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선 ‘날치기’ 예산통과 원외선 ‘토론’
원내선 ‘날치기’ 예산통과 원외선 ‘토론’
  • 강성관 기자
  • 승인 2009.12.0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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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세종시특위' 첫 지역 간담회…“충청달래기 위험”
“부처 이전없이 기관이전 말돼나…수도권 블랙홀 막아야”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누누이 “세종시 때문에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고 강조하고 강조했지만 지역에서는 “R&D특구와 혁신도시·기업도시 조성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고급인력이 유출될 것이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잇따라 영호남지역을 방문해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정면 돌파하는 행보를 보이고 한나라당 세종시특별위원회(위원장 정의화)가 지방 순회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원내에서는 4대강 관련 예산을 상임위에서 토론도 없이 통과시켜 “원내에서는 날치기 통과시키고 밖에는 토론을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라는 비난도 따르고 있다.

8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한나라당 세종시특위 첫 지방 순회 간담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지역 인사들은 세종시 수정안 찬성 여부를 떠나 “의견수렴도 없이 갑작스럽게 충청도에 선물 보따리 주듯이 하고 있다”, “세종시 입주 기업과 대학 등에 과도한 특혜를 주게되면 어느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겠느냐”고 추진 방식과 내용에 불만을 터뜨렸다.

“30년만에 발전 싹 틔우는데 세종시가 찬물”

▲ 한나라당 세종시특별위원회는 8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첫 지방 간담회를 열고 지역 의견 수렴에 나섰다. ⓒ시민의소리 강성관
특히 광주와 전남지역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R&D특구와 혁신도시·기업도시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의견이 주를 이뤘다. 또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로 한 혁신도시 건설 사업의 취지는 지역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포화 해소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세종시 입주기업에 너무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불평등하다”고 주장했다.

오재일 전남대 교수는 “의견수렴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이미 목표는 가지 있는데 절차적 정으를 정해놓고 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가진다”며 “(정책이)번복될 수는 있는데 국민에게 적나라하게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적시가 되어야하는데 전혀 안됐다”고 질타했다. 오 교수는 “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은 모두 부인하려고 한다”며 “번복하려면 두 배의 노력이 있어야하는데 두배의 노력을 했느냐. 이미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인다는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국가적 손해다”고 비판했다.

전영복 한국광산업진흥회 상임부회장은 “수정안 방향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점에서 충남 이남 지역은 지방경제와 산업육성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광주시가 광산업과 자동차 부품 산업 등 육성을 추진하면서 30년 만에 활기를 띠고 있는 시점에인데 세종시를 변경하는 것은 기왕에 광주로 온 기업들이 다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상임부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수도권 규제를 추진해 왔는데 이명박 정권들어 산업과 인구 과포화 규제를 추진하다가 이명박 정부들어서 엄청 완화하고 있다”며 “그러니 세종시 수정과 맞물려 기업 등이 ‘역수도권 이전’하려고 한다”며 원안 추진을 주장했다.

양승학 호남대 교수는 “세종시 사업은 목적 자체에 충실해야한다”며 “처음에 계획한 대로 이전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고 수정 자체에 반대했다. 양 교수는 “대전에 부처들이 옮기고 나서 행정의 비효율적인 문제가 있었느냐”고 따져 물었다.

양 교수는 “세종시를 지역 여건 고려 없이 충청도에 대한 인센티브 같이 갑작스레 추진해 ‘충청 달래기’라면 위험스럽다”며 “광주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등 추진하며 용역중인데 세종시를 녹색경제도시로 추진하면 광주와 100% 중복되는데 우리는 무엇이 되느냐”고 말했다.

신용진 광주전략산업기획단장은 “세종시 성격이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유치, 교육과학  중심의 경제도시, 기업도시 성격으로 집약되는데 대덕연구단지는 과학기술 발전에 큰 힘을 줬다”며 “광주는 오랫동안 R&D특구를 준비해 왔고 이명박 대통령도 약속해 대구와 함께 가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지역의 고급 인력 유출인데 세종시로 인해 광주-대구-대덕특구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정영식 조선대 교수도 “R&D특구의 기본 개념은 인력양성과 기초연구를 강화해서 이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적이고 여기에 의료·교육환경 등 정주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데 세종시 수정안은 우리가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하고 있어 당황스러운데 광주·대구 R&D특구와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건철 전남발전연구원 기획연구실장은 "국가적 당면과제는 수도권 분산이고 지방의 동시 발전이고 통일 이후 수도의 블랙홀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가)이전해야한다”며 “수도권 기업에게 스스로 지방이전하라고 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고 영국과 프랑스는 정부 부처가 아주 멀리 이전해서 관련 연구소와 기업을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부처가 옮기지 않으면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가 그대로 간다(추진)는 것은 실현성이 없다”고 잘라말하기도 했다.

김재철 광주발전연구원 기획연구실장은 “자족도시는 대학이나 연구소 이전 보다는 정부 부처 이전이 더 낫다”며 “정부 부처가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으면서 기업에게 내려가라는 것이냐. 누가 내려가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지역 발전을 위한 싹을 틔우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제발 이제 수도권은 질적으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며 양적 팽장 규제를 주문했다.

“부처이전 없이 혁신도시 실현성 없다”…“R&D특구, 입법 과정서 반영”

▲ 정의화 한나라당 세종시특위 위원장은 “정부가 수정안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여당이 무조건 정부를 따라 가지는 않는다”며 “R&D특구와 관련 광주는 타격이 있겠다”고 말했다. ⓒ시민의소리 강성관

 

 

일부 참석자는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면서도 추진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이채원 행정구역개편위원회 상임위원은 “사람이 폐가 나빠서 병원을 갔는데 심장이 더 아프다고 하면 심장을 먼저 치료해야한다”며 “선물 보따리를 충청도민들 스스로 세종시가 발전하도록 자족성에 대해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묻고싶다”며 찬성했다.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은 “세종시는 국가적 과제라기 보다는 대선과 총선과정에서 내린 충청 민심을 위한 정치적 흥정으로 결정되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수정안에 찬성하지만 충청지역민을 자극하지 말았어야 했고 충청도민이 떠들기 때문에 ‘사탕 하나’ 주려고 하면 안되고 입주 기업에 과다한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지방 기업들에 영향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회장은 “세종시 수정되더라도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의화 특위 위원장은 “정부가 수정안을 내놓으면 국회에서 여당이 무조건 정부를 따라 가지는 않는다”며 “정부 부처 이전 백지화 문제는 자문기구인 민관합동회의에서 중간 보고이고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R&D특구와 관련 광주는 타격이 있겠다”고 말했다.

이사철 특위 위원은 “‘이제 영호남 갈등이 국가적 과제가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이다’는 말에 감명을 받았다”며 “R&D특구 문제는 광주의 노력을 알지 못했는데 입법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간담회가 있던 8일 한나라당은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토론 과정없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관련 예산을 통과시켜 민주당 등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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