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잊힌 현장들 2-물리적 장소보다 상인 참여형 공감 공간 필요
공공미술 잊힌 현장들 2-물리적 장소보다 상인 참여형 공감 공간 필요
  • 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4.09.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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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시장 1년짜리 프로젝트 전락 사후관리 안돼
공공미술, 시 전체적인 설치 논의 구조 있어야
▲ 2010 광주비엔날레 양동시장프로젝트는 시행 당시에만 반짝 했을 뿐 그 뒤로는 전혀 프로그램이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흉물로 변했다.

시장에서는 옷도 팔고 이불도 팔고 생선도 팔고 떡도 팔고 고기도 팔고 국밥도 판다. 시장에는 1년 365일 문 연 점포도 있고 아예 문을 닫은 채 기약 없는 점포도 있다. 인근에 백화점이 있고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전통시장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이 시장에 가면 문화가 있고 예술이 있다. 시장 안에 작가들이 살고 있다. 시장 안에서 전시회를 열고 공연도 하고, 때로는 미술품 판매도 이루어진다. 몇몇 문 닫은 점포를 빌려 활동하고 있다.
광주의 대인예술시장이다. 제법 행사도 하고 있어 좀 유명한 편이다. 이제는 상가 상인들도 작가들과 서로 인사하는 사이가 됐다. 함께 어울려 이야기를 하며 이번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묻기도 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 특히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어 찾아간 사람들에겐 ‘유명세’와는 달리 보잘 게 없다. 지원금 받아 설치한 작품들은 눈에 잘 띠지 않고 안내 표지판도 없다.
우연히 찾아간 골목에는 벽화가 있긴 하지만 그저 작가의 작품일 뿐 한두 곳을 제외하고는 인근 환경과의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인기를 끌었던 장미란 선수와 해태타이거즈 시절 선동열 선수의 벽화와 실제 야구경기장에서 야구를 하는 듯 모습의 벽화도 있었다.
공공미술적 성격을 띠는 장소에 작업을 하는 경우 그 작업이 작가 위주여야 하는가, 아니면 장소성을 반영하는 작업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대인예술시장이었다.

대인예술시장, ‘야떨이’로 명맥 잇나

요즘 대인예술시장은 ‘야떨이, 별장’으로 광주의 밤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는지 실험을 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인 이 야시장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주 행사를 치르다보니 보완점을 발견하고 대인야시장은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 그리고 사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는 시공간이 되고 있다.
최근엔 시장 상인들의 참여도 이끌어내는 등 좀 알차졌다. 가게에서 팔던 상품들을 많게는 50%까지 할인하여 판매하는 떨이 가격에 내놓는 ‘야떨이시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1000원짜리 장터국수이다. 주최자는 “남는 게 있을지 걱정이다”며 상인들을 염려했다.
이 야시장이 지속적으로 운영되다보니 처음엔 시장상인의 주도적 참여보다는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응모한 판매자들이 시장 전체를 차지했다. 점점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자 일부 상인들이 상점 앞에 판매대를 깔고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들어가면서 외부 판매자들과 장소를 놓고 약간의 충돌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대인 야시장이 성장해 나가는 성장통의 하나였다.
‘야떨이 시장’ 프로그램으로는 떨이상품 판매와 일반상품, 초특가 판매 상품, 깜짝 경매, 야떨이 투어단 운영, 거리 이벤트 등이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다 입주 작가들이 준비한 소품과 작품을 오픈 갤러리를 통해 선보이며 관람객과 만나고, 흥을 돋우는 공연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소리노리’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인디밴드, 재즈밴드 등 다양한 장르의 게릴라 공연이 시장 곳곳을 흥겹게 만든다. 방문객들의 동선에 따라 한 장소에 머물지 않고 여러 곳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6월부터 11월까지는 둘째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7시부터 12시까지 연장하고 있다.

