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백화점식 아닌 '정체성' 담은 장소 활용해야
전일빌딩, 백화점식 아닌 '정체성' 담은 장소 활용해야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11.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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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편의, 사업 편의성 내세우지 말아야

광주 5.18 현대사와 함께 걸어온 전일빌딩 활용방안은 자칫 백화점식으로 난잡하게 이용될 위험성이 있다. 이를 지켜본 광주 지역 인사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일빌딩은 금남로 도청 분수대 인근에 위치해 바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마주보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 시민들의 전일빌딩 활용방안을 들어보기 위해 현장 시민의견 경청투어와 민관협의회를 1, 2차에 걸쳐 3가지 안으로 의견을 압축했다.

이는 문학관(빛고을문학관), 종합미디어센터(언론박물관), 예술창작예술스튜디오 등이다. 하지만 광주시는 의견이 압축될 뿐이었지만 3개 시설 모두 전일빌딩에 넣겠다는 심산으로 ‘결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보냈다.

특히 문화수도 광주에는 현재 문학관이 한 곳도 없어 항상 볼멘소리를 들어와야 했다. 그렇게 마땅한 장소를 선정하지 못한 채 문학관 건립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가운데 의견이 나온 김에 전일빌딩을 정체성이 없는 잡동사니 빌딩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광주의 각 인사들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지역 시인, 화가로 활동 중인 김종 작가는 “전일빌딩은 문학관으로 적합하지 않다. 전일빌딩이라도 기웃거리는 것은 문학관에 대한 궁여지책의 한 부분이다”며 “문학관은 명상과 휴식을 겸한 공원과 연계된 자연환경에 독립공간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의회 홍인화 의원 역시 “이같은 논의대로 간다면 금남로를 영원히 '돈남로'로 남겨두는 오욕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논의를 다시 원점으로 가야하며, 금남로의 옛 정신을 회복해서 정체성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정영일 상임대표는 “전일빌딩의 활용문제는 치열했던 5월의 현장에서 주먹밥을 나누던 시민의 정신을 담는 공간으로 살아야 하고 어떤 특정한 조직의 이해관계나 이권이 개입 되서는 안된다”며 “광주시는 행정편의주의와 사업의 편의성을 위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더디더라도 길게보고 충실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광주시 임영일 문화수도 정책관도 시민 의견 수렴이 최우선이라고 내세웠다. 임영일 정책관은 “상징성과 역사성 등을 감안,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활용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광주시에서는 지속적인 민관협의회 회의를 통해 활용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일빌딩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과 1987년 6월 항쟁 등 최루탄이 난무했던 광주 현대사를 묵묵히 지켜왔다. 주요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 금융기관이 대거 입주하면서 지역 여론의 심장부 역할도 했다.

각종 선거 때면 '명당자리'로 통해 후보자들 간 임대 전쟁이 치러지는 등 광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역할도 했다. 지하 1층 전일다방은 7080세대의 낭만과 향수가 깃든 만남의 광장이자 예향 광주의 문인과 화가들의 사랑방으로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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