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주도 35주년 5.18 기념식, 옛 도청 앞에서 거행
시민주도 35주년 5.18 기념식, 옛 도청 앞에서 거행
  • 박용구 기자
  • 승인 2015.05.18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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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성없는 정부 주도 기념식에 문재인, 윤장현, 이낙연 참석
▲ 5.18을 부정하는 세력들에 대한 영령들의 분노인 듯 하늘에서는 하염없이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35주년 5.18 기념식이 5월 단체와 시민사회 주도로 옛 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80년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파괴·민주화 유린에 항거해 떨쳐 일어난 광주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한 35주기 5.18기념식이 5월 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 주최로 18일 옛 도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5월 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 주도의 기념식을 거부하고 이날 따로 기념식을 치른 이유는 이들이 수차례 정부에 요구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 및 기념식에서의 제창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5.18을 부정하는 세력들에 대한 영령들의 분노인 듯 하늘에서는 하염없이 가랑비가 5.18 기념식장 위로 흩뿌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5월 3단체와 시민단체협의회,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김한길․안철수․주승용․강기정․김동철․천정배․이학영 등 국회의원, 조영표․명현관 광주시.전라남도의회 의장 및 시․도의원,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김정길 행사위 상임위원장은 기념사에서 “우리가 5월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가 아닌 옛 전남도청 앞에 모인 것은 정부의 5.18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 무시 때문이다”며 “이제 다시 5월 정신으로 재무장해 민주와 평화, 인권의 가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어진 기념사에서 김후식 5.18민주유공부상자회장 역시 “정부가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을 거부하면서 공식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내년 36주년 기념식에서는 반드시 기념곡 지정과 제창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와 박봉주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도 결의문을 통해 “기념식을 둘로 쪼개진 원인은 정부에 있다”며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연대사에 나선 세월호 유가족 대표 ‘찬호 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5년 동안 진상규명을 위해 모범적으로 활동하신 5.18유가족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며 “유가족들과 연대해 5.18과 4.16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국립 5.18 민주 묘지에서 같은날 열린 5.18민주화운동 35주년 기념식은 역대 가장 초라한 기념식으로 기록되게 됐다.

5월 단체 및 유족들이 불참하면서 주인이 없는 자리를 국가보훈처가 동원한 상이군인회 회원 등이 자리를 메워 비난이 일었다.

주인공들이 빠지면서 정당성을 상실한 이 기념식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직무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윤장현 광주시장, 이낙연 전남지사 등 정부와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기념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고 국무총리마저 공석이어서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부 대표로 낭독했다.

이와 관련 김정길 제35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을 거부하는 데는 5.18 자체를 폄하, 왜곡, 박제화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노영숙 5월어머니집 사무총장은 “양쪽에서 기념식을 하는 것은 대단히 비극적인 일”이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5월 정신 계승의 의미가 있다. 5.18의 당사자들이 원하는 공식 기념곡 지정 및 제창 요구는 정부가 마땅히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념식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박근혜 정부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군부세력의 헌정 중단 행위에 맞서 ‘산자여 따르라’며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5월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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