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복에 무슨 난리냐
내 복에 무슨 난리냐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6.07.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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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납량거리 기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무슨 코미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에잇 안 본다, 하고 다른 면으로 넘어갔다가도 그 뻔뻔한 사람들의 행각이 오늘은 또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는지 궁금해져 세세히 잔 글씨를 짚어본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검사 출신 변호사, 기업 회장이 어울려 노는 드라마, 부장검사와 그리고 대궐에 있는 문고리 권력, IT그룹 회장이 등장하는 코미디 같은 사건이 날마다 내가 보는 프로인데, 등장인물들이 따르르하다. 모두 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일류대로 꼽는 S대 출신들로 ‘내가 제일로 잘 나가’ 하는 말 가지고는 그 부와 명예를 덮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벌여놓은 일들을 보면 입이 안 다물어진다. 날마다 악취를 풍기는 기사를 보면서 ‘밋나 도로보데스’(모두 도적놈들이다.) 소리가 입에서 나오다가 들어간다. 돈이나 명예가 다락 같은 사람들이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이런 짓들을 했을까. 자기들은 수재형으로 머리가 뛰어나니까 우리 같은 안 뛰어난 머리들은 무슨 짓을 해도 모를 줄 알고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선조들이 말하기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새나 쥐가 들은 그 한 건 한 건을 잡아서 파헤치면 무안 고구마 줄기처럼 한 가마니를 채울 만큼 다 나온다. 신문들이 파헤쳐 증거들을 들이대도 한 가지 사실을 놓고 이랬다, 저랬다, 발뺌을 하는 이 사람들이 하는 연극을 보면 ‘제 재주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딱 맞아 보인다.

군사정부 시절 목포 출신 김지하 시인은 ‘오적’을 써 가지고 오래 고초를 겪었다. 그 시절 우리 사회에 다섯 부류의 적이 있다는 풍자 고발 담시였다. 이 시인은 그 시 때문에 재판에 넘겨져 죽을 뻔했다. 지금 다시 그런 담시를 쓸 때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쓴다면 오적이 아니라 아홉 부류의 적이라고나 이름할 ‘구적’이 나올 만 하다.

싸잡아서 말하는 것은 먹물이나 먹었다는 자가 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신문에 안 나는 것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썩은 냄새가 여기저기서 진동한다. 이 나라 어느 구석을 뒤지든 썩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종편에 나오는 수다쟁이도 아닌 주제에 시답잖은 논평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라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느낌이다.

현실이 픽션을 압도한다더니 과연 이들이 벌이는 리얼 드라마는 작가가 상상력으로 꾸민 TV 드라마를 압도한다. 이런 기득권층의 부도덕, 부패 권력이 눈엣가시 같아서 고 노무현 대통령은 물과 층층이 흙으로 분리되어 있는 병 속의 물을 휘저어서 계층 이동을 해보려 했다. 그랬는데 결국은 물은 위로 뜨고 흙은 아래로 도로 갈아 앉고 말았다.

혁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대개혁이 필요하다는 데는 다들 공감한다.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데 먼저 웃물부터 맑게 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들은 돈이 더 필요한 사람들도 아니고, 권력이 더 필요한 사람들도 아니지 않은가.

머리 안 좋은 사람들이 허리 휘도록 개고생을 하면서 살아가는 이 팍팍한 세상에서 저들은 누릴 만큼 누리고 사는 족속들이 아닌가 말이다. 대관절 그들이 지금 가진 것만 해도 광이 가득 찰 터인데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더, 더, 하는지 안 뛰어난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먹고 살만한 사람들, 목에 힘주고 사는 사람들, 내로라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보다. 그들이 죄지은 자를 문책하고 변호하는 일을 한다니 이것이 제대로 굴러가는 세상인가 싶다.

조선시대엔 천민으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신분을 바꿀 수 없어 한 줌 기득권층을 백성들은 떠받들며 짓밟히며 살아야 했다. 나라에 난리라도 나야 상놈 신분이라도 나라에 공을 세우거나 양반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해서 신분 이동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라가 백성을 꽉 쥐고 있으므로 평생 가봐야 그놈의 난리도 겪지 못한다. 그래서 99퍼센트의 백성들은 ‘내 복에 무슨 난리냐’ 한탄하며 오히려 난리를 고대했던 것이다.

요새 세상 돌아가는 꼴이 흡사 난리 직전 같다. 썩은 것들은 더 썩고 해먹는 자들은 더 해먹어라. 그래서 난리가 화산처럼 폭발한다면 세상이 좀 개혁되지 않을까. 이런 망할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라 잘되라고 하는 내 기도는 하늘에 미치지 못하고 세상은 어지러워 초야에 묻힌 몸에는 시름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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