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도시 12 요코하마 5- 재미있는 박물관
동아시아문화도시 12 요코하마 5- 재미있는 박물관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8.1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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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수집품 박물관으로 차별화
개인 열정이 결국 도시문화 신기원 이뤄
광주에만 있는 콘텐츠 찾아내 육성 필요

▲마린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요코하마 항구 전경
요코하마에서 구경삼아 다닐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앞에서 들렸던 아카렌가소코, 뱅크아트, 미나토미라이21 지구 외에도 꼭 이곳은 거쳐야 할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차이나타운(中華街), 인형의 집(人形の家), 신요코하마 라면박물관(新横浜ラーメン博物館), 하라철도모형박물관(原鉄道模型博物館) 등이다. 그런데 이곳을 찾아가는 동안 또 다른 볼거리로 많은 흥미를 자아내는 곳이 더 많다.

아침 일찍 요코하마공원 근처에 있던 숙소를 나섰다. 아무래도 오늘은 하루 종일 걸어야 할 성 싶었다. 숙소 옆에는 다행히 차이나타운이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차이나타운은 개항 때인 1859년 이후 중국인 거류지역이 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특히 1955년 대문(牌樓)이 지어지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화려한 오색찬란한 대문을 지나면 500여개 이상의 다양한 식당과 잡화점 등 다양한 가게들이 북적거리며 각국의 관광객들이 조화를 이룬다. 풍수사상에 근거하여 세워진 10여개의 대문이라든가 오행의 화려한 색채로 어우러진 방위수호신인 청룡과 주작 등의 모습도 볼거리이다.
▲야마테 지역에는 개항 당시의 외국인 저택이나 공관 등 15채 정도가 옮겨지거나 복원되어 관광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야마테 외국인 거류지역과 묘지

이곳에서 동쪽 방향으로 가면 모토마치(元町) 상점가가 있다. 요코하마의 긴자로 통하는 이곳은 부티크와 잡화점이 있는 쇼핑타운으로 개항 당시 외국인을 상대하던 쇼핑거리이다. 1940년대까지는 매우 번성했다. 다섯 블록으로 나뉜 이곳 상점가는 2~4층 정도의 건물들이지만 모두 모습이 다르다. 100년 이상이 된 노점포와 이국적인 물건을 취급하기도 한다.

이곳 모토마치상점가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은 좁은 도로이지만 몇 곳에는 동전을 넣는 주차전용 구역이 있었다. 이곳에서 야마테의 외국인묘지 방향으로 가는 길에 유명한 우치키(ウチキパン) 빵집이 있다. 1888년에 문 연 일본 최초의 빵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명세와는 달리 매우 작은 규모였다. 간식으로 빵 몇 개를 샀는데 입맛에 맞는 빵들이었다.

▲요코하마 최초의 서양식 빵집으로 알려진 우치키 방집은 규모는 작지만 1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야마테 지역은 외국인들이 살았던 저택이 볼거리다. 개항 당시부터 생긴 외국인 거류지역이다. 그러나 관동대지진과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대부분 파괴되고 일부 복원하고 다른 곳에 있던 건물을 옮겨와 15채 정도가 있다. 그래도 나름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영국관(イギリス館)은 1937년에 지은 영국총영사의 저택이었는데 현재는 자료전시실로 쓰인다. 2층에서는 장미정원이 보이는 데 장미가 피는 4월과 10월께면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높은 천장, 중후한 느낌의 벽과 문, 널찍한 침실 등에서 옛 영국의 풍취를 경험할 수 있다.

마침 빨간 버스가 영국관 앞 정류장에 몇몇 관광객을 내려준다. 빨간구두버스로 부르는 ‘아카이구츠(あかいくつバス)’는 JR사쿠라기쵸역에서 타면 이곳 야마테를 거쳐 요코하마항구가 보이는 언덕까지 운행한다.

