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4]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4]
  • 권준환 문상기 기자
  • 승인 2014.04.23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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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독일마을, 사람 발길 이어져
버려진 집이 근사한 손님집으로 재탄생
볼거리, 광주만의 특색 살려야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란 다양한 문화권의 여행자들이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 한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숙박시설의 한 유형이다. 한국에서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종에 해당한다. 세계적인 관광도시의 경우 민박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광주의 경우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의 활성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광주는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사실 관광객들을 맞이할 숙박시설이 변변치 못한 현실이다. 이에 그저 하룻밤 잠을 자고, 떠나면 잊혀지는 숙박시설이란 개념을 떠나 문화를 담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확대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회. 프롤로그 - 낭만과 경험의 문화적 가치
2회. 광주의 ‘손님집’ 이대로 괜찮나
3회. 서울 북촌한옥마을, 전통한옥의 정취에 빠져들다
4회. 남해 독일마을, 버려진 집이 근사한 손님집으로
5회. 목포, 1935년도의 전성기를 꿈꾸다
6회. 광주만의 문화를 담는 손님집
7회. 손님들이 광주를 다시 찾길 바라며
8회. 에필로그 - 광주의 미래를 여는 손님집


우리나라의 보물섬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바로 남해다. 하동과 사천에서 이어지는 남해는 꽤 신비로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바다에 반사되는 햇살과 함께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자동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저절로 어깨춤이 춰진다. 꼭 자동차가 아니더라도 바래길을 따라 걸으며 느긋이 바닷바람을 즐길 수도 있다.
바래길의 ‘바래’는 남해사람들이 ‘물때에 맞춰 갯벌과 갯바위 등에서 해초류와 해산물을 캐는 행위’를 말하는 남해의 토속말이다.
생존을 위해 남해의 어머니들이 다니며 다져진 이 길이 지금은 남해의 중요한 문화관광적 가치를 지닌 길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보물섬. 남해

남해에는 이외에도 금산 절벽 위에 위치해 멀리 바다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보리암, 유배와 유배문학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 습득을 위한 전문공간인 유배문학관, 편백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국립 남해편백자연휴양림 등의 볼거리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방파제 앞으로 물건방조어부림이 보인다. 어부림은 어군을 유도하고, 마을과 농작물을 바닷바람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풍림의 역할도 했다.
바다로 둘러 쌓인 섬이라 그런지 굉장히 흥미로운 곳도 있었다. 천연기념물 150호로 지정돼 있는 물건방조어부림(勿巾防潮魚付林)이 그곳이다. 바닷가에 나무가 있으면 그로 인해 생기는 그늘에 미생물이 많아지고,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이를 알았던 남해의 선조들은 바닷가에 나무를 심어 어군(魚群)을 유도했다.
하지만 꼭 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부림은 마을과 농작물을 바닷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방풍림의 역할도 했다.

어부림에서 내륙 쪽을 바라보면 주황색 건물이 모여 있는 마을이 보인다. 남해의 또 다른 관광지인 독일마을이다.
독일마을은 1960년~1970년대에 머나먼 이국 땅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나 광부로 일해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큰 주역을 담당했던 교포들이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만든 마을이다. 김두관 전 남해군수가 행정자치부와 문화관광부, 경상남도의 지원을 받아 조성했다.

독일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이국땅을 밟은 듯했다. 주황색 지붕이 얹혀 진 하얀색 집들이 오르막길을 따라 좌우 골목 사이사이 들어서 있었다. 언뜻 봐서는 다 똑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각기 생김새가 다르고 특색이 있다.
2006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 주인공 장철수(오지호 분)의 집도 있어 신기했다. ‘철수네 집’이란 문패가 붙어있지만 지금은 개인 사유지라서 함부로 출입할 수 없다.

마침 철쭉이 제철을 맞아 곳곳에서 빨강, 분홍, 연분홍 등 자신의 빛깔을 뽐냈다. 독일식 집과 철쭉이 어우러져 독일마을 어디든 포토존이 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건네며 사진 한 장 찍어달라던 일행 중 한 명은 “나중에 꼭 이런 집 짓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마을은 놀러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학생 쯤으로 보이는 어린 친구들 10여명이 단체로 여행을 왔는지 우르르 몰려다니기도 했다. 무엇이 그리도 신나는지 자기들끼리 깔깔대며 바쁘게 움직인다.
이렇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묵고갈 수 있도록 독일마을엔 펜션이 무척 많다. 펜션은 하루 숙박 10만원 가량이다. 하지만 젊은 여행객들에게 하룻밤 숙박비 10만원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 오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혼자서 여행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방치된 건물 재탄생시켜 게스트하우스로

독일마을 입구에 위치한 ‘독일마을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이곳의 하룻밤 숙박료는 3만원이다.
게스트하우스의 특성상 모르는 사람끼리 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거실에 모여 이야기하며 하룻밤 묵어가는 곳이다.

독일마을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정혜란 씨가 맞아줬다. 정 씨는 서울 출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남편과 결혼해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정 씨 부부가 남해로 이사 온 것은 지난 2007년도다.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돼 있다가 매물로 나오자 정 씨 부부는 버려진 이 집을 샀다. 정 씨는 “집이 크고 참 좋은데,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집의 구조는 그대로 두고 도배를 다시 하거나 망가진 건물 시설을 손봐 새로운 집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단 집 주위를 둘러봤다. 대형 체스판이 눈길을 끈다. 저 멀리 방파제가 보이고, 넓게 펼쳐진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독일마을의 특성상 어디서든 바다가 보인다.
거실로 들어가니 높은 천장이 보였다. 정 씨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난방비가 엄청나게 든다고 했다.

정 씨 부부가 처음 이곳에 이사 올 당시 이 부근엔 볼거리가 없었다. 그러다가 교포들의 노후를 위한 독일마을이 조성되고, 언론에 소개되면서 남해의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정 씨는 이 집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게스트하우스를 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독일마을 게스트하우스가 2012년 문을 열었다.

문화관광도시, 볼거리가 가장 중요

정 씨는 “한국은 모텔을 이용하는 의도가 삐뚤어져 모텔 문화가 잘못돼 있다”고 지적하며 “펜션은 너무 비싸고, 혼자 여행하는 여성 여행객들의 경우 모텔에 묵는 것을 꺼려해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행자들에게 여행지는 낯설고 생소하고 어색한 곳이다”며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 쉬고 갈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게스트하우스의 분위기 역시 손님에 따라 매일 달라진다. 손님 중 한명이라도 유쾌하고 활달하다면 다 같이 모여 구경하러 가고, 거실에 모여 맥주를 마시며 재밌게 논다.

또한 정 씨는 광주에 대해 “광주에서 오래된 극장(광주극장)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릴 들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다”며 “이렇듯 그 도시에만 있는 것을 잘 관리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마을에는 앞서 말했듯이 많은 펜션이 있다. 이는 독일마을이 생김으로 인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지역이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볼거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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