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축제 난립·하루 평균 2.2개
축제 단골메뉴 무형문화…발굴 보존 절실
축제 단골메뉴 무형문화…발굴 보존 절실
하루 평균 2.2개 축제가 개최되는 대한민국은 ‘축제 공화국’이다. 문화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2009년 전국 시도별 축제는 서울 119개, 전남 47개, 광주 10개 등 총 921개에 이른다. 여기에 면단위 축제 등 비공식 축제까지 포함하면 1,200여개에 육박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는 1995년 350여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보면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즉, 지역축제의 65% 이상이 1995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기이한 축제 붐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답은 1996년 민선 지방자치 도입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자치시대의 도래로 각 지자체들은 스스로 ‘얼굴’ 찾기에 고심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축제 개최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1석 2조 효과를 기대한 것.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지역특성화의 포커스를 ‘지역문화원형’에 맞췄다. 활용방안의 한계를 지닌 지역특산물 등 유형의 자산과 달리 무형문화유산은 다양한 연계산업이 가능해 지역의 숨겨진 보물인 셈.
또한 서면을 통한 기록 작업에 그쳤던 문화보존 방식의 디지털화로 바뀌며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0년 이후 불기 시작한 ‘문화산업’ 붐도 한 몫 더해져 문화콘텐츠 산업의 불씨를 당겼다.
나경수 전남대 교수는 문학 작품들의 문화콘텐츠로의 변신을 잔존문화에서 문화원형자원으로의 변화로 설명했다.
나 교수는 ‘호남지역 전통문화의 현전화를 위한 활로 모색’ 논문에서 “역사의 노폐물이며, 폐기처분돼야 할 문화로 간주되던 잔존문화가 이제 국면을 달리 하게 되며 하나의 자원으로 등장했다”며 “순수한 학문적 연구의 대상이던 문학작품들이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과 연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대 소설 속 주인공이던 허구인물이 책 속에서 뛰쳐나왔다. 전남 장성은 홍길동 도시로 대변된 지 오래고, 심청이 역시 곡성과 옹진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위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지역 축제는 여수 진남제 거북선 축제, 해남 명랑대첩제,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 등 전국적으로 9개에 이른다.
문제는 무형문화유산의 보존 방법이다. 한 가지 소재로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풀어 가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전고필 북구문화의집 상임위원은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축제가 10개든, 100개든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생애 전체를 조명할지, 업적을 기릴지 구체적인 특성을 살리는 게 핵심이다”고 지적했다.
즉, 비슷한 소재의 축제 난립 문제점은 비슷한 소재 차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팩트와 픽션의 부조화도 포함된다. 이는 다시 말해 구체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로 ‘지역문화원형’ 복원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콘텐츠 사업의 선행과제는 철저한 고증작업인 것.
학문적 고증작업과 산학협력기관의 연계야 말로 지역 정체성과 문학의 특수성이 한데 어우러져 ‘지역’의 소리를 낼 수 있는 핵심인 셈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