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전일빌딩 어떻게 활용할것인가?
정영일, 전일빌딩 어떻게 활용할것인가?
  •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상임대표/동강대교수
  • 승인 2013.11.21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상임대표/동강대교수
80년 5월에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붉은 선혈이 뿌려졌던 금남로 구 도청앞 현장에는 아시아문화전당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15년 완공을 목표로 공정의 종반기를 향해가고 있는 시기에 발맞추어 사적지 보존에 대한 시비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적지중의 하나인 전일빌딩을 보존하자는 시민들의 요구가 수용되어 그 활용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전일빌딩은 80년 5월의 전두환 쿠데타 군부독재에 항거하여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던 그 자리에서 오롯이 그 현장을 묵묵히 지켜본 5월의 증인이다. 우리는 80년5월의 상징물로 광주YMCA, 광주YWCA. 도청부속건물과 상무관, 그리고 전일빌딩을 떠올린다.

투사회보를 제작하고 소식을 전파하던 광주YWCA는 안타깝게도 헐리어서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고 학살현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현장을 지켜보았던 전일빌딩은 그런 측면에서 충분히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고 또한 의미 있는 일이기에 뜻있는 많은 시민들이 그 보존을 주장해왔다.

광주시에서도 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시장이 직접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전일빌딩활용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여 논의하는 등 나름대로의 절차를 갖추는데 부심하고 있다. 1,2차 회의를 거쳐 3개의 단체사업이 결정되는 것처럼 잠정적으로 합의에 이르는 듯했으나 이론들이 제기되면서 전일빌딩의 콘텐츠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하다.

5월 사적지 보존을 위해 그동안 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훼손되는 등 그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광주시민단체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도청별관 보존문제를 두고 갈등을 보여 왔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동안 전일빌딩 활용방안을 놓고 많은 논쟁들과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자칫 자기조직의 이기주의나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보존적 가치를 중요시 했던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애매모호한 나눠 먹기식의 누더기 공간이 되거나 정체성 없는 공간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면 보존의 의미가 상실되어버린다고 보고 우리 시민사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서 공간활용을 위한 콘텐츠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첫째, 전일빌딩은 80년 5월 주먹밥을 나누었던 시민의 정신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현장을 묵묵히 지켜봐왔고 5월 금남로의 상징적인 건물물중의 하나였던 그 공간을 특정한 단체나 조직의 독점이 아닌 모든 시민의 나눔 정신으로 그 정체성을 두고 광주시민이면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혹자는 전일빌딩의 보존가치에 대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식의 주장으로 폄훼하지만 80년 5월의 현장을 지켜본 시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 바로 현장을 묵묵히 지켜온 역사성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건물 뒤편의 YWCA에서 투사회보를 나르고 골목골목 사이사이에서 계엄군과 대치하며 투쟁했던 현장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하다. 몇 개 남지 않은 현장의 상징적인 건물을 보존하여 활용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둘째, 전일빌딩은 상징성 있는 특화된 공간이 되어야한다. 전일빌딩하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으로 채워져야 한다. “문화예술이면 예술” “커뮤니티면 커뮤니티”하는 식의 상징적 콘텐츠로 자리할 때 최초에 보존하고자 했던 의미도 되살릴 수 있고 공간의 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대략 4,100여 평 남짓 되는 공간을 나눠 먹기식으로 색깔 없는 백화점식의 이런저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조직과 단체들로 콘텐츠가 채워진다면 보존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공간선정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역점을 두어야하는 부분도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조직과 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인 차원에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건물공간 활용에 대한 주장을 하고 나서면서 이번 문제가 복잡하고 광주시민사회의 논쟁거리로 대두되는 이유도 바로 조직과 단체의 이해관계 상충이 빚어낸 결과이다.

사심을 버리고 “왜 우리가 보존해야하는가?”에 대한 원점에서 고민해 본다면 그렇게 복잡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갈등의 요인도 감소하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광주시에서도 전일빌딩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사업의 용이성이나 행정의 편의성에서 벗어나 ‘문화수도’. ‘민주․평화․인권’ 도시에 걸맞게 큰 틀에서 고민하고 업무를 추진해야 하리라고 본다.

자칫 사업의 추진에 급급하다보면 내용이 빈약해지고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식을 가지고 더디 가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번 공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전일빌딩의 활용문제는 치열했던 5월의 현장에서 주먹밥을 나누던 시민의 정신을 담는 공간으로 살아나야하고 어떤 특정한 조직의 이해관계나 이권이 개입해서는 안 되며 큰틀 속에서 길게 보고 광주의 자랑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시에서도 행정편의주의와 사업의 편의성을 위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길게 보고 더디 가더라도 충실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