첫 단추 잘못 꿴 비엔날레 프로젝트

▲ 대인예술시장 별장 프로젝트 총감독
대인시장에 예술가들이 둥지를 튼 지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 프로젝트(감독 박성현)가 계기가 되었고, 이듬해부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의 하나로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가 10년 사업으로 진행 중에 있다.
지난 6월 열린 ‘지역문화네트워크광주포럼’에서 정민룡 광주북구문화의집 관장(2011년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 총감독)은 ‘대인예술시장의 현황과 과제’에서 “초기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는 기존 지역예술의 한계, 예술가들의 작업태도와 방식에 대한 반성과 비판으로부터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새로운 실천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했다.
정 관장은 예술이 삶과 접속하면서 만들어내는 ‘예술의 사회적 생산가치’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쇠퇴하고 있는 전통재래시장을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전시프로젝트가 계기가 되어 예술공방 조성사업으로 시작되어 도시문화전략 중 하나인 ‘문화집적지구’ 사업으로 성격이 변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정책과의 간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빈 점포를 확보한다거나 편의공간이나 공동공간의 조성 문제 그리고 상인들과의 관계나 임대료 등은 현장에서 직접 해결해야 하는 몫이었다. 작가들의 작업 이전에 이러 문제들이 피로감을 쌓게 만든 것이다.
사실 대인예술시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매었다. 2008년 당시 비엔날레를 앞세워 어느 날 갑자기 ‘복덕방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점령(?)을 했던 것이다. 시장 상인들에게 구체적인 설명회와 장소성, 전체적인 큰 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채 몇 가지 기본계획만 갖고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에 와서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아시아문화전당과 가깝다는 이유로 예술의거리에 이어 대인예술시장까지 연계형 사업으로 진행하려는 것이 광주시의 발상이다. 하지만 물리적 공간을 연결한다고 해서 문화집적지구가 되는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 공간에다가 입주작가와 상인들의 공고한 협력체계, 시장의 역사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끊이질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가 단순히 하나의 지원체계에 속하는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러울 뿐이다.

시장활성화, 크게 기여하지 못해

2012년 2월 대인예술시장의 상인과 문화전문가집단에 대한 수용자 만족도조사가 있었다. 사업평가 부분에 있어 박호재 광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은 2011년 프로젝트는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했다. 상인의 욕망이라는 시장의 강렬한 속성 때문에 빚어지는 역작용도 함께 존재하지만 이 같은 시장의 속성에 연착륙으로 대응한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진단했다.
최근의 만족도 조사가 없기 때문에 이를 원용하자면 이러한 프로젝트가 시장에 끼친 영향으로 입주상인 240명에 대한 전수조사(103명 응답)를 통해 55%가 이 사업의 목적이 시장활성화를 꼽았다. 그러나 상가활성에 기여도에 있어서는 63%가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물론 시장시설 환경이 개선되고 유동인구가 증가되기는 했지만 판매수입이 늘지 않아 상인들의 자부심으로 연계되지 못한 한계를 가졌다.
이는 문화전문가집단(150명 중 103명 응답) 조사에서도 입증된다. ‘문화예술시설공간 활성화’와 ‘예술가 유입 확대’가 가장 높게 나왔고, ‘시장인지도 제고’ ‘유동인구 증가’ ‘시장시설 및 환경개선’ ‘광주볼거리 명소 부상’ 등은 긍정적이었다.
이번 10가지 조사 중 시장상가 활성화는 10위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결국 시장상가 활성화라는 근본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2013년 보고서에서도 만족도 조사가 있었지만 시민과 참가자일 뿐 상인에 대한 조사는 없어 아쉬웠다.
현재 대인예술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는 30여명이고 단체 및 기타 시설은 7개 정도이다. 지난 2008년 처음 시작할 때 6명의 작가와 2개 단체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는 셈이다.

