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문화를 만나다 7 상해-중>상하이의 4色 예술문화 꽃 피우는 현장
<골목에서 문화를 만나다 7 상해-중>상하이의 4色 예술문화 꽃 피우는 현장
  • 상하이=정인서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10.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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田子坊 1933老場坊 M50 RedTown(紅坊)
도축장, 방직공장, 철강공장의 이유 있는 변신

▲국영기업이었던 철강회사가 문을 닫자 그곳에 조각품 위주의 창의산업단지가 들어서 새로운 관심을 끌고 있다.
상하이가 문화창의산업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티엔즈팡은 그 대표적인 명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예술인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으는 곳이 여럿 있다. 상하이에는 80여 곳의 문화와 창의산업과 관련된 지역이나 건물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광주가 문화중심도시로 그 명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정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상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 문화창의단지는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가운데 티엔즈팡에 이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1933라오창(老場坊), M50, 레드타운 등 3곳이다. 가장 차별화된 대표적인 공간이다. 티엔즈팡은 인사동 예술의 거리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골목을 거닐며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광주의 경우 궁동 예술의 거리가 이와 유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1933老場坊은 인사동 쌈지길을 대입해볼 수 있다. 쌈지길은 지하2층 지상4층 규모인데 이곳은 지하1층 지상5층 규모였다. 쌈지길은 단순히 공예와 디자인상품들의 쇼핑몰이라고 한다면 이곳은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로 80년 전 소를 잡던 극동지역 최대의 도축장이었기 때문이다.
▲방직공장이었던 터에 'M50'이라는 창의산업단지가 들어섰다.
▲아시아 최대 도축장을 창의빌딩으로 변모시킨 중국인의 생각이 달라 보인다.
도축이 끝난 뒤 예술이 시작되다

1933老場坊(www.1933shanghai.com)은 상하이에서 단일 건물로는 가장 규모가 큰 창의센터이다. 33만㎡의 부지에 ‘19參Ⅲ’이라는 독특한 표지판이 붙은 회색건물이다. 영국인 건축가 스테이블포드의 설계로 1933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오랜 역사적 변화를 겪어온 중국 근대화의 인상을 느끼게 한다. 역사건축물 보전이라는 전제 하에 새롭게 태어난 1933老場坊은 근대의 인문과 건축사를 연결하는 창조적 공간이다. 도살장이라는 특유한 건축적 매력 속에 이제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벌이는 상하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1933老場坊의 본동은 건축면적만 약 32,500㎡이다. 지상에서 바라보면 큰 렌즈처럼 보이는 높이 8m의 대형 지붕은 실내로 유입되는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차양역할을 한다. 외부에서는 언뜻 원형으로 보이나 24각으로 이루어졌다. 2004년부터 상업화 경영에 들어갔고 2009년에 본격 개관했지만 아직도 빈 공간이 많아 새로운 점포가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1933 라오창 내부의 미로같은 경사로.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우선 하늘이 보이고 4개의 베란다와 26개 다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동통로와 건물사이의 경사로, 다리, 교차로가 정신없이 이어져있다. 마치 미로와 같은 특이한 분위기는 미궁과 같은 느낌으로 다양한 공간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경사로는 도축장으로 향하던 소가 걷던 계단 없는 램프로 이곳이 도살장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중간 중간 ‘우도(牛道)’라는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한 번 그 길을 걸어보라. 아직도 소 냄새가 배어있는 듯하다.

이곳에는 웨딩홀, 드라마 제작소, 패션센터, 갤러리, 디자인센터, 마이크로 시어터와 공중무대(空中舞臺) 등 2개의 극장, 몇 개의 음식점 등이 있다. 한국의 Tia Studio라는 사진스튜디오도 있고, 북한에서 운영하는 북한작품 전문갤러리도 눈에 띠었다. 베이징의 따산쯔798에도 북한에서 운영하는 갤러리가 있었는데 작품판매에 열 올리는 북한의 정책을 느끼게 해주었다.

4~5층에 자리한 공중무대는 예전에 도축장 대형 환풍구 윗부분으로 사용되던 곳으로 현재는 그 환풍구 아래 중앙홀에 600㎡의 반투명 반사유리로 무대 바닥을 만들어 뻥 뚫린 공간에 붕 떠있는 느낌을 만들어준다. 최근 포르쉐, 뷰익, 인피니티 등 자동차 관련 전시를 비롯해 아디다스, 코카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각종 이벤트 행사를 열기도 했다.

