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빛과 도시벽화(17) 파리의 벽은 대형 캔버스
광주의 빛과 도시벽화(17) 파리의 벽은 대형 캔버스
  • 파리=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5.06.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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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거리미술, 그래피티 등 다양한 활동
예술가 지원정책, 시민 관광객 소통 수단

파리는 전체적으로 시내의 건물들은 고풍스럽고 가라앉은 무채색의 느낌이 강하다. 대부분 100여년 이상의 건물들이 많기 때문에 고유한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정책을 쓴다. 때문에 색칠을 제한하고 건물 개조나 새로운 건축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라데팡스(La Defense) 같은 신도시 지구가 있다. 1958년 추진된 상업지구로 고층빌딩과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해 있어서 파리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1989년에는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여 덴마크 출신 건축가 스프레켈슨(Johann Otto von Spreckelsen, 1929~1987)의 설계에 따라 신개선문(La Grande Arche)을 건설했다. 콩코드 광장과 일직선상에 있어서 에투알개선문과 카루젤개선문이 멀찌감치 보인다.
하지만 라데팡스가 아닌 파리의 고색창연한 대부분 지역은 황량한 회색 벽면만 남은 곳이 많다. 파리는 이런 벽면을 이용해 리옹 못지않은 벽화들로 거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아파트나 빌딩 등과 같은 대형건물의 벽면이 있는 곳이면 벽화들이 눈에 띠었다. 벽면이 캔버스가 된 것이다.

환경미화에 뛰어난 프랑스 사람들

환경 미화에는 타고난 프랑스 사람들은 이 공짜 캔버스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실제 사람들이 창문이나 테라스에서 무언가 하고 있는 모습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하는 벽이 있는가 하면 거대한 포스터처럼, 오래된 양피에 세긴 타이포그래피 같은 외벽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보다는 최근 20~30년 내에 세워진 건물이거나 낙후지역, 이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 등에 집중되어 있는 게 리옹과는 달랐다. 또한 벽화도 리옹처럼 섬세하지 않고 도시의 의미를 담기보다는 작가 중심의 개성을 드러낸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파리는 오래된 석조건물, 명성 높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최신 패션의 거리, 에펠탑이나 노트르담성당, 몽마르트언덕 등 명소가 많은 탓에 거리 벽화는 쉽사리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취재진은 리옹의 벽화를 보고 난 뒤 파리의 벽화는 예술의 도시다운 새로운 감동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작품으로서의 벽화, 즉 성당 내부에 그려진 성화와 같은 벽화를 상상했다.
그러나 대부분 그래피티(Graffiti)이거나 거리미술(Street Art) 정도로 치부된 게 고작이었다. 리옹처럼 벽면 모두를 캔버스처럼 활용한 벽화이기보다는 아파트 옆면이나 뒷골목의 담장이나 건물 입구 등의 상황을 재미있게 반영하는 그림들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파리는 공공미술로서의 벽화, 거리미술, 그래피티 등 세 가지 영역의 이야기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보기엔 길거리 미술이라는 영역에서는 비슷하게 보일 뿐이다. 김택용(2011)은 “회화의 또 다른 반란 거리 예술(Street Art)의 탄생과 지금”이라는 글에서 이들의 차이점을 구분 짓기도 한다.

양림동, 발산마을은 어떻게 하나

물론 이 중에는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허용된 공간이나 행위가 있을게고 그렇지 않은 영역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들을 모두 예술가의 행위로 인정하는 프랑스의 예술정책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벽화들 대부분은 프랑스 문화부에서 승인된 예술가들의 작품들로, 그들의 풍부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아주 가까운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고 빠져들 수 있게 해준다. 이들은 도시를 하나의 갤러리로 만들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파리의 지하철을 타거나 골목을 거닐다 보면 이런저런 ‘벽화’ 작품을 만나게 된다. 이들 작품이 변화를 형성시키고 파리 시민과 관광객을 소통시키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듯 다양한 화면구성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기도 하고 예술감각을 늘릴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광주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50억원이나 투입했다는 양림동 지역은 생각보다 양에 차지 않고, 문화창조마을이라 부른 발산마을은 올해 추진되는 가운데 이를 어떻게 반영하면 좋을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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