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18) 임원 금호고등학교 학생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18) 임원 금호고등학교 학생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1.27 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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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5·18
면접·논술 등 수시에 대한 경쟁력 키워야
SNS는 훌륭한 청소년 사회참여 수단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은 내년이면 캠퍼스를 누비거나, 더 큰 목표를 위해 1년 더 공부를 할 것이다. 어찌됐든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마친 지금, 고등학교 3학년생들의 얼굴에선 후련함이 엿보인다. 임원 군 역시 이런 후련함을 느끼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생이다.
비엔날레 전시관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에서 임 군을 만났다. 그도 아직은 청소년이기에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광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는 어른스러움도 엿보였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열여덟 번째 순서는 임원 금호고등학교 학생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광주시장이나 교육감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저는 가끔 ‘광주’하면 뭐가 떠오를까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만약 외국인 친구가 와서 광주를 소개시켜주려고 할 때, 뭘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러면 무등산, 비엔날레, 충장로 등이 떠올라요. 하지만 딱히 특색이 없어요. 찾아보면 볼만한 것들은 더 있겠지만 광주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광주의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5·18이라고 생각해요. 광주의 정체성을 담고 있고, 다른 곳에는 없는 광주만의 특별한 점이죠. 광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5·18을 배워요. 정말 참혹하고 끔찍하고 화가 나는 영상도 봤어요.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이런 교육이 광주만의 색을 살려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작 이 키워드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문화전당 앞에 세워져 있는 도청이나 분수대 등의 소재를 잘 살려 ‘광주의 정체성은 뭘까’라는 고민을 좀 더 진지하게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신분에서 이야기하자면,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대체적으로 사립학교들이 좋은 성적을 내죠. 수능을 잘 봐야 한다는 우리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효율적인 것은 수능에 나오는 것만 공부를 하는 것이에요.

하지만 공립학교는 그렇지 않아요. 시스템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하지만 더 교육적일 수 있죠. 어디가 좋냐 나쁘냐는 학생과 부모님들의 입장이나 생각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사립이든 공립이든 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들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는 아직 학생이어서 그런지 지역 색을 많이는 못 느끼겠어요. 하지만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기를 “공부 잘하는 것이 우리 지역에 중요한 요소다”, “다른 시·도보다 가난하니까 공부로 성공해야 한다”고 합니다. 참 슬픈 말이지요. 공부를 못하면 먹고살기 힘들다는 소리잖아요. 물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일 테지만 아예 없는 말을 하신 것 같지는 않아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하지만 이제 공부만 해서는 입시가 힘든 상황이에요. 정시는 수능공부해서 수능만 잘 보면 끝이지만, 수시는 논술, 학생종합, 학생교과 등 다양한 길이 있어요. 그리고 이제 수시로 대학을 많이 갑니다. 특히 수도권 학교에 가기 위해 면접학원을 다니거나 자기소개서도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학교에선 그 부분을 다 해결해주지 않아요. ‘너희들 알아서 해라’는 식이죠.

특히 논술을 배우기가 광주에선 힘든 환경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학원도 많이 없죠. 교육청에서 한번쯤 논술교육을 하긴 했지만, 타지역 학생들과의 입시경쟁에서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론은 정시보다 수시에 대한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면접이나 논술에 대한 교육도 필요 하겠네요.
논술교육을 해주기는 하지만 거의 상위권 대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만 해줘요.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는 거의 자기가 준비해야 하고요. 선생님들도 조언을 해주시는데 그치죠. 특히 논술은 독학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니까 학원을 가야하는데, 광주에는 학원도 많이 없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논술을 미리 해놓으면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와 막판에 알아가지고 논술도 하고 공부도 하려면 둘 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와 논술을 스스로 배워야 합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그게 맞겠죠. 자기 입시니까요. 하지만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저는 전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노무사를 하고 싶습니다. 진학도 그쪽으로 잡아서 산업경영학과에 수시로 합격해 놓은 상태에요. 그래서 노사관계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전에 교육청에서 주관한 인문학 강의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 진로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노동자와 회사 간의 관계에 대해 듣다보니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제 자아를 실현하는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이쪽으로 진학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어디선가 직장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저번에 청소년 만민공동회에도 참석해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이 된다는 점도 흥미롭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아직도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네요.(웃음)

▲평소 청소년의 사회참여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사회에 대해 전반적으로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됐죠. 가령 9시 등교의 경우, 내가 하기 싫다고 해도 교육감님이 하라고 하면 해야 되잖아요. 지금까지 저희(청소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인데도 발언을 못하게 하고, 하라면 해라라는 식이었어요. 저희가 가장 잘 알고, 필요한 것인데도 말이에요.

청소년들이 사회참여를 하는데 있어서 작년에 뜨거웠던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생각납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선배 한 명이 대자보를 써서 붙인 적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교들이 대자보를 붙이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는 것을 보면서 아직도 청소년의 사회참여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어요. ‘공부나 해라’는 식으로 청소년의 의견을 인정해주지 않는 거죠. 저희도 같은 사회 속에 사는 구성원이기 때문에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청소년의 사회참여 수단으로는 SNS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가장 빠르게 참여할 수 있거든요. 작년에 학교 급식이 정말 맛없게 나온 적이 있어요. 친구가 그걸 찍어서 SNS에 올렸는데,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이 10만 명을 넘어갔어요. 교육감님께서 그걸 보시고 조치를 취해주겠다 해서 어느 정도 개선이 많이 됐어요. 이런 것이 가장 쉬우면서도 훌륭한 사회참여 수단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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