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울린 ‘심청’, 곡성·옹진 효녀로 거듭나다
심봉사 울린 ‘심청’, 곡성·옹진 효녀로 거듭나다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9.06.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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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불붙은 캐릭터 전쟁 ③ 고소설 사례
효녀 심청를 둘러싼 두 지자체의 미묘한 신경전

▲ 효녀 심청을 둘러싼 곡성군과 옹진군의 미묘한 신경전은 설화의 고증이 어려워 발생한 문제다. 곡성군은 <심청전>의 원형인 원홍장 설화를 바탕으로 심청이야기 마을 조성, 심청 축제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사진은 곡성군에 조성된 심청 조형물.
아비에 대한 효심이 극진했던 심청은 예로부터 ‘효 사상’의 근원이라 불린다. 심봉사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 설화는 ‘효’를 대변하는 핵심 키워드다.

<심청전>을 둘러싼 전라남도 곡성군과 인천시 옹진군의 미묘한 신경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극진한 효 사랑에서 비롯됐다. 시대가 변해도 효에 대한 가치와 평가는 변함이 없는 것.

곡성군은 효녀 심청의 연고지를 앞세워 매년 심청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곡성군의 이 같은 주장은 2000년 연세대 국학고전 연구실팀의 ‘효녀 심청’ 학술용역이 뒷받침한다. 황해도 황주가 고향으로 알려졌던 심청은 일본 학자인 시합자 교수의 ‘관음사 연기설화의 형성과 변용’이란 논문에서 발단이 됐다. 곡성에 전해져 내려오는 관음사사적기의 원홍장 설화가 구전으로 내려오다 마침내 <심청전>이 됐다는 것.

학술팀은 “그간 <심청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지만 작품의 유래와 형성 과정 등 시대적 배경과  관련 자료가 부족해 연구 성과에 한계성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고소설과 달리 사료적 가치가 충분한 ‘관음사사적기’는 <심청전>의 원형으로 평가되는 동시에 효의 대명사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원홍장 설화는 곡성군 오산면에 위치한 고찰 관음사에 전해 내려오는 관음사사적기에 실린 것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를 위해 중국으로 팔려간 효녀 홍장이 불상을 보내와 절(관음사)를 지었고, 아버지는 눈을 떠 아흔다섯 살까지 살았다는 내용이다.

▲ 옹진군은 1995년 한국민속학회의 심청전 배경지 고증을 받고 심청 사업에 뛰어들었다.거타지 설화를 근거로 백령도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장소임을 내세웠다. 사진은 옹진군에 조성된 심청 조형물. ⓒ옹진군청
설화를 바탕으로 곡성은 관음사에 효녀 심청공원을 조성하고, 심청 이야기 마을을 만드는 등 '효'를 곡성의 브랜드로 내걸었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어우러진 심청 이야기 마을엔 인당수에 막 뛰어들 듯한 심청 조형물과 심청효행기념비가 세워져있다. 또한 매년 심청축제를 개최해 명실상부 곡성의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옹진은 곡성보다 앞선 1995년 한국민속학회의 심청전 배경지 고증을 받고 심청 사업에 뛰어들었다. 옹진군은 거타지 설화를 근거로 백령도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장소임을 내세워 심청각을 건립하고, ‘백령 심청’ 캐릭터를 통해 효 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인당수를 비정하는 문헌자료가 아직 없다는 점과 원홍장 설화엔 인당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 등 인당수 인정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부안군이 위도 부근의 임수도 해역이 본래 ‘인수도’라 불렸다는 점을 내세워 심청지 배경지 논란에 합세했다.

이 같은 지자체의 미묘한 신경전은 ‘설화’의 고증이 어려워 되풀이 되는 문제다.

임상훈 옹진군 관광문화과 팀장은 “설화나 고대소설의 배경을 100% 고증이 불가능하다 보니 불거질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며 “곡성도 그렇겠지만 옹진군 역시 각종 학술자료를 근거로 심청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수 곡성군 관광개발과 계장은 “심청에 대한 공식기록이 없다 보니 다른 지자체에서도 효 사업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며 "20대에겐 효가 식상할지 몰라도 4,50대 중장년층에게 효는 여전히 좋은 이미지로 각인돼 있어 지역 이미지 차원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곡성은 심청이 테마 빌리지를 조성하기 위해 현재 용역 단계에 있으며 옹진 역시 심청 캐릭터 개발과 심청이 문화콘텐츠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 옹진군은 백령도가 심청이 인당수에 빠진 장소임을 내세워 심청각을 건립하는 등 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백령도에 조성된 심청각. ⓒ옹진군청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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