또 야마테111번관(山手111番館)은 붉은 벽돌과 하얀 벽의 조화가 아름다운 집으로 매우 인기 높은 서양관이다. 1920년대 미국인 환전상 라핀이 살았던 집이라고 한다. 미국식의 큰 홀과 벽난로, 샹들리에가 인상적이다. 지하에는 관광객을 위한 소박한 찻집이 있다.
▲해안가 공원에는 빨간구두를 신은 여자아이 동상이 슬픈 눈으로 바닷가를 바라보고 있다.
인형의 집, 한국인형 아쉬워

이곳에서 요코하마 바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외국인묘지와 외국인묘지자료관이 있다. 19세기 요코하마의 개항 및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을 포함한, 40여개국의 외국인 약 4,900여명 정도가 잠들어 있다고 한다. 개항 당시 미국인 사절단 페리제독의 함대에서 사망한 수병이 이 언덕에 묻힌 게 시초라고 한다.

자료관에는 이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자료와 당시 사진들 전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묘지 안은 비공개이지만, 4월부터 10월까지 금, 토, 일요일을 묘지 유지관리 모금을 위해 공개하고 있다. 이어서 계속 가면 항구가 바라보이는 언덕 공원이 나온다. 요코하마항구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장관이다.

공원에서 왼쪽으로 내려가 고가도로를 지나면 인형의 집을 만날 수 있다. 인형의 집은 전 세계의 대표적인 인형들을 모두 모아 놓은 곳이다. 이곳에서 입장권을 살 때는 바로 옆의 마린타워 입장권까지 묶어 사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린타워 옆 인형의 집에는 한국인형도 있지만 다른 인형에 비해 화려한 한복 외에는 특징이 없어 대조적이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먼저 인형의 집 입장권만 사고 한참 구경한 뒤에 나온 뒤에 안내문을 보니 묶음입장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내창구에 마린타워도 가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묶음표로 교환해 주었다.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어 비용을 절감했다.

인형의 집은 처음엔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들어갔다. 세계 140개국 이상, 약 1만4천여개의 인형을 수장하고 있는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각 나라의 민속인형부터 현대 인형까지 다양한 인형을 전시했다. 2006년에 리뉴얼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일본 각 지방의 전통 인형과 세계 각국의 전통 인형은 물론, 국보급 무형문화재가 제작한 예술성 넘치는 진귀한 인형과 서양 비스크인형 등을 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우리나라와 북한 인형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름도 없고 아무런 특징 없는 단순히 한복 입은 인형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독특한 전래동화와 이야기 등을 반영하는 인형을 만들고 이를 상품화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나라의 전통인형의 모습
빨간 구두를 신은 여자아이

사실 이러한 생각은 여러차례 광주시와 전남도의 문화 관련 책임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하면서도 실천이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행정적으로 지원해줄 수는 있지만 상품 제작과 판매 과정 등에는 별도의 민간회사가 해야 할이라는 반응이었다. 적극적인 검토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 인형을 만드는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있었다. 만드는 과정을 볼 때는 인형의 모습에서 좀 섬뜩한 느낌도 있었다. 그 아래 서랍을 열어보면 동영상에 보여주었던 인형 제작과정에 사용된 머리와 몸통, 머리카락과 옷, 눈알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형의 집에서 나와 왼쪽으로 돌아 조금만 가면 마린타워가 있다. 마린타워는 한번쯤 올라가면 제법 재미있다. 높이 106m로 지상 등대로서는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상100m에 있는 2층 전망대에서는 360도로 펼쳐지는 대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고, 요코하마 부두와 미나토미라이 21지역의 눈부신 야경을 구경할 수 있다.

야마시타공원(山下公園)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빨간구두를 신은 여자아이 동상과 인도 수탑, 미국 샌디에이고시가 기증한 물의 수호신 동상 등 외국과의 문화교류 기념물도 설치되어 있다.

