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빛과 도시벽화(20)벽화와 미화는 구분해야
광주의 빛과 도시벽화(20)벽화와 미화는 구분해야
  • 파리=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5.06.08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회적 기능 수행하는 예술 영역의 가치
학생 재능기부보다 예술가에게 제대로

▲La Sarra 레지던시- 푸흐비에르 성당 옆의 산동네아파트가 낡아 재개발을 검토한 가운데 씨테 크레아시옹의 구시가지 벽화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제법 괜찮은 그림이 보이기도 하고 그저 단순하게 아이들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는가 하면 누군가 락카로 낙서를 한 듯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을 거리미술이라 하기도 하고 길 위의 예술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어차피 실내가 아닌 거리나 건물 등 밖에서 이루어지는 작품들이라면 환경예술이라고 부르자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하면 대지미술, 자연미술, 생태미술, 공공미술,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 등 어떤 명칭이든 간에 자연과 도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현장감을 드러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것들은 결국 목적은 하나인 것 같다. ‘도시를 아름답게’이다. ‘아름답게’라는 개념 정립이 어렵기는 하다. 다만 특정 공간에 다양한 예술의 재현 가능성을 드러내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접근 필요

임성훈은 “도시미화와 예술: ‘길 위의 예술’에 대한 비판적 소고”(2010)에서 “길 위의 예술은 도시공간에 문화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단순한 장식이나 치장”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는 길 위의 예술이 도시디자인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예술 본래의 사회적 기능은 사라지고 단지 도시환경을 위한 ‘미화’적인 기능만 남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예술이 사회와 현실에 끊임없이 관계하면서도 물음과 반성을 통해 그 사회의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도시공간에 풍덩 던져지는 예술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예술이라는 관점이다. 이런 시각에서 문화도시 광주의 거리미술은 광주의 역사적 관점과 빛과 생명이라는 커다란 비전을 안고 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벽화는 몇 가지 면에서 그 기능을 분류할 수 있다. 도시미관의 향상을 위한 환경미화 기능, 거대한 광고물로서의 광고홍보의 기능, 사회문제를 다룬 사회정치적 소통의 기능,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그려낸 문화 역사 표출의 기능, 뜻 깊은 사건이나 추모의 뜻을 갖는 기념 또는 추모의 기능, 그밖에 교육적 기능, 랜드마크적인 기능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광주에서 볼 수 있는 도시벽화는 어떤 기능이 많고 파리나 리옹의 그것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라는 의문을 던져본다.

▲퐁피두미술관 옆 벽화가 그려진 곳에 그래피티를 누군가 덧칠했다.
작품성 뛰어나야 감동 준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도시벽화(사실 벽화라 이름붙이지 말고 미화작업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재료비가 저렴한 수성이나 유성페인트로 대부분 작업이 이루어지고 내용면에서 수준 있는 예술성은 보이지 않고 보존 기간도 불과 2~3년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광주의 도시벽화는 대개 환경미화 기능이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문화도시로서의 특성이나 역사적 내용 등은 대부분 반영되지 않고 이러한 벽화작업도 학생들을 동원하여 재능기부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는 전문 예술가에게 의뢰하여 벽화작업을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벽화의 작품성이 뛰어나고 이를 보러온 사람들마다 감탄하거나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파리와 리옹은 물론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작업된 벽화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리옹의 벽화는 대부분 프레스코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수명도 반영구적이다. 리옹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5년에 한 번 정도 물청소만 하면 된다고 할 정도다.

리옹의 벽화들은 상당 부분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로 침체된 분위기였지만 이들 벽면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도시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푸흐비에르 대성당이 있는 산동네 아파트는 유네스코문화유산이 된 구시가지 거리 상가 모습을 벽화로 형상화시키면서 아파트가 크게 달라졌다.

▲Philippe Pinel 1745~1826 정신과의사-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현대 정신병 치료법 확립자의 한 사람이다. 1792년 파리 근교 정신병원의 의사가 되어, 실증적 의학관과 그리스도교적 박애관에 입각하여 정신질환자들을 의학적으로 치료하는 길을 열어 놓았다.
도시의 의미를 담는 공간

또 벽화를 그리더라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한다. 주변 건물과 비슷한 브라운 계열의 색상을 사용해 편안함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리옹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토니 가르니에의 초상과 사인을 그려놓았고 마치 건축설계도를 그린 것처럼 수치와 치수를 그려 재미를 더하고 있다.

파리는 좁은 골목공간의 아파트에 뻥 뚫린 하늘 모습을 보여주어 답답한 가슴을 열어주는 듯 하고, 도심의 한 호텔은 뒤편에 창과 커튼, 덩굴나무 등을 세밀하게 묘사해 오래된 호텔을 자랑하는 듯 했다.

또한 파리 마레지구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라는 점을 배경으로 경쾌하고 활동적인 분위기의 벽화가 있는데 오페라 무대의 모습이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 하는 두 남자가 높다란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새로운 가상공간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처럼 벽화는 단순한 환경미화 수준이 아니라 그 도시의 역사적 자산이나 도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도시 광주의 예술적 자산과 역사적 사건들을 보여주는 벽화작업은 보는 이에게 벽화로서 광주를 소개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