상하이의 젖줄 이젠 꿈으로 키워내

▲M50에는 갤러리와 작가 공방이 혼재되어 있어 언제든지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M50에는 갤러리와 작가 공방이 혼재되어 있어 언제든지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다.
1930년대 제분공장과 방직공장 터였던 곳을 2005년 창의산업지역으로 새롭게 탄생한 무간산루(莫干山路) 50호(M50, http://www.m50.com.cn/)은 크고 작은 갤러리들과 화가들의 작업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 중국 현대미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화가들이 직접 작업하는 작업실과 갤러리 등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베이징의 따산쯔798과 늘 비교되는 곳이지만 총면적은 4만㎡로 적은 편이다.

M50은 낙후하고 오래된 공장지대로 쑤저우강 강둑을 따라 형성됐다. 이곳은 상하이 공업의 중심지역으로 상하이 발전의 젖줄이었다. 그러나 푸둥(浦東) 등 고도로 발전한 신시가지가 등장하면서 찬란했던 역사는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7년 대만출신 건축사인 덩쿤이안(登琨艳)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이 무간산루의 널찍한 공간과 저렴한 임대료를 보고 이곳에 작업실을 만들면서 낡은 공장창고의 운명이 바뀌었다.

지난 몇 년 동안 M50은 상하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예술공간으로 성장했다.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캐나다, 노르웨이, 홍콩, 한국 등 20여개 국가에서 약 150여명의 예술가, 화랑, 공예, 디자인, 건축 사무소 등이 입주했다.

2009년 M50 입주작가인 대구 출신 이도현은 자신의 글을 통해 “이곳의 작가 층은 매우 다양해 아주 상업적인 작가가 있는가 하면 예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젊은 작가의 작품도 만나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0년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이기도 했다.

무간산루의 Smart갤러리 조우잉지에(周穎杰)씨는 “스마트갤러리는 2가지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유니크한 관점에서 현대미술 작가를 후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하이에서 국제적인 작가를 육성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다”면서 “이는 여기 입주한 다른 갤러리들도 거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티엔즈팡이 관광객 중심이라면 M50은 주로 디자인이나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전문가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다. 2009년에는 예술품창의기지로 지정되었다. 상해국제패션문화페스티벌, 공업건축과 녹색패션예술제, BMV기업, 노키아, 미국 캘리포니아 포도주협회등이 M50에서 대대적인 광고 이벤트를 벌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레드타운에서 만난 갤러리 대표 리우시즈씨가 작품 보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쟁력 잃은 철강을 예술품으로

철강생산 공장 터를 개조한 일명 레드타운 홍팡(紅坊, www.redtown570.com)은 M50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일부 예술가들이 옮겨와 형성된 곳이다. 이곳은 上海10鋼有限公社라는 국영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해 티엔즈팡과 M50을 벤치마킹하여 만든 예술공간이다.

공장의 철골 구조와 붉은 벽돌을 그대로 남겨둬 삭막한 느낌과 함께 공장 터 잔디밭의 조각품이 묘한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특히 철강 공장 터의 특성을 살려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진 조각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외부 잔디밭 입구에 빨간 벽돌로 만든 벤츠가 부드러운 곡선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아인슈타인과 등소평의 두상 조각이 이채롭다. 올 4월께는 007기념 전시회도 열 정도로 상당히 개방적이다. 특히 공장, 지금은 전시장 중앙 입구로 들어서면 하역장으로 사용했을 법한 경사진 공간에서는 다음 전시 준비를 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이 때문에 M50이 주로 페인팅, 미디어아트 작품 위주라면 이곳은 조각, 설치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복합문화 예술공간이다. 그래서 레드타운은 Shanghai Sculpture Space라는 영문명칭을 함께 한다. 또 M50이 각각의 갤러리들이 독립적으로 모여있는 공간구조라면 레드타운은 야외전시장과 함께 커다란 철강공장을 살려 내부의 일부만 칸막이를 친 채 하나의 통로로 연결되어 모두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레드타운에 있는 奧賽畵廊(Author Gallery Shanghai)의 책임자인 리우시즈(劉喜芝)는 “우리 화랑은 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홍팡으로는 지난해 10월 이전했다”면서 “새로운 문화창의단지로 각광받고 있고 외국인 관람객이 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개관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페인팅 작품의 보존방식에 대해 한 예술학도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2006년 창의산업집결구로 지정되어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곳에는 인테리어나 예술관련 오피스 등이 입주해 있고, 예술서적 전문서점, 미술학원 등을 비롯해 카페, 바, 비달사순 아카데미, 이태리 가구점 등도 함께 모여 있다.

또 Mao라는 콘서트홀과 퓨젼스타일의 클럽이 생겨 젊음의 지역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결국 지역재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예술문화공간이 새롭게 탄생, 정착한 것이다./상하이=정인서 박용구 기자
*이 기사는 지역발전신문위원회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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