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1)-파리에서의 3개월
정대인의 파리문화기행(1)-파리에서의 3개월
  • 정대인 전 산타페예술대 교수
  • 승인 2014.09.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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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대인(34)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예술대학(CalArts: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웨스트우드대학과 뉴멕시코 주 산타페예술대학교에서 4년간 디지털 아트를 가르쳤다. 이번 학기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애니메이터로서 지구촌 문화예술 탐험에 나섰다. 본지는 정대인씨의 파리문화예술 기행을 특별기고로 이번 주부터 연재한다.<편집자주>

▲ 파리 세느강변에서, 2014. 아이패드 작업
3년동안 일하던 나름 안정적이던 미국의 직장을 그만두고, 또는 과격하게 말하자면, 때려치우고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 한 달 전이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다. 어찌 다음 계획도 없이 일을 그만뒀는지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물어볼 때마다 어떤 이유가 나를 제일 효과적으로 변호할지 몰라 각기 다른 이유를 설명해봤지만, 만족스러운 반응은 없었다, 아니, 내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사실, 나를 매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를 제외한다면, 어떻게 보면 이런 무모한 짓을 이해해 줄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곧 착륙을 시작합니다. 현재 파리는 살짝 흐리고, 기온은 20도입니다.” 기장의 방송이 흘러나왔다. 불과 12시간 전, 아직 여름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을 출발했었는데, 파리는 이미 가을이 온 모양이다.

▲ 정대인 전 미국 산타페예술대 교수
변화가 필요했다. 집에서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종종 청소를 한다던지 집안 구성을 바꾸면서 익숙한 공간들을 낯설게 만들곤 했다. 한 장소에, 한 리듬에, 한가지 일에 익숙해지면 사람은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일상이 되는 순간, 새로움과 설렘은 사라지고 수동적으로 변하게 된다. 내가 두려운 것은 그런 상황이 변할 수 있다는, 혹은 변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마저 무뎌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 스스로에게 무언가 더 큰 변화가 필요했다. 물에 떨어뜨린 기름 한 방울처럼 낯선 환경에 나를 놓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었다. 7년 전 파리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할 때가 그랬다. 그때 배운 어줍잖은 불어로 승무원에게 몇마디를 건네 겨우 기내식을 주문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기쁨도 잠시. 돌아오는 답변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낯설고 어색하면서도 웬지 누구나에게 친숙한 파리에 도착했다. 일단, 여기서부터 나의, 우리의 무모한 여정을 시작해보려 한다.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있어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리라.
201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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