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문화를 만나다 1>예술의 거리, 그 뒤안길에 예술이 없다
<골목에서 문화를 만나다 1>예술의 거리, 그 뒤안길에 예술이 없다
  • 정인서 박용구 기자
  • 승인 2013.08.19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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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거리일 뿐 차별화된 특성이 없어 문제
▲ 예술의거리에 가면 예술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다. 몇년째 쏟아부은 혈세에 비해 에술의 거리는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광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문화공간을 떠올려보자. 예술의 거리와 대인예술시장, 시립미술관과 비엔날레전시장 등이 있는 중외공원, 민간미술관이 모여 있는 증심사지구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예술의 거리는 광주 도심의 한복판에 있어서 그 상징성이 더욱 크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도무지 변한 게 없다. 이번에 10회에 걸쳐 연재하는 기획기사는 예술의 거리를 진단하고 서울, 부산, 대구 등 유사한 거리와 중국 상하이의 현지 취재를 통해 광주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다./편집자 주 

예술의 거리는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상징성 있는 거리다. 동부경찰서에서 중앙로 입구에 이르기까지 3백여m의 거리에 작가 전시를 위한 전문적인 공간은 10여개 정도에 불과하고, 이밖에 상업화랑, 화방, 표구점, 골동품점, 소극장(2개), 전통찻집 등 90여개가 있다.

예술의 거리에는 전시공간으로 문 연 갤러리는 무등갤러리, 원갤러리, 자리아트갤러리, DS갤러리, 갤러리D, 대동갤러리, 상계갤러리, 갤러리무안요, 아트타운갤러리 등 10개도 못된다. 광주에 있는 전시공간 40여개에 비하면 너무 적다. 나머지는 화방이나 표구점 등이다.

구도청에 현재 조성되고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5년께 완공되면 바로 맞닿아 연결된 예술의 거리는 이름값을 제대로 해야 할 형편이다. 그렇다면 ‘예술의 거리’가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내정보는 그럴듯 하지만 실제론?

대한민국 구석구석 관광지를 안내하는 한국관광가이드(www.visitkorea.or.kr)와 광주시가 운영하는 광주문화관광(http://utour.gwangju.go.kr)에는 이렇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는 호남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예향 광주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됐다. 현재 동호인의 편의도모를 위해 서화, 도자기, 공예품 등 이 지방 예술의 상징적 작품을 집산하여 전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화, 서예, 남도창을 중심으로 한 남도예술의 진수를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명소이다. 광주동부경찰서 앞에서 중앙초등학교 뒤편 사거리에 이르는 이곳을 두루 돌아보는데 구경만 하면 1시간 정도, 매장에 들어가서 감상하면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광주가 초행이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한국관광가이드”

“서울 인사동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의 거리로 손꼽히는 광주예술의 거리는 광주 동부경찰서 앞에서 중앙로까지 300여m에 이르는 곳을 일컫는다. 어른 걸음으로 5분 남짓이면 걸을 수 있는 이 거리에는 갤러리와 화방, 표구점, 골동품점, 소극장, 전통찻집 등이 90여 개 모여 있다. 광주 동구 금남로와 인접해 있는 이곳은 80년대 초부터 화랑을 겸한 표구점들이 한둘씩 들어서면서 1987년 예술의 거리로 공식 지정되어 외지인들이나 외국인들이 광주에 오면 꼭 들리는 명소가 되었다. 예술의 거리에는 화랑과 화방이 23여 개나 있다./광주문화관광”

이 정보를 본다면 정말 가볼만한 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들 정보를 믿고 찾아온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여행기는 차별화 없는 공간으로 인식해  

트립어드바이저(www.tripadvisor.co.kr)에 올라온 일부 내용을 살펴보자.

겔프- “다른 사람들 리뷰를 보고서 약간 걱정했었는데 도심에서 가까워서 이곳을 그냥 선택했습니다. 가게들이 많은데 대부분 비슷한 것들을 팝니다. 가게 주인들이 친근하게 손님을 대해서 재미있었습니다.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화를 시도해 보십시오, 그러면 할인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미소 지으면서 못알아 듣는 척 좀 하는거죠!”(2013.5.1.)