특히 빨간 구두 소녀 키미는 9살의 나이로 고아원에서 죽은 슬픈 이야기가 있다. 노구치 우죠(野口雨情)는 1921년에 키미의 부모로부터 가난 때문에 딸을 선교사에게 입양시킬 수밖에 없었던 슬픈 사연을 듣고 ‘빨간 구두(赤い靴)’라는 시를 쓴다. 이 시는 나카야마 신페이(中山晋平)의 작곡으로 동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시와 노래가 널리 알려지면서 야마시타공원에 청동으로 만든 빨간 구두 소녀상이 세워졌다. 오늘날 요코하마의 명물이 되었다. 동상이긴 하지만 바다 쪽을 향해 앉은 이 불쌍한 아이의 눈에 슬픔이 잠겨 있는 듯하다.

세계를 점령한 일본라면의 진수

신요코하마라면박물관은 라면의 나라 일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1994년에 문 연 이곳은 벌써 20년이나 됐다. 일본 라면은 전국 각지마다 다른 제조법과 독특한 국물 맛을 갖고 있다. 라면의 향토요리를 이곳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시각으로 문을 열었다.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앞으로는 전 세계의 라면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도록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9개의 라면점포는 1958년의 거리를 재현하여 복고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다채로운 인스턴트라면 관련 전시 및 체험 공방 등을 통하여 발명과 발견의 중요성 그리고 벤처 마인드를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다. ‘아이들에게 발명과 발견의 소중함을 전했으면’하는 인스턴트 라면의 발명자이자 닛신(日淸)식품의 창업자인 안도 모모후쿠(安藤 百福)의 생각을 구체화한 장소라고 전해진다.

일본에서 탄생하여 세계인의 식생활을 바꾼 인스턴트 라면이 어떻게 발명되어 어떠한 발전을 거듭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라멘은 중국의 면 요리를 기원으로 하며, 일본의 식문화와 융합해서 탄생한 것입니다. 1859년, 개항 당시 많은 중국인이 서구 각국의 통역으로서 일본으로 이주하면서 중국요리점이 들어서고 라면의 기원이 되는 면 요리도 먹은 일본인들이 이를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라면으로 진화시켰다.

▲하라철도보형박물관 내의 실제로 모형기차가 움직이는 실내 디오라마는 장관이었다.
2,500여점의 철도 모형 볼만해

요코하마의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하라철도모형박물관(原鉄道模型博物館)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철도모형 제작 수집가인 하라 노부타로(原信太郎)씨의 컬렉션에서 엄선한 철도모형 약 2,5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2012년 7월 요코하마 미쓰이빌딩 2층에 문을 열었다. 마치 장난감 같은 수많은 기차 모형과 함께 일본에서 기차와 철도의 발전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금강산 전기철도 22호’ 모형이 눈길을 끌었다. 유럽 대륙을 달리던 증기 기관차, 세계 최초의 대륙 횡단 기차였던 오리엔트 특급 열차, 1919년에 개통된 일본 유일의 산악 열차도 구경할 수 있다.

볼만한 곳은 4전시실에 있는 실내 디오라마(Diorama)이다. 디오라마는 일반적으로 3차원인 실물 복제품 또는 축적 모형을 말한다. 주로 역사적 사건, 자연 풍경, 도시 경관 등을 제작하여 교육용이나 오락용으로 활용된다. 세계 최대라고 자랑하는 데 약 310㎡의 면적으로 ‘이치방 테츠모 파크(いちばんテツモパ?ク)라고 한다. 일주 약 70m, 노선 수 6개, 총연장 약 450m이다.

옛 요코하마역(지금의 사쿠라기쵸역)주변의 모습과 바샤미치, 차이나타운 등, 요코하마의 과거와 현재를 재현한 32분1 축적의 HO게이지 철도모형을 주행시키는 것 외에, 도카이도 신칸센 1번 티켓(맨 처음으로 발권된 티켓)의 레프리카와 안티크 철도완구 등 입수하기 힘든 컬렉션도 다수 전시하고 있다. 빅보이(아메리카합중국의 증기기관차)가 수십 차량의 화물차를 끄는 장면은 정말 볼만하다.

이처럼 우리 광주에도 특별한 것이나 진기한 것만을 모은 개인 수집가를 찾아 규모에 관계없이 박물관이나 전시관 형태로 개설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토마치상점가는 개항과 함께 형성된 역사를 가진 곳으로 동전을 넣는 주차구역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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