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 잊힌 현장들 1. 들어가며-일상 공간에 충격 없는 예술작픔으로
공공미술 잊힌 현장들 1. 들어가며-일상 공간에 충격 없는 예술작픔으로
  • 정인서 문상기 기자
  • 승인 2014.08.28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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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창초 방음벽 벽화 눈길 끌었으나 지금은 사라져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 폴리 사업 장기적 관점 평가해야
일본, 도시와 예술의 효과적 접목 공공이익에 의미 가져

광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공미술'이 사실 그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2006년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문광부의 '아트인시티' 사업 현장을 되돌아보고 일본의 공공미술 성공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이번 기획취재이다. 현황 취재와 함께 전문가 탐방을 병행하여 6기 윤장현 시장이 시정 지표로 내건 ‘더불어 사는 광주’로서 광주에 적합한 공공미술 사업의 정착방안을 모색하고 공공미술 발전을 위한 대안 제시에 나설 계획이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회 공공미술, 왜 필요한가?
2회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3회 중흥동, 2006년 이후 어떤 변화 있었나?
4회 공공미술로서의 아트인시티 성공인가 실패인가
5회 현장에서 만난 지역주민들 입에서 듣는다
6회 지역 차별화를 통한 거듭나기 가능한가
7회 도쿄 롯폰기 힐즈, 다이칸야마 공공미술
8회 다치가와의 파레다치가와 프로젝트
9회 요코하마 신 미나토마을, 뱅크아트프로젝트
10회 에치고 츠마리의 주민주도형 관리 운영
11회 가나자와 공공미술과 공공기관의 상생
12회 광주 공공미술, 그 대안과 방향성

어느 도시든 빌딩이나 마을 주변, 공원 등에 다양한 미술작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때로는 시민의 편의시설로 좀 특이한 모양들이 자리를 차지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대중의 영역에서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일들이 ‘공공미술(Public Art)’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광주의 경우 남구 양림동 근대문화공간에서 ‘양림성장형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인근의 사직공원에는 20여년전 문을 닫았던 사직동물원을 중심으로 작가들의 창작 작품을 선보인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아트 주 콘텐츠 파크'(Art zoo contents park)가 2010년과 2011년에 진행되었다. 또 앞서 2006년에는 문화관광부의 ’아트인시티‘ 사업으로 북구에서 중흥동 프로젝트가 수행됐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나주의 광주전남혁신도시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광주전남혁신도시로 함께 이전하는 한국전력공사, 한전 KPS(주), 한전 KDN, 전력거래소 및 한국방송전파통신진흥원 등 5개 공공기관과 공공미술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 수창초등학교 방음벽 벽화의 비엔날레 특별 공공미술 사업으로 진행됐으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삶 속에 함께 투영되는 공동체 가치로

이처럼 우리 주변은 요즘 공공미술이 봇물처럼 이뤄지고 있다. 공공미술이 지역이나 마을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제적 효과와 발전을 담보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일단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들은 대개 건물 안이 아니라 건물 밖의 공간에 자리한 것들이다.
이러한 공공미술은 기존의 공간에 설치되는 것이지만 눈에 띄지 않도록 지역 공간과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형태를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관객에게 충격을 주고 주민의 삶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공간에 녹아 있는 예술, 그래서 지역민의 삶의 환경을 변화시켜가며 사회적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을 말한다.
기록상으로 보면 광주에서는 1997년 제2회 광주비엔날레 때 박호재와 유영국이 주도한 ‘도시의 꿈-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처음 특별전 형태로 시도되었다. 광주라는 도시 환경을 미술로 감싸겠다는 대단한 기획이었다.

