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대상 157곳 중 8곳만 부지 매입
이전 대상 157곳 중 8곳만 부지 매입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12.06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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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문제없다”지만…30곳 예산 확보하고도 매입 기피

세종시 원안 수정 논란이 혁신도시로 번지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 민심 행보를 보이며 “혁신도시는 계획대로 추진한다”고 우려를 달랬지만 해당 기관들은 이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4일 한국전력공사한국도로공사 등 14개 주요 지방이전 대상기관 회의를 열고 “2012년 말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청사 설계와 부지 매입을 서둘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2일 이명박 대통령은 경북도청에서 지역발전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혁신도시는 신속하게 계획대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와 이 대통령이 혁신도시 사업을 직접 챙기고 나선 것은 중앙부처 이전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있는 세종시 수정 논란이 10개 지방 혁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혁신도시 구상 이후 부지매입 기관 고작 2곳 

세종시 수정 논의가 시작되면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세종시로 입주할 기업과 연구기관에 파격적인 토지 분양가나 각종 세제 혜택을 줄 경우 자칫 혁신도시 건설이 타격을 입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이미 정부로부터 이전 승인을 받은 공공기관들도 아직까지 이전에 나서지 않고 있어 지자체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국토해양부 혁신도시 로드맵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용지 매입을 완료하고 청사설계를 시작해야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이전 추진 현황을 들여다보면 이전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문이다.

국토해양부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7개 기관 중 옮겨 갈 부지를 매입한 곳은 고작 8개에 불과하다. 국토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단’이 3일 강운태(광주 남구)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부지매입이 완료된 기관은 농수산물유통공사·경찰종합학교·질병관리본부 등 8개 기관만 부지매입을 완료했다. 이전 대상 전체 대비 5%에 불과하다. 부산 혁신도시로 이전할 한국남부건설(주) 등과 같이 복합개발 건축물에 입부하거나 임대로 입주할 기관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낮은 비율이다.

그나마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옮겨갈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기관은 혁신도시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개별적으로 이전할 기관이다. 또 토지 매입 시기를 따져봤더니, 경찰종합학교 등 6개 기관은 혁신도시 사업이 추진되기 이전인 2000년∼2004년 사이 이미 부지를 매입했다. 혁신도시 추진과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등 30곳 예산확보 하고도 매입안해

사업 추진 이후 매입한 곳은 농수산물유통공사와 산림항공관리본부 두 기관(7월 완료) 뿐이다. ‘혁신도시로 이전할’ 기관 중 부지 매입이 완료된 기관은 농수산물유통공사 한 곳 뿐이다.
30개 기관은 올해 부지 매입 예산을 확보하고도 부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 발언을 한 9월 이후 부지매입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국토부가 주요 이전 기관으로 분류한 14개 기관 중 한국도로공사(경북)·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대구)·한국석유공사(울산)·한국자산관리공사(부산) 5개 기관만 청사를 설계 중이거나 설계 공모를 진행 중이어서 이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혁신도시 건설 계획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월 말 현재 157개 기관 중 이전 계획이 승인된 기관은 117개. 이 중 청사설계를 계획 중인 기관은 35개 기관으로 12개 기관만 설계에 착수했다. 18개 기관은 기본계획만 수립 중이고 5개 기관은 설계 공모 중이다.

강운태 의원은 “대통령이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운찬 총리의 발언으로 세종시 수정 논란이 일기 시작한 9월 2일 이후 부지매입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며 “세종시 수정 논란 이후 부지매입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데 정부 산하 공공기관만 지방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결국 혁신도시도 수정될 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세종시에 9부 2처 2청이 간다는 전제로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이 때문에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세종시 원안 추진을 촉구했다.

추진현황 자료와 나주시 혁신도시지원단에 따르면,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빛가람공동혁신도시)로 이전 대상 기관 16개(해양경찰학교 제외·여수 개별 이전) 중 농수산물유통공사는 부지만 매입한 상태다. 최근 한국전력공사·전파연구소·우정사업정보센터가 청사 설계 공모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부지매입·설계 추진 가능할까

▲ 3일 정세균 대표,이강래 원내대표,장상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충남 천안에서 열린 '행정중심복합도시 원안사수 궐기대회'가 열렸다. 민주당은 세종시 수정이 추진될 경우 혁시도시와 기업도시가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며 혁신도시 조성 지역을 순회하며 궐기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제공
그러나 한국전력공사(169억)·한국농어촌공사(140억)·한전KPS(72억)·한전KDN(64억)·한국전력거래소(50억)·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61억) 등 6개 기관은 올해 부지 매입 예산을 확보해 뒀지만 매입을 미루고 있다. 전파연구소·농업연구원·우정사업정보센터는 부지 매입 예산 조차 확보되지 않았다. 여수로 개별 이전할 해양경찰학교(136억)도 예산만 세워놓고 부지 매입을 하지 않았다.

최근 한전은 나주시 혁신도시지원단에 사옥용지 축소, 조성원가 인하, 용지 대금 할부이자 감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빛가람공동혁신도시 전체 공정율은 20%에 이르고 한국전력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등 9개 기관의 토목 정지작업은 완료된 상태다.

나주시는 한국전력공사가 부지 매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한나라당에 연내 부지 매입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보내기도 했다. 나주시는 지난달 24일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정상추진 발언과는 달리 이전업무 진척이 지지부진하다”며 “정부와 여당은 혁신도시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나주시가 “진정성을 보이라”고 까지 다그친 것은 세종시 수정안이 국가산업단지 지정을 통한 ‘슈퍼 기업도시화’로 윤곽이 드러나면서 ‘지방간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하지 않느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는 올 안에 사옥 설계에 착수해야 2012년으로 예정된 혁신도시 입주가 가능하다고 보고 주요 기관들이 올 안에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최대한 빨리 설계에 착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 이전계획이 승인되지 않은 40개 기관은 올해 안으로 승인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편 민주당은 전국 혁신도시 10곳을 순회하며 세종시 수정 반대와 혁신도시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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