알렉산더- “제 친구와 걸어가고 있는데 예술 학교들이 보였어요. 그라피티(벽에 낙서하는 식의 그림)가 좀 보였지만 그거 말고는 볼게 별로 없었어요. 공예품을 파는가 하고 갤러리나 이런 곳을 찾아보았는데 (한 학교는 관람실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렇게 많지 않더군요.”(2012.12.3.)

앤드류- “광주 여행 당국은 이 예술거리가 파리 몽마르트와 비슷하다고 말하는데요.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매력적인 곳이긴 하지만 약간 빗나갔어요. 이 거리는 광주 시내 쇼핑거리에서 쉽게 올 수 있어서 한번 와 볼만 합니다. 새롭게 공사된 거리는 상업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길을 따라서 4~5개의 갤러리가 있고 카페도 몇 군데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날 간다면 할 것도, 볼 것도 많습니다.”(2012.3.8.)

또다른 개인블로그에 올라있는 글은 이렇다.

빵빵한 배낭- “예술의 거리 중간쯤 인사동을 축소한 듯한 곳이다. 무언가 활기가 없어 보여 슬프다. 이런 곳들이 많이 발전되면 좋겠다.”(2013.5.31.)

구리- “이게 무슨 예술의 거리야? 골목길이구만~~. 근데 예술의 거리란다. 서울처럼 뭐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고. 공방과 벽화 그리고 가끔 오래된 물건 파는 분들… 그런 작은 문화의 거리이다.”(2013.6.13.) 

예술가 없는 거리에 무엇이 있을까?  

예술의 거리 중심거리를 조금만 비껴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이 있을까? 뭔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일부는 식당으로 쓰이기도 하고 찻집도 하나쯤 보이며 주차장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양옥주택이거나 한옥들이 있긴 하는데 너무 오래된 낡은 집들뿐이다.

다행히 몇 곳에 ‘꾸옹 니하오’라는 글씨를 써놓은 메모판을 달아놓은 줄이라든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벽화도 있고, 누군가의 초상을 표현한 듯한 벽화도 눈에 띄었다. 다행히 이런 모습이 예술의 거리 체면을 세워주었다.

▲ 안철환 예술의거리 번영회장
안철환 예술의거리 번영회장은 “아시아문화전당이 들어선 이후에는 제2의 거리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 “아직은 구도청이 옮겨간 이후 도심공동화 영향으로 침체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예술의거리를 찾는 사람 자체가 없어 거리가 한산한다는 것이다.

안 회장은 “나름 갤러리가 있지만 요즘은 작가들이 찾지 않아 공간이 비어있을 때가 많아 이곳 전시포스터는 거의 없고 오히려 다른 지역 갤러리 전시 현수막이나 포스터가 즐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의 거리가 있기 때문에 화랑이나 표구점, 화방들이 있어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관광객 흡입요소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예술의거리 뒷골목은 빈집이 상당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광주시나 기업체가 매입하여 국내외 작가의 창작 레지던시공방으로 활용한다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예술가들이 북적거려야 예술의거리라는 이야기다. 

장기 계획 관점으로 투자 효용성 높여야  

▲ 최만길 갤러리 자리아트 관장
최만길 갤러리 자리아트 관장은 한 마디로 “지금 시나 문화재단이 혈세를 투자해 수년째 벌이고 있는 예술의거리 활성화 사업은 이벤트성일 뿐 거리 자체의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최 관장은 “이들 행사가 뉴스감은 될지언정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정확한 마케팅이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술의거리 활성화 이벤트는 거리를 살리려는 노력의 의미는 있지만 거리 활성화에 보탬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간접적인 투자로 활성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술의거리에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예술품 경매도 열리고 몇몇 기획전시, 이벤트가 지금도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발적인 행사가 아닌 동원형, 무작정 투자형 행사는 좀 더 숙고해보아야 할 일이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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