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2) 불어하십니까?
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2) 불어하십니까?
  • 정대인 전 산타페예술대 교수
  • 승인 2014.10.01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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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인, 아이패드 작업, 2014.

 불어는 어렵다. 어쩌면 영어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하고 접할 기회가 많아서 조금은 낫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동사의 형태와 언제는 발음하고 언제는 묵음으로 넘어가는지 아리송한 각종 단어들과 남성형, 여성형 명사에 형용사까지 겹치고 나면 이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실로 대단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보통 일주일 남짓 프랑스 관광을 오는데 굳이 불어까지 공부해야하나 할 수도 있지만, 며칠을 머무른다 해도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알면 여행경험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그 곳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문제는 봉쥬르나 메르씨 보꾸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인사말조차도 제대로 말하는 것이 무척 힘이 든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불어를 공부한 것이 여러차례 된다. 처음 접한 것은 2007년 파리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을 오기 전이었다. 파리의 학교에서는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하였지만(사실 이것도 거의 거짓말임이 도착해서야 밝혀졌다.) 나름 준비를 해가고 싶어서 학원에 등록했었다. 몇달 간, 기본적인 내용은 공부할 수 있었다.

파리에 도착해서는 학교에 나같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불어수업이 있었다. 레벨테스트를 통해 나는 상급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첫수업에서 내가 반 꼴찌의 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를 제외한 모든 학생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왔는데, 내가 듣기에는 혹은 못 알아 듣기에는 모두 유창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반을 바꿔달라고 요청해보았지만, 기본 레벨은 너무 쉬우니 그냥 여기 남아있으라는 말 뿐이었다. 수업 내용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선생님이 가끔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우물쭈물하면 바로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버리고, 그게 수업의 전부였다.

파리 생활을 마치고 미국 학교로 돌아가서도 교양수업으로 불어를 공부했다. 그나마 지금껏 공부하고 고생한걸 다 잊어버리기 아까웠다. 이 선생님은 한학기 내내, 수업의 반은 안녕, 넌 이름이 뭐니?를 묻는데 소비하고, 나머지 반은 수업과 상관없는 자기 얘기로 가득 채웠다.

이를테면 양복을 잘 차려입고 공항에 갔더니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해주었다는. 이 수업에서 지금 기억에 남는건 그 에피소드 하나이다. 아직도 공항에 갈 때마다 나도 양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가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았다. 방학에 한국에 와서는 남대문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에 갔다. 벨기에 출신 여선생님은, 불어 문화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공부하러 온 대학생, 직장인 학생들에게 (거의 언제나) 원하는 대답을 하지 못하다고 해서 설명을 해주기는 커녕 짜증을 내다시피 했다.

이런 경험이 있은 후, 불어는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내 실패의 원인을 내가 만났던 선생님들에게 돌리고 싶다!

그러나 난 다시 파리로 돌아왔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선생님은 듀오링고 Duolingo라는 앱이다. 그동안 공부해왔던 딱딱한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이전의 다른 공부 방법보다도 효과가 좋은 듯하다. 한 번 두고 볼 일이다.

20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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