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도시9 요코하마2, 도시매력 문화예술로 이끌어내
동아시아문화도시9 요코하마2, 도시매력 문화예술로 이끌어내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7.17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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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자발적 참여 도심재정비 ‘마치즈쿠리’
뱅크아트1929, 3만명 넘는 자료 ‘단골고객화’
▲ 오사무 이케다 뱅크아트 대표

요코하마는 큰 도시이기도 하지만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필요할 경우 지하철을 타면 어디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요코하마가 창조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요코하마다운 매력적인 도시를 만들자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2002년 요코하마시는 ‘요코하마만 할 수 있는 도시 디자인’을 고심했다. 그래서 도시 활성화를 위해 문화와 예술을 도입하는 것이 논의되었다. ‘문화예술과 관광 진흥에 따른 도심부 활성화 검토위원회’가 발족해 중심 시가지의 활성화 방안을 검토했다.

그 결과, 유럽 지역에서 도시재생사업으로 추진하는 ‘창조 도시(Creative City)’를 바탕으로, 2004년 1월에 ‘문화예술도시-Creative City 형성을 향한 제언’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 제언에서는 첫째는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살고 싶어 하는 창조적 환경의 실현, 둘째는 창조적 산업 클러스터의 형성에 따른 경제 활성화, 셋째는 매력 있는 지역 자원의 활용, 넷째는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예술 창조도시 만들기라는 네 가지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도시의 매력을 만드는 공통된 가치와 철학을 갖고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하여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재정비에 나서는 ‘마치즈쿠리(まちづくり)’를 추진해 요코하마의 개성을 만들어내자는 것이 이 제언의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서 2006년 1월 ‘National Art Park’(가칭) 구상 제언서가 마련되어 창조적 도시를 향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었다.

요코하마시의 재건 과정에서 중화학공업의 발달로 활성화된 도시가 산업발달로 인해 피폐해지자 이를 되살리기 위해 문화, 예술을 활용하자는 의미다.

▲ 요코하마 창조도시사업본부로 사용된 1929년에 지어진 후지은행 지점 건물
▲ 뱅쿠아트 서점에서 기념사진 촬영
근대건축물 중심 도심재생 추진

요코하마 창조사업본부가 추진해온 요코하마 도시 디자인의 목표는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자 공간을 확보한다’, ‘거리의 형태적, 시각적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시내에 녹지대 등 열린 공간을 풍부하게 한다’,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잘 활용한다’ 등이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를 초청하거나 시민들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하면서 지역의 활성화를 꾀하고 기존의 건축물을 재정비해 관광객을 모으는 방향을 잡았다.
요코하마에서 대표적인 몇 군데만 가 봐도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일본 도시재생 특징 중 하나는 낡고 오래된 건물들을 허물지 않고 재생해 역사성이 있는 개성 있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우선 근대건축물을 매입해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바꾸는 사업을 시작했다.

1929년에 지어진 후지(富士)은행과 다이이치(第一)은행 지점 건물을 문화 공간으로 바꾼 ‘뱅크아트(BankART) 1929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BankART 1929 프로젝트 이름의 기원은 간단하다. 뱅크아트는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옛 1929년에 지어진 제일은행 건물을 바꿨다는 의미의 신조어이고, 둘째는 뉴욕의 MOMA(Museum of Modern Arts)의 설립연도가 이 해이다. 마지막으로 1929년은 주식시장이 무너진 후 세계가 공황상태에 빠진 잔인한 경제상황에서 예술이 비판적 역할을 수행하던 상징적 해를 가리킨다. 그리고 또 하나 덧붙인다면 1929년은 일제강점시기 세 번째 조선박람회가 개최된 해라는 점을 기억할 수 있다.

2003년 11월, 요코하마 시를 설계했던 도시설계전문가 등 9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모를 통해 사업운영단체를 선정했다. 처음엔 이 두 곳에 대해 역사건축물 및 문화유적 재생을 위한 문화예술창조 실험사업을 하기로 하고 운영주체를 공개 모집해 두 단체를 선정한다.
이들 두 단체가 통합하여 2004년 3월 새롭게 발족시킨 것이 뱅크아트이다. 문화대안공간으로 거듭 나고 있는 뱅크아트 프로젝트는 역사적 건조물이나 항만시설, 창고 등을 문화예술에 활용하여 도심부 재생의 기점으로 삼으려는 문화예술 창조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 무라카미 하루미 요코하마시 동아시아문화도시 담당
시가 매입하고 NPO가 운영하고

요코하마는 시의 역사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었다. 150년 전 개항기에 건축된 유럽풍 석조 건물들은 요코하마의 개성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데서 그치지 않고, 역사적 건축물을 문화예술·관광 진흥의 관점에서 활용하고, 도심부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고 성공을 이루어낸 것이다.
역사적 건축물 활용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예술적 기량을 활짝 펼칠 수 있는 곳, 요코하마로 모여들면서 요코하마시는 역사적 건축물을 활용한 사업을 더욱 다양하게 전개했다. 역사건축물에 문화예술을 결합한 도심활성화 시도는 현재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안내를 담당한 요코하마 동아시아문화도시 담당인 무라카미 하루미는 “역사적 건축물에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사업은 대부분 보존가치가 있는 역사적 건축물을 시청에서 매입한 다음 민간 문화예술단체에 저가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한다.”면서 “역사문화보전건축물을 시민, NPO, 전문가들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문화예술 이벤트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코하마시의 지원 아래 관리 운영되고 있는 뱅크아트에는 처음 뱅크아트1929 요코하마’와‘뱅크아트 스튜디오 NYK’가 있었다. 처음에 ‘뱅크아트 1929 요코하마’는 옛 다이이치은행 건물에 자리 잡는다. 또 ‘뱅크아트 스튜디오 NYK’는 인근의 ‘일본 우편선박회사’의 기업박물관으로 사용되기도 했던 물류창고를 사용한다. 1953년 준공된 옛 물류창고의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는 천장 5m, 면적 360㎡의 지상 1층 공간을 퍼포먼스 아트와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전시를 위한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이곳은 아티스트 스튜디오 이외에도 중앙의 갤러리와 넓은 퍼프공간과 테라스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현대미술 작품들 속에 파묻혀 요코하마 항구의 야경과 밤하늘을 만끽할 수 있는 지역주민의 휴식장소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두 기구가 통합되어 이 물류창고 전체를 뱅크아트가 사용하고 있다.