<표> 대인예술시장에서 활동 중인 작가와 단체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

상주작가(명)

6

9

20

21

28

30

단체(팀)

2

5

3

4

4

7

합계

8

14

23

25

32

37

   
 
공공미술, 시장의 특성 환경 반영 안돼

대인예술시장 전고필 감독과 함께 시장 내 공공미술 현장을 살폈다. 이 자리에는 조선대 미술대 대학원에서 공공미술을 전공하는 송지윤과 김성결 학생이 동행했다.
장미란의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며 그렸던 ‘장미란 셔터’는 시간이 흘러 색이 바랬고 3개의 연속 작품 가운데 하나의 셔터만 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2개는 올려져 있었다.
또 해태타이거즈 선동렬 선수가 공을 던지고 상대팀을 배트를 휘두르며 수비수가 공을 잡는 장면이 주차장의 양 쪽 벽면을 이용해 작업을 했다. 그런데 언젠가 동구청에서 주차장 한 쪽에 자전거 보관대를 만들어 타자와 포수가 있는 부분을 가로 막았다. 이를 설치할 때 대인예술시장프로젝트 팀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이밖에 마산의 ‘쏠’팀이 제작한 ‘돼지천국’(2009), 박문옥의 ‘대숲바람 시장에 불다’(2010), 부산에서 와 상주작가로 있는 구환주의 ‘사대천왕’(2012), 최양선의 ‘이상한 문’(2013) 등 20여개가 제작되어 대인시장 골목 인상을 색다르게 하고 있다.
그러나 대인예술시장이 6년이나 된 지금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것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장과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 많았다. 작가 개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공공미술작품이 설치되거나 그려졌을 뿐 시장을 이해하거나 시장의 역사를 조명하려는 흔적이 없었다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제법 눈에 띄는 것은 함평오리닭 점포의 곽근례 할머니의 일하는 모습을 그려 점포 냉장고에 붙여놓은 것이다. 이 그림은 할머니가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해 투명비닐로 덮어 씌웠다.
“할머니, 왜 비닐로 덮으셨어요?”
“닭을 잡다보면 칼질할 때 피가 튀기니까 그랬지.”
취재진이 보기에는 대인시장 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이 한 점으로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공공미술의 지역의 역사성과 환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인예술시장은 충분하지 않다. 야시장과 같은 행사를 벌이고 몇몇 곳에 알 수 없는 작품이 있다고 해서 예술시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장 상인들과 호흡하고 맨 먼저 시장 상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어야 그들이 사랑하고 그들이 보존한다는 것이다. 상인들이 이해하지 못할 때 ‘시장의 작품’은 의미가 사라진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공공의 폭력 마구잡이 드러나 문제

전고필 대인예술시장 별장프로젝트 감독의 이야기는 이렇다. 공공미술작업은 공공의 이름으로 자칫 상인들에게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 대인예술시장 뿐만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행해지는 공공미술은 그 장소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림이나 설치로만 작업한다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는 상인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인식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장미란 셔터’의 경우는 대인사장의 대표적인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사후관리가 부족한 실정이다. 사후관리 유지비용 등에 대한 예산이 당초에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의 해태타이거즈 야구 작업의 경우 한 달 여전 동구청에 자전거 보관대를 옮겨달라고 요구했는데 아직도 답변이 없다. 이런 것도 공공의 폭력이다.
또 타 지역 작가가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하면서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커피배달을 하는 아가씨의 모습을 그린 적이 있다. 문제는 이 작품이 대인시장의 상징은 아니라는 점에서 타지 작가와의 소통의 문제가 지적된다.
지난 2010년의 광주비엔날레 양동시장 프로젝트는 더욱 엉망이다. 이 프로젝트는 양동시장상인연합회의 도움으로 상가 옥상에 다문화가정 식당과 ‘장삼이사’라는 전시공간을 만들어 시장 속에서 사용되어 온 각종 물품과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양동시장 프로젝트는 “예술은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기존의 인식에서 탈피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시민이 행복한 비엔날레’로 거듭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다.”고 개막식에서 밝혔지만 이러한 실용적인 인사말과는 달리 그 해 한 해만 반짝 했을 뿐 지금은 비가 새고 식당도 변질됐고 전시공간의 활용은 전무한 상태이다.
최충수 양동시장상인히 사무장은 “1년만 이것저것 하더니만 그 뒤로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다문화상가 두 곳이 빠져나간 뒤 그 공간은 반드시 양동시장에 기여하는 점포여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여기에 맞는 점포가 들어오지 않아 창고 수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작은 창대했으나 나중은 미약한 모습이 공공프로젝트의 결실(?)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싶다. 이제 다시 점검해보고 기존 공간의 활용, 공공미술의 설치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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