▲ 수창초 벽화작업에 지역 작가들과 초등학생이 함께 작업을 했다.
당시 제작된 대표적인 공공미술은 북구 북동에 있는 수창초등학교 방음벽 벽화이다. 길이 1백20m, 높이 4m의 철제방음벽에다 수창초등학교 어린이 6백명의 밑그림을 학부모·화가 들이 참여해 ‘내가 미래에 산다면’, ‘내가 원시 시대에 살았다면’이라는 주제로 대형 벽화를 완성했다.
이밖에 ‘여성의 꿈-조각보 잇기’, ‘송전탑 조형 디자인’ 같은 한시적인 환경 조형물도 있었다. 공항·금남로 등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 공공 미술 프로젝트는 도시의 표정을 미술로 바꾼다는 노력을 보탰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이유로 지금 이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이어 2002년 광주비엔날레 때는 5·18 자유공원 사병 휴게실(PX)에 ‘프로젝트3:집행유예’의 하나로 등장한 김주호의 ‘놀이방’이나 남광주역 폐선부지에 ‘프로젝트4:접속’의 하나로 선보인 정현의 ‘일어선 침목’ 등은 공공미술의 흐름을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볼 수가 없다.
그리고 2008년 광주비엔날레 대인시장 복덕방 프로젝트, 아시아문화전당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2010년 양동시장 프로젝트(시장속 박물관)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독자적 사업이 아니라 비엔날레의 부속사업으로 진행되었고 상당기간 지속성을 가졌다.
가장 이슈가 되었던 ‘대인시장 내 복덕방 프로젝트’는 광주의 새로운 아트문화시장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었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공공미술과 설치작품은 물론 작가가 상주하면서 시장 상인과 동화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 아시아문화전당까지 연계되어 문화도시 광주의 문화적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도쿄에 있는 공공미술 작품
전시장 바깥으로 외출한 작품들

최근에는 광주폴리도 공공미술의 영역에서 도심 속의 주요 사건이 있는 지역마다 크고 작은 건축물을 설치했다. 그냥 볼 수도 있고 사용할 수도 있다. 아직은 폴리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있지만 무엇이든 장기적 관점에서 자를 대고 평가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끊임없이 수정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김병화는 ‘공공미술’(기독교세계, 2002)이라는 글에서 “공공미술은 그곳이라는 장소의 형성화를 통해 그 지역의 정체성, 역사성, 공공성, 소통성 그리고 참여의 기능을 가진다. 근대 발전과 더불어 전개됐던 모더니즘의 미술이 ‘자주성(autonomy)’ 이라는 형식적인 모더니티는 획득했지만 삶과 단절된 것에 비해, 공공미술은 공중의 삶과 일체성을 갖는다.”고 했다.
이처럼 공공미술은 그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의 삶과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삼철은 ‘공공미술과 도시의 미래’(2000)라는 글에서 “여태껏 공공미술의 ‘공공 (publicness)’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나 전시장 바깥으로 외출 나온 ‘미술(art)’의 자질에 대한 논의나 비평이 정식으로 시도된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미술이 ‘공공장소(Public Space)에 있는 미술’이냐 수용적 측면에서 ‘일반 공중(the Public)과 소통하는 미술이냐’하는 기본적인 물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공미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미국과 영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 이후 도시 중심부나 정부단체 건물, 광장, 공원, 학교, 병원, 역사, 주택 외벽 등에 현대미술이 설치되는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마치 19세기에 기념 동상과 기념 조형물이 붐을 이루었듯이 다채로운 미술이 다양한 공간 속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영국의 존 윌렛(John Willett)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에서 처음으로 공공미술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렛이 공공미술의 개념을 만들 때가 바로 1968년 프랑스 파리의 ‘68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당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체적 가치를 찾는 노력이 모색되었던 시대적 배경을 갖고 있다.
존 윌렛은 예술은 공공성을 지녀야 하고 공공의 이익과 깊이 결부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는 예술작품이란 사적영역일 수 있으나 예술작품의 향유는 공적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날마다 마주 하는 각종 조각이나 분수, 벽화 등은 대중들과 함께 공적 관심사로 공유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 역시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존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도쿄에 있는 공공미술 작품
문광부 주도형 사업 사후관리 어떻게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미술은 사적인 미술문화단체를 제외하고는 주로 문화관광부 주도로 진행됐다. 2006년부터 ‘아트인시티’, 그리고 2009년 이후의 마을미술프로젝트가 지금까지 진행되면서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의 각 지역에서 시도 단위로 여러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공공미술’이란 용어는 매우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공공미술 사례는 관주도형의 지원사업으로 인해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잘못된 지원정책, 사후관리에 대한 영속성 부족 등으로 공공미술은 시작은 거창하게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슬금슬금 잊혀 갔다.
그렇다면 이 공공미술 사업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 국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실패사례에 대한 집중조명을 통해 올바른 대안을 모색할 시기가 되었다. 이번 기획취재는 주민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주민들의 프로젝트 참여와 만족도, 주변의 지역 활성화에 끼친 영향 등을 알아보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가장 초기에 문화관광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아트인시티 2006’ 사업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들 지역은 다음과 같다.
■ 광주 중흥동 프로젝트 :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3동 일대
■ 낙산프로젝트 : 서울시 종로구 이화동, 동숭동 일대
■ 원종동 프로젝트 : 경기도 부천 오정동 원종종합사회복지관 일대
■ 철산동 프로젝트 : 경기도 광명시 철산4동 일대
■ 마석 프로젝트 :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가구단지 내 마석초등학교 녹촌분교
■ 홈리스 프로젝트 : 대전광역시 대전역앞 역전1길 및 대전 홈리스 프로젝트
■ 해망동 프로젝트 : 전북 군산시 해망동 일대
■ 성서공단 프로젝트 : 대구광역시 성서공단 노동조합 건물
■ 송산프로젝트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송산초등학교
■ 물만골 프로젝트 :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2동 물만골 일대
■ 수정동 프로젝트 : 부산광역시 동구 수정4동 부산종합사회복지관 주변
기본적인 국내 취재는 아트인시티2006 사업이 중단된 이후 현재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하고, 2009년 이후 지원되고 있는 마을미술프로젝트 69개 사업 가운데 ‘아트인시티2006’사업과 가까운 현장도 함께 보면서 보완적으로 현장을 살펴볼 예정이다.