▲ 뱅크아트 전시장 내부
크리에이티브시티 ‘BankART’

무라카미 하루미는 취재진을 먼저 이곳으로 안내했다. 뱅크아트는 택시에서 내리자 10여m 정도 약간 넓은 골목 안으로 들어간 곳에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했다. 겉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이곳에서 뱅크아트 대표인 오사무 이케다를 만났다. 그는 한국 작가들과도 친하다는 말로 인사를 했다. 잠시 후에도 부산에서 오는 젊은 한국작가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용 서적인데도 뱅크아트를 소개하는 책자를 몇 권 덥석 골라 취재진에게 건네줬다.

1층을 둘러보니 리셉션 데스크, 예술서적 판매, 펍(Pub), 카페, 아티스트 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리셉션 데스크는 뱅크아트 방문자들의 피드백이나 이메일 주소를 계속 축적하는 역할을 했다. 이미 30,000명이 넘을 정도의 자료 구축(이메일, 집, 직장 주소 등)을 확보하고 있다. 뱅크아트를 방문하는 일반인을 단골고객으로 만드는 차별화 전략에 가장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리셉션 데스크이다.
오늘날 뱅크아트는 미술, 건축, 퍼포먼스, 음악 등 모든 장르가 그 대상이 되며 스튜디오, 학교, 출판, 카페, 팝, 서점, 콘텐츠제작을 기반으로 하면서 한 해 평균 1,000개가 넘는 제안서를 받고 그중 3분의 1을 실현시킨다.
오사무 이케다를 따라 들어가니 1층 안쪽에는 실험적 작품이 전시 공간 전체에 걸쳐 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사진이 촬영 중이었다. 또 옆으로 그의 사무실이 있었다. 뱅크아트 건물 2~3층은 퍼포먼스 아트와 미디어 아트 등과 같은 현대미술 관련 전시 및 이벤트의 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침 찾아간 때는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회가 열리던 무렵이었다.

젊은 예비 작가들의 기발한 작품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디어 작품도 상당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아티스트와 지역주민들의 기획제안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시문화를 제시하는 ‘크리에이티브 시티 미팅’의 발표장으로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빈부를 떠나서 누구나 원하면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인 뱅크아트는 지역주민들에게 현대미술의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는가 하면, 지역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고, 시와 주민의 의견을 중재하는 등 지역문화 창조의 중추적인 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요코하마를 세계적인 창조도시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 요코하마 시내의 인도에 요코하마가 항구도시라는 점을 특색있게 타일로 그렸다.
경제효과 나타내는 창조도시 사업

그를 따라 2층과 3층의 전시공간을 둘러봤다. 그리고 바다 쪽으로 난 복도를 따라갔더니 항구가 한 눈에 들어왔고 건너편에 빨간 벽돌로 된 아카렌카소코의 미술관과 쇼핑센터가 보였다. 요코하마만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이곳은 1911년과 1913년에 각각 지어진 두 개의 창고건물이었다. 요코하마가 항구도시로 크게 번성했을 당시에는 물류창고로서 역할을 해왔지만 항구가 이전되면서 그 쓰임새를 잃고 방치되어 왔다.
그러나 요코하마시는 창조도시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곳을 매입해 한 동은 전시회 및 공연 등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 또 다른 동은 대형 쇼핑몰로 운영하면서 이제는 도시의 옛 향취와 예술공간, 관광명소란 세 가지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창조도시 사업은 행정부가 전체 계획의 골격을 만들되 모든 사업 추진과 구체적인 내용은 예술가·시민단체 등에 일임하는 시스템이다. 시 전체를 디자인해야 하는 사업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매춘과 불법 요식업소가 오랜 세월 자리 잡았던 고가네(黄金)마을이 대표적인 예다. 지역 상가 대표와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정화협의회’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2005년 1월 불법 추방운동을 시작했다. 불법 유흥업소였던 건물을 ‘뱅크아트 사쿠라소(櫻莊)’로 새 단장해 예술가들의 활동 거점으로 개장했다. 자연히 주위엔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문을 열었고 주말엔 관광객들로 붐비는 요코하마의 명소가 됐다.
“배부른 예술 지원에 시 예산이 축난다”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창조도시 사업은 경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개항도시의 이미지와 문화자산이 풍부한 도시의 이미지를 재조명하고, 요코하마의 개성적인 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역사적 건조물과 각종 도시시설에 야간조명을 밝혀 야경을 연출(light up)하는 ‘요코하마 도시공간 연출사업’을 통해 많은 시민이나 관광객에게 어필하고 동시에 야간에 걷는 즐거움과 향수어린 가로경관의 매력으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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