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며 느긋한 기관…‘속타는’ 혁신도시
‘눈치’보며 느긋한 기관…‘속타는’ 혁신도시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12.1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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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협의회 ‘대통령 주재 기관장회의’ 촉구

 

▲ 9일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는 총회를 열고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지방이전 공공기관장 회의를 개최하고 조속한 토지 매입과 청사 설계 추진 등을 촉구했다. ⓒ나주시 제공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와 세종시 수정안 추진 등 정책 기조 변화에 지방이전 대상 공공기관들이 눈치를 보느라 이전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혁신도시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속이 타고 있다.

국토해양부 공공기관이전추진단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 구상안이 논의된 2006년 이후 이전 대상 157개 공공기관 중 토지매입을 완료한 곳은 달랑 2곳뿐이다. 그나마 산림항공관리본부는 농수산물유통회사(광주전남혁신도시)와는 달리 혁신도시가 아닌 개별 이전 기관이다.

또 10월말 현재 청사 설계에 착수한 기관도 12곳에 그치고 있어 2012년 입주가 불투명하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불거지면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 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 실현이 핵심이었던 세종시 건설이 흔들리고 있고 입주 기업 등에 대한 인센티브가 혁신도시·기업도시와 비교해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국 10개 혁신도시 건설 지역 전국 14개 시·군·구 협의체인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회장 김천시장 박보생)’는 9일 총회를 열고 공공기관의 즉각적인 토지 매입 등을 촉구했다.

혁신도시협의회 참석 지자체들은 “정부가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은 이전업무를 차일피일 미루고 눈치만 보고 있다”며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어려운 국가경제 극복과 지방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혁신도시 추진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밝혔다. 말로만 하는 ‘추진’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주문이다.

협의회는 이날 총회를 열고 채택한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혁신도시의 정상추진을 수 차에 걸쳐 밝혀왔음에도 이전기관들은 사실상 이전업무에 대한 정상추진보다는 향후의 세종시 수정안 추이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고 우려했다.

협의회는 “혁신도시는 2천5백만 지역주민들의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확실한 국가적인 전략선도 프로젝트”라며 “혁신도시 정상추진 계획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세종시 수정 문제로 많은 지역민들의 신뢰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의회는 “정부가 국민에게 수차례에 걸쳐 약속한 연내 부지매입 및 미승인 기관의 이전계획승인 등이 차질 없이 추진될 때 정부를 신뢰하는 믿음을 굳게 가질 수 있다”며 ▲ 부지매입비확보 기관의 연내 부지매입 완료 등을 요구했다.

또 협의회는 “이전이 승인된 공공기관의 청사 신축 설계를 조속히 시행해야한다”며 “이전 미승인 기간에 대한 조기 이전승인으로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특히 협의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공기관 이전을 챙겨달라고 요청했다. 협의회는 대통령 주재 지방이전 공공기관장 회의 개최와 혁신도시 입주 기업 등에 세종시와 동일한 인센티브 제공을 요구했다.

한전, ‘매입비 내려달라’ 또 요청…‘연내 본계약’ 약속하고 ' 미적'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할 핵심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가 이전에 여전히 미온적이어서 연계 기관인 한전KPS·한전KDN 등도 이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한전은 혁신도시 부지 조성원가는 이미 국토해양부의 승인을 거쳐 고시된 상태로 한전 부지만을 가격 인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개발 업체 등에 땅값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4일 한전 이전추진팀은 광주도시공사를 방문하고 “부지 조성원가 10%를 인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지난달에도 부지 개발을 맡은 광주도시공사와 나주시 혁신도시지원단 등에 사옥용지 축소, 조성원가 인하, 용지 대금 할부이자 감면 등을 요구했었다.

또 한국전력공사(169억)를 비롯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이전 대상 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140억)·한전KPS(72억)·한전KDN(64억)·한국전력거래소(50억)·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61억) 등 6개 기관은 올해 부지 매입 예산을 확보하고도 부지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나주시 혁신도시지원단 한 관계자는 “조성원가가 국토부에서 공고한 것이고 땅값 인하를 위해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4대강 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다보니 여력이 없어 지원해 주지 못했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왜 이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말로만 백번 ‘차질없다’고 하지 말로 믿을 있게 해달라”며 “이전기관들이 부지매입을 확보했는데 계약을 맺지도 않고 있는데 당연히 세종시 수정안이 어떻게 결론날지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세종시도 수정되는데 자기들도 버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며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 안에 청사 신축에 착공해야하고 최소한 청사 설계를 시작해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청사 설계 공모에 들어간 한전의 경우 내년 2월 22일까지 공모를 마감한 후 한 달여 동안 심사를 한 후 기본 설계 6개월, 실시설계 등을 거쳐 착공하기 까지는 내년 10월 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혁신도시 부지 조성 공사에 참여한 광주도시공사와 전남개발공사는 한전 등이 부지매입을 미루고 있어 사업 참여를 위해 발행한 지방채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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