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미화원은 가정부가 아니다!”
“청소미화원은 가정부가 아니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5.0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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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청소미화원 1구역 문성하 대표 인터뷰
노동 인권침해 심각한 조선대 청소미화원

“해도 해도 너무해요. 인간대접도 못 받고 잡다한 일까지 다시키고 가정부 취급까지....”

걸레를 든 사람. 빗자루를 든 사람. 잔디밭에 풀을 뽑는 사람. 이제 50대 중후반을 넘어 60대를 넘기기 전인 청소미화원 문성하(58)씨의 눈물 짙은 하소연이다. 그녀가 일하는 직업은 조선대학교 청소 근로자다.

생활고로 시작하게 된 돈벌이

장흥에서 3남 4녀 중 3째로 태어난 문 씨는 지난 1977년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됐다. 처음엔 변변치 않은 직장을 가졌던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3~4년 동안 타지 생활을 하며 힘들게 지냈지만 아들 둘을 낳고 화목하게 살고 있었다.

오랜 기간 끝에 남편은 1982년 광주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가족 모두 광주에서 둥지를 틀게 됐다. 하지만 남편의 월급만으로 아들 둘을 키우기엔 생활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 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솜씨를 발휘하며 생활비를 보태기 시작했다.

체력에 무리가 올 정도로 힘들었지만 쉽사리 그만두기 힘들었다. 눈앞에 두 아들들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20여 년 동안 힘들게 주방일을 하던 도중 결국 ‘인대 파열’로 지난 2012년 3월 28일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문 씨는 더 이상의 일할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재활기간을 가지며 5개월간 쉬고 있었다.

문 씨는 건강을 회복하던 찰나에 아는 사람을 통해 지난 2012년 8월 조선대 청소미화원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주방일보다는 썩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구역을 맡고 있는 문 씨는 “자식 같은 아이들이 사용하는 대학 건물 시설을 청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대 파열까지 오게 만들었던 주방일보다는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죠”며 “하지만 생각 이외의 것들을 시켰고, 공동으로 나가서 풀을 메라 하고 눈을 치우라고 하고 인간 대접을 못 받을 정도로 청소 용역 이외의 잡일들을 시켜 놀랬다”라고 설명한다.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려

문 씨는 조선대 체대, 공대, 미대, 치대, 약대 건물을 담당하는 1구역 대표를 맡고 있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황당했던 일들이 벌여졌다. 예초기를 들게 하고 잔디밭에 풀을 뽑게 했다.

그렇게 청소미화원에 대한 학교 측의 대우는 인격을 가진 사람이기보다는 고용을 볼모로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됐다.

그녀는 매일 첫 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오전 5시 50분 차를 타기 위해서 그 보다 더 더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야 한다. 그렇게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5분. 모든 일할 준비를 끝내고 오전 7시부터 근무가 시작된다.

어제 퇴근 이후 더러워졌던 교내 곳곳을 청소하고 있다가도 오전 9시가 되면 재빨리 체육관으로 내려가 체육관 일을 해야 한다. 체대생들이 쓰는 장비라서 웬만한 건장한 장정들이 들기에도 무거운 장비를 옮기고 시간 내에 깨끗이 청소를 해야 한다.

이후에는 4층 체력단련실로 가서 청소를 한다. 봄, 가을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추운 겨울에는 휴게실 갈 시간이 부족해 추위 속에 쉬면서 참고 견뎌야 했다.

심각한 수준의 인권 침해 참으며 일해

게다가 점심은 지원이 전혀 되지 않는다. 청소미화원들은 각자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비좁은 휴게공간이나 층과 층 사이의 빈 공간에서 허기를 채운다. 그렇게 또 1시가 되면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풀을 메라고 시킨다.

문 씨가 맡은 구역은 그나마 참을 만 했다. 2구역과 3구역에서는 더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1층 미화부 휴게실에 휴식중인 청소노동자를 불러 가정부를 부리는 마냥 행정실 탁자에 누군가가 흘린 커피를 닦을 것을 지시한 적도 있다.

승강기도 없는 층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데 1층 복도에 떨어진 휴지를 당장 치우라고 불호령이 떨어진다.

한편 이렇게 갖가진 고초를 참으며 일하고 있지만 문 씨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 그녀는 “자식 같은 학생들이 이용할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서 보게 되면 괜스레 내가 더 마음이 개운해지고 더 말끔해져요”라며 “학교 측에서 인간으로써 존중해주고 상식밖에 어긋나는 일만 시키지 않는다면 더도 말고 좋겠어요”라고 넋두리를 두기도 한다.

원래 조선대 청소미화원은 오후 5시까지 근무를 했다. 하지만 금년 4월부터 오후 4시까지로 근무시간이 조정되면서 임금까지 삭감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청소 상태는 이전과 같아야 했다.

문 씨는 이에 대해 고민이 많다. “미화원들 사이에서는 어설프게 어중간한 시간에 일이 끝나니까 이도저도 아니고 임금은 오히려 전보다 적게 받게 되서 조합원 사이에서는 더 어려움이 생겨났다”며 “지금은 업체측과 주 5일 근무 협상을 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조대 청소미화원들은 인권침해의 울분을 토해내며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 조선대학교 청소용역지회를 창립하고, 지난 4월 29일 본관 앞에서 1차 노동인권 침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으로 이번 계기로 문 씨는 “학교 측에서 청소미화원에게 사람 대접을 해주고, 무차별적으로 가해지는 인간적 모멸과 멸시가 사라져갔으면 좋겠어요”라며 “청소노동자들은 이번 계기로 단합이 돼서 정당한 권리와 노동의 대가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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