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후백제 두 영웅 묵은 恨 푼다’
나주시가 통합축제로 첫선을 보이는 ‘2023나주축제, 영산강은 살아있다’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축제장인 영산강둔치체육공원서 수변 무대와 체험 부스 설치 등 개막 준비가 한창이다.
2023나주축제에서는 예술의전당과 같은 대형 문화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공연이 열흘 간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린다.
오직 나주에서만 볼 수 있고 놓치면 후회할 역사·문화·예술 축제 공연이 깊어가는 가을밤 하늘과 어우러진 영산강에서 펼쳐진다.
이번 축제에서는 마한, 고려, 조선, 근대로 이어지는 시대별 나주 역사관을 운영하고 역사에 기반한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고려시대 나주의 역사다.
나주시는 그동안 마한문화제를 비롯해 조선시대 밤거리를 재현한 천년나주목읍성문화축제, 문화재야행, 나주학생항일학생운동을 기념한 태극기거리 축제 등을 개최해왔지만 유독 고려시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나주는 고려 건국의 기반이 됐던 지역이다.
영산강 뱃길을 타고 나주를 점령한 왕건은 나주의 호족과 손 잡아 후백제 정벌을 위한 전초기지를 구축한다.
왕건은 나주 오씨 가문 처자를 한 우물에서 만나 연을 맺는데 그녀는 훗날 장화왕후가 되고 고려 2대왕 혜종을 출산한다.
이때부터 나주는 임금이 태어난 고향인 ‘어향’으로 불리운다.
고려 6대 왕 성종은 998년 어향 나주를 오늘날 광역자치단체인 목으로 격상시킨다.
나주는 고려시대에 이르러 호남의 중심으로 번영을 구가한다.
나주시는 우물에서 만난 두 남녀의 인연에 얽힌 고려 건국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한 뮤지컬 ‘왕건과 장화왕후’를 21일 축제 개막 메인 공연으로 준비했다.
24일 오후 4시 30분부턴 나주에서 자웅을 겨뤘던 고려 왕건과 후백제 견훤, 두 영웅의 영혼을 영산강에서 소환해 묵은 원한을 푸는 굿 풀이가 펼쳐진다.
‘나주, 운명을 가르다’라는 주제로 제사장과 신녀들이 천도제와 관음무, 나비춤 등을 선보이며 천 년 넘게 이어져 온 두 인물의 원한과 앙금을 털고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는 퍼포먼스다.
축제 공연 흐름은 고려를 지나 조선시대 마당극과 전통춤 공연으로 이어진다.
26일 오후 5시 30분부터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마당극이 한바탕 열린다.
신안 출신의 조선 후기 실존 인물인 홍어장수 문순득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갯돌이 표류 어드벤처 마당극으로 각색했다.
1802년 서남권 물류 중심지인 영산포에 홍어를 팔러 간 문순득이 이번엔 표류하지 않고 제대로 영산포에 도착한다.
문순득은 일본, 필리핀, 마카오, 중국 등 조선 최초로 아시아 각국을 표류하며 겪은 이야기를 관람객들에게 들려준다.
축제 막바지엔 조선시대 나주목에서 행해졌을 전통춤·연희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다.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주무대에서 진행되는 ‘전통춤·연희, 나주목 관부무’는 조선시대 나주목에 외국 사신이나 귀빈이 찾아와 나주목에서 축전이 있었을 때 손님들에게 선보였던 신청 예인들의 전통춤 공연을 재현한다.
축제추진위원회는 한국춤문화자료원과 함께 조선시대 호남지역에서 공연됐던 춤, 관무들을 연구해왔던 결과물인 나주목관부무를 이번 축제에서 최초 공개한다.
‘인트로-초무-화관무-승전무-구음검무-나주의 북소리-클로징’ 등 총 7편으로 구성된 공연은 사자탈, 풍물, 삼현육각, 무용 등이 결합된 전통 예술 국악공연의 집합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2023나주축제에서 열흘 간 선보일 무대 공연은 마한, 고려, 조선, 근대 역사 기록과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새롭게 창작돼 오직 나주축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라며 “나주축제에서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와 함께 아름다운 영산강에서 보낸 10일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