등장한 그래피티와 작가들
예술 영역에 대한 논의 필요

예술에 대한 보수적 시각보다는 개방적인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그래피티도 예술적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단순한 낙서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문자와 그림을 결합한 그래피티로 그 가치를 모색할 때 문화도시 광주의 세계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조선대 미술대학 조윤성 교수는 최근 예술형식의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래피티는 서구에서 7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반발로 음지에서 시작했다”면서 “갤러리라든가 제한된 캔버스의 영역을 벗어나 관객과 직접 마주치며 형식 없는 자유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피티도 현대 예술의 한 영역으로 인식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그래피티는 디지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필라델피아 식수대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장려하는 태양열로 구동되는 식수대 위에 터치스크린을 설치했다. 물을 마시면서 터치스크린 위에 디지타피티(Digitappitti)를 할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제 3의 디지털 컨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 불후의 명곡에도 출연했던 팝핀현준의 건물에도 그래피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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