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문학관 하나 못 가진 광주의 오늘
김 종, 문학관 하나 못 가진 광주의 오늘
  • 김종 시인/화가
  • 승인 2013.11.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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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시인,화가
“제발 문학관 얘기 좀 그만 하세요.” “말 막지 말아요.” 광주드림에 실린 지난 7일 전일빌딩 1층 로비의 현장토론회 풍경이다. 이날 강운태 광주시장은 직접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전일빌딩,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섰다.

우리 문학인의 입장에서는 제발 그만하고 싶은 것이 문학관 얘기다. 그러면서도 강물처럼 흘려보내는 말을 막지 말았으면 하는 얘기가 문학관 얘기다. 그리 보면 문학관 얘기는 지쳤다는 표현도 맞고 꺼내놓고 날밤 새우고 싶다는 표현도 맞다.

광주가 문화수도로 가는 주요 품목 중의 하나가 ‘문학’이다. 이 나라 전역에 문학관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그런데도 문학관은 광주만 불임의 세월이다. 현실이 이럴진대 매달린 세월만 길었지, 손에 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전일빌딩까지 문학관 문제가 밀려가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전일빌딩은 문학관으로 적합하지 않다. 그럼에도 전일빌딩이라도 기웃거리는 것은 없는 문학관에 대한 궁여지책의 한 부분이다. 2, 30년만 내다봐도 문학관으로 전일빌딩은 마땅할 리 없다.

미래의 문학관은 공원과 연계된 자연환경의 일부로 들어서야 한다. 가족 단위로 찾아가서 공부도 하고 산책과 명상과 휴식을 겸한 소풍의 개념과 맞닿아야 한다. 벤치 몇 개는 있어야 하고 주차공간도 널널해야 한다. 문학관으로 전일빌딩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것이다.

문화중심도시, 디자인도시, 예술도시, 학술도시 등등을 뭉뚱그리면 문화수도 광주의 모습이 그려진다. 미래의 광주는 그만큼 다양한 문화적 소프트웨어가 에너지화 되어야 한다.

광주가 왜 문학도시인가는 ‘가사문학권’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느 시대의 광주를 제외하면 이 나라의 ‘문학사’ 기술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런 전제를 깔고 ‘96년에 문학동산을 구상하고 설계했었다.’ 필자가 ‘광주문인협회’를 책임 맡고 있던 그 시절 광주시는 광주호의 상류에 관광종합개발단지를 추진했었다.

‘문학동산’은 그중 한 품목이었고 충효동 일대 5만여 평의 부지에다 문학관은 물론이고 육필전시관, 자료관, 세미나실, 창작공방, 문학비 동산, 문인묘지, 문인촌까지 그야말로 문학복합공간을 목표했었다. 누구든 문학동산에만 오면 광주·전남의 근·현대 문학을 한 눈에 그려 볼 수 있는 단지화한 문학브랜드를 꿈꾼 것이다.

이 계획의 추진을 놓고 하루하루가 설레었다. 허나 시의회의 의결과정에서 ‘보류’딱지가 붙었다. 그리고는 여태껏 문학동산은 꽃피는 춘삼월의 백일몽에 그쳐있다.

우리가 문학동산을 용역보고서에 담을 때만해도 이 같은 구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정보를 얻어간 몇 지역에서 싹을 틔워 관광상품으로 포장한 문학의 깃발로 이 나라 전역에서 들꽃처럼 피어나고 있다.

이쯤 되고 보니 우리네 지방정부라도 문학인들이 볼멘소리 보태지 않아도 문학관은 제 발로 걸어 들어올 줄 알았었다. 문학관은 시위소찬이 아닌 데 죽자 사자 달려와서 두리번거리게 하더니 도심공간의 낡은 건물에 그것도 백화점 점포 같은 곁방살이라니!

전일빌딩에 대한 광주시의 구상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몇 개의 단체에게 분양하겠다는 쪽으로 가닥 잡는 듯하다. 문학관의 전일빌딩 입주가 한 방법이라면 규모로나 비중으로나 독립공간으로 가야한다. 그런데 광주시의 생각이 그 건물 전체를 문학관으로 내놓기에는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전일빌딩을 여기도 조금 저기도 조금 나누실 양이면 전일빌딩과 문학관은 없는 인연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장고 끝에 악수 놓는다.’고 여기까지 밀려와서 전일빌딩 한 쪽 차지에 만족할 문학관이라면 다시금 그 언제일지 모르는 ‘그 때’를 기다려야 한다.

‘문학관 하나도 갖지 못한 광주’와 ‘문화수도 광주’와는 그 이미지가 엄청 동떨어지지만 지금으로써는 이리 자위할 밖에 없겠다.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이웃한 미술관은 우리 지역에도 몇 군데 간판을 걸었고 진출한 서울·북경에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작가들의 창작공방까지 더하면 참 잘되는 집안이라는 생각만 든다.

여기에다 전일빌딩의 일부를 ‘국제아시아창작스튜디오’로 결정단계라니! 어느 단체든 공간이야 다다익선일 것이다. ‘아시아언론박물관’, ‘빛고을공동체활동센터’, ‘독립기념관’, ‘4.19 역사관’, ‘국제문화교류 복합공간’, 등등 백출한 힘겨루기로 전일빌딩은 목하 진검승부의 대결장을 방불케 한다.

글로벌시대의 도시는 브랜드 파워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랜드마크보다 우선한 것이 퓨처마크다. 도심문학관의 미래는 다시금 기로에 섰다. 산책로와 숲을 낀 문학관은 아니어도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도심에다 ‘인문정신’의 불을 밝힌 광주의 감동을 비좁은 건물의 한쪽 자리에 웅크리게 할 것인가. 문학관의 골 깊은 주름살은 다시금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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