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 눈치 못 채는 지역의 우둔함
‘SSM’ 눈치 못 채는 지역의 우둔함
  • 오윤미 기자
  • 승인 2009.07.2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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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형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SSM(슈퍼슈퍼마켓)에 눈독들이며 지역 동네상권까지 위협하고 나섰지만 팔짝 팔짝 뛰어야 할 지역은 정작 ‘침묵’ 중이다. 정부는 WTO 협정을 핑계로 강 건너 불구경 중이고, 지자체 역시 정부의 장단을 맞추며 나 몰라라 대열에 합류했다.

지역의 위기의식은 여전히 한물간 대형마트에 맞춰져있다. 지역경제 파탄의 주범인 대형마트 견제에 급급한 나머지 SSM이 지역경제 미칠 파급력은 예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정 규제를 통한 입점 제한이나 지자체 스스로 대비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역경제는 이걸로 끝이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수도권에 비해 SSM 입점 속도가 더딘 지역에선 SSM을 기존 대형마트 일환으로 여기는 ‘안일한’ 분위기가 팽배하다.

광주전남지역에 입점한 SSM은 현재로선 롯데슈퍼가 전부다. 빅마트를 인수한 롯데는 ‘롯데슈퍼’로 옷을 갈아입었지만 소비자들에게 롯데슈퍼는 빅마트와 다름없는 대형 마트일뿐이다. 광주에 입점을 준비 중인 GS는 편의점에 가판대를 설치해 과일, 채소 등을 파는 동네슈퍼 방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이처럼 SSM들의 몸집이나 형태는 조금씩 다르긴 해도 시민들의 생활 깊숙이 침투해 ‘골목상권’을 노리는 것은 매한가지다.

당장 먹고 사는 생계가 걸린 골목슈퍼들은 SSM 진출을 걱정하면서도 “어차피 우리 상대는 아니다”고 짐짓 여유를 부린다. 동네슈퍼들은 “롯데슈퍼가 말이 슈퍼지 마트와 다를 게 뭐냐”며 “기존의 대형마트들과 경쟁을 하면 했지 우리와는 어차피 게임도 안 되는 대형자본일 뿐이다”고 강조한다. 

동네 슈퍼보다 몸집이 큰 지역 토종마트들 역시 “해도 안 된다”는 패배감에 젖어있다.  서로 힘을 합쳐 SSM을 대응해도 모자랄 판국이지만 담합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분위기다.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하니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길 뿐 같은 길을 가는 동료의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변변한 소통 채널 하나 없는 것이 이들이 상황에 대응하는 현실이다. 생존경쟁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치열한 집안싸움 중인 이들에게 SSM은 남의 집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SSM이 지닌 가장 큰 위협은 지역경제 숨통이다. 열심히 소비하고도 지역에 돈이 말라 가는 최악의 경제대란이 다시금 재연될 위기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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