▲ 광주 사작공원 내에 설치한 아트주 공공미술작업
일본 현장 취재 통해 광주 대안 제시

또 해외취재는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감성을 지닌 일본의 공공미술 현장을 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쿄, 요코하마, 다치가와, 에치고츠마리, 가나자와 등을 방문지로 삼았다. 도쿄의 경우 새로운 랜드마크인 만인을 위한 무장애 거리로 불리는 롯폰기(六本木)가 대표적인 공공미술 지역이다. 국내외 예술작가들이 만든 벤치와 정류장, 흡연소, 펜스 등이 거리를 걷는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으며 롯폰기의 또 다른 명물이자 미술인들 사이에선 공공미술의 살아있는 모범으로 손꼽힌다.
롯폰기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다이칸야마(代宮山)는 에도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이곳은 2년마다 인스퍼레이션전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다이칸야마에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다치가와는 사람 중심적인 도시재정비의 하나로 공공미술을 지역 재개발 사업과 연계하여 도입했다. 1994년 지역 명소 만들기에 성공한 다치카와 공공미술프로젝트는 ‘도시와 예술’이라는 두 개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접목하여 ‘놀라움과 발전이 있는 거리 만들기’를 실현했다.
요코하마의 '신·미나토 마을'의 내부 공간은 외부 공간과 잇대어 새롭게 휴먼 스케일의 거리로 조성되어 문화예술 사회적 기업 공공미술프리즘이 '신·미나토 마을'에서 진행되었다. 도쿄에서 전철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한 면적 760㎢의 에치고츠마리는 도시와 지역, 아티스트와 사토야마, 젊은이와 고령자의 교류와 협동이 낳은 약 200점의 예술작품을 현지 주민들이 직접 관리 운영하고 있다.
도쿄에서 6시간 걸리는 가나자와(金澤) 21세기 미술관의 내외부 디자인은 공공미술의 전형적인 예로 종래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해야만 접할 수 있었던 조각 작품들이 공공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옥외로 진출한 사례다. 생활 속에서 이러한 작품들을 감상하는 일이 가능해지도록 했고 제